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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아름 Jun 06. 2022

기대 없이 사랑하는 것

초심으로 돌아가려 해

안녕. 오랜만에 찾은 브런치. 나 살아있다.

기계적인 자동 알림이겠지만 ‘작가님 글을 못 본 지 무려 120일’이라며 이모티콘으로 울어주는 네 덕에 잠깐 힘을 냈었다. 그게 올해 3월이었지. 6월이 되어서야 다시 글을 쓰는 지금, 그때보단 여유가 생겼냐고? 아니. 전혀 아니다. 올해는 ‘바쁘다’의 의미를 몸소 배우는 해인가 보다. 범띠인 내가 올해만큼은 모든 걸 휘어잡을 수 있나 했더니, 이건 호랑이한테 쫓기는 삶이다. ‘역대급’이라는 단어를 너무 남발하나 싶을 정도로 매달 갱신하는 나의 바쁨 수치. 덕분에 심리적 압박이 물리적 통증으로 전이되는 경험을 매일 겪는 중이다. 제발 효과 좋은 영양제, 숙면 꿀팁 좀 알려주세요.


무언가 시작할 때의 욕심이  편이라 브런치를 다시 시작한다면 꾸준하게 제대로 글을 연재하고 싶었는데, 문득 깨달았다. ‘꾸준하게 ‘제대로 공존하기 힘들다. 완성도를 포기해야 꾸준함을 지킬  있다.   해내는 사람들도 분명 겠지. 그건  사람들이고.  못한다.  마리 토끼를  잡는 당신, 부럽네요. 나는 꾸준함의 왼쪽  하나만 아등바등 잡고 늘어져볼랍니다.


실은 브런치에서 나만의 공간을 얻어낸 순간, 대단한 프로젝트를 부여받은 듯 벅찬 두근거림을 느꼈었다. 여기서 책을 출판하고 인생이 뒤바뀌는 경험을 한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그들처럼 인생이 술술 풀리길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사랑하는 것에 기대와 책임을 얹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휴학 때 그렇게 다짐했건만. 초심으로 돌아가 그 자체로 행복한 것은 있는 그대로 지켜주려 한다. 글쓰기로 인생의 요행을 바랐다니. 다시는 글에게 흑심을 품지 않겠어.


고백한다. 나는 나의 솔직한 글을 사랑한다. 엉망진창 풀어낸 나의 감정도 사랑한다. 결론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마구잡이로 내뱉는 나의 글을 사랑한다. 사람들에게 잘 읽히는 글을 쓸 생각은 없으면서 굳이 일기장이 아닌 브런치에 끄적이는 이유는 그거다. 사랑스러운 내 새끼, 나만 보기 아깝잖아요. 내 눈에는 너무 예쁜데 자랑 좀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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