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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과자책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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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기

코코넛 바나나 쿠키

 




 아기가 잠들고 나면 마치 온 세상이 쉬는 시간을 맞이한 듯한 기분이 든다. 오늘은 두루랑 같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카페에서 타르트를 먹었다. 둘이 엄청 맛있어하며 두루가 제일 좋아하는 바나나도, 생크림도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돌이 지나고 나니 같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아져서 함께 다니는 일이 더욱 즐겁다.     


 두루는 정말 예쁘다.

 반짝반짝 눈은 진짜 보석 같다. 아기의 눈을 묘사하자면 흰자는 정말 하얗고, 눈동자는 정말 검다. 나를 닮아 콧대가 낮은 두루는 요즘 냄새가 난다는 것을 표현하는데, 코를 찡긋하거나 손에 쥐고 있던 간식을 콧구멍 가까이 대고 킁킁거린다. 콧속에는 며칠째 마른 코딱지가 잔뜩 들어 있지만 나는 그 모습마저 사랑스럽다. 그리고 입, 겉보기에는 작지만 ‘아’하고 벌리면 속이 얼마나 큰지 한 큰 술을 흘리지 않고 뚝딱 먹는 게 입도 날 닮았다. 

 내가 생각하는 두루의 매력 포인트는 턱. 아랫입술에서 턱으로 내려가는 경계선에 있는 아치 모양의 주름이 아주 예술이다. 참 희한하게도 나랑 똑같이 생겼는데 그 모습이 나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내가 스스로 이렇게 예쁘고 귀하다고 느낀 적이 있었나?  

    

 지금껏 나는 나를 사랑한다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지난날 내가 울며 불며 사랑한 게 정말 나였을까? 엄마가 되고 나서보니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때로는 내가 아닌 다른 무엇이 되려고 해서 참 많이 괴로웠다. 아이는 내게 ‘엄마’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쥐여주고는 나를 그 삶에 매우 충실하게 한다. 그 속에서 지금까지 내가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기쁨을 안겨주고 내게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게 한다. 두루에게 나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엄마이고, 그게 바로 ‘나’다.     




 나는 아직 인생이 뭔지, 자식이 뭔지, 한 문장으로 이야기하라면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정확히 깨달은 것은 가정을 이루고 나니 점집을 찾아갈 만큼 궁금하고 아득한 것이 재물운(나는 언제 부자가 되나?) 말고는 없고,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명확해졌다는 점이다.     


 사는 건 어렵고 힘든 일은 맞지만 꽤 괜찮은 것도 맞다. 삶은 참 예쁘고 귀엽다. 두루가 내 인생의 전부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으나 확실히 나를 앞으로 더 나아가게 하는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 아기는 나보고 더 행복해지라고 북돋아 준다.     


 내 사랑 뽀뽀 강아지. 아기와 함께 산다는 것은 행복한 만큼의 두려움이 늘 뒤따르지만 침 한 번 꼴깍 삼키고 용감하게 가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드는 요즘이다. 실상은 아기를 겨우 재우고서는 깰까 무서워 뒤꿈치를 들고 과자를 굽지만 말이다. 아가, 내일은 엄마가 구운 과자도 먹어봐. 네가 좋아하는 바나나를 넣어봤어.  

   

 2018년 어느 여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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