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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과자책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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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나 고우나

이런저런 표정 쿠키

 나는 적어도 마흔다섯 살까지는 혼자 살 것이라는 친구들의 예상을 뒤엎고 서른한 살에 결혼했다. 그 충격이 불러온 관심은 자연스럽게 결혼 상대자인 남편에게 쏠렸다. 결혼 전까지 친정엄마께서 남편 몰래 부르던 원망 섞인 호칭, ‘열세 살 많은 연극쟁이’에 대해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어머니 뒷목 잡고 쓰러지시겠다’를 시작으로 ‘그냥 연애만 하다 헤어지는 게 어때?’ ‘네가 아버지가 안 계셔서 나이 많은 사람에게 의지하게 되나 보다’ ‘그래, 너처럼 감정 기복이 심한 애들은 나이 많은 사람도 괜찮아’라는 말까지 들었다.     




 이럴 때 보면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내가 나이 차이가 많은 남자를 사귄 건 남편까지 딱 두 번뿐이었는데, 내 아버지까지 들먹이며 마치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억울했다. 그리고, 엄연히 나는 아버지가 안 계신 게 아니라 부모님이 그냥 헤어지신 거다. 나는 그 이후로 친구들의 연애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쩌면 그 사람의 삶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이 사람과 헤어지기 싫었다. 사귄 지 1년쯤 되었을 때, 엄마랑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의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다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연극하고, 열세 살 많아”

 “나 못 들은 걸로 할게”     


 엄마는 정말 모른 척했다. 이러다 안 되겠다 싶어 한 번 만나만 보라는 내 말에 마지못해 함께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 그날 저녁, ‘거짓말은 안 하게 생겼더라. 나이가 있으니 너나 우리 집에 대해서도 이해해 주겠지’라고 말씀하셨다. 애써 모른척하며 혹시라도 내가 사랑에 상처받을까 봐 마음 졸였을 엄마의 마음이 느껴져 울컥했다.     




 남편은 내 이상형이 아니다. 내가 이런 스타일의 남자와 결혼할 줄 몰랐다고 친구들에게 입버릇처럼 이야기해왔지만 돌이켜보면 그는 내가 항상 마음속으로 그리던 사람이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사람. 속이 따뜻한 사람.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외로움을 사랑으로 채워주는 사람. 내가 잘 살길 바라는 우리 엄마의 간절한 바람이 전해진 사람.


 나는 그런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지금보다 못생겨져도 그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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