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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뮤 Dec 06. 2023

너의 뒤에서..

12월에 접어드니 드는 생각이 참 많다. 한 해가 시작했구나 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언제 그 시간들이 다 지나버렸는지 미처 실감하기도 전에 이렇게 끝자락을 붙들고 있는 지금이 허탈할 지경이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간다며 이유 모를 염려가 가득하던 마음도 불과 얼마 전 같은데, 벌써 2학년 생활도 며칠 남지 않았다. 아이는 그저 시기에 맞춰 자신의 시간에 따라 조금씩 자라고 있는 건데, 어쩜 그렇게 부모의 마음은 늘 한발 앞에 나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온 건지... 지나온 성장 과정을 돌이켜 본다면 그저 놔두면 되는 거였는데, 기다려주는 게 전부 인 건데 나는 늘 서툴고 마음만 앞섰구나 싶다.


이전 글에도 썼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이가 꼭 엄마 옆에서만 잠을 자려고 했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엄마 타령을 할 것인가 하는 염려와 더불어 솔직히 잠자리만큼이라도 넓고 편하게 자고 싶은 간절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웬일로 이젠 아이가 혼자 방에서 잠자리에 든다. 물론 자다 보면 언제 온 건지 또 옆에 기어 들어와 있지만, 그래도 내키지 않는 것을 이제는 혼자 해보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기특하게 받아들이는 중이다. 아마 정말로 그리 멀지 않은 시간에 그렇게 옆에 와서 엉겨 붙던 아이의 모습이 그리워질 테니 말이다.




나의 하루 일과 중 여전히 빠지지 않는 것은 아침과 오후 시간 아이의 등하굣길 동행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쫓아다녀야 하나 싶은 생각을 한 적도 있었는데, 그저 일상이 되고 보니 그다지 번거로운 일도 아니다. 물론 주변 친구들이 이젠 혼자 다니는 아이들도 제법 눈에 많이 띄는데, 언제까지 우리 아이는 엄마와 함께 가기를 고집하려나 싶어 내심 또 염려가 찾아왔었다. 그러나 다시금 우리 아이만의 속도에 발맞춰주는 것이 답이었을 뿐...


이제 조금 마음의 준비가 된 걸까? 오늘 아침 아이가 말했다.

"엄마... 큰길만 건너주면 이제 나 혼자 학교까지 올라가 볼게요..."


그렇게 말하는 아이가 그저 기특하고 고마웠다. 그런 아이 마음의 변화가 반가웠다.


길을 건너 조금 걸어가 학교가 보이는 중간 길에서 인사를 나눴다. 꼭 안아주며 재미나게 지내라고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줬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는 씩씩하게 걸어간다. 한참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는 그 뒷모습에 갑자기 울컥 눈물이 올라왔다.

당황스럽지만 그 순간 내 마음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아이가 엄마를 놓아주지 않는 게 아니라 실은 아이를 놓지 못하고 있는 건 나였던 것이다. 불안한 건 내 마음이었다. 아이는 누구보다 잘 성장하고 있는데, 아직은 어린것 같다며 붙들고 있는 건 나였다.




세상살이 녹록지 않음을 너무 잘 알기에 늘 자그마한 아이 같은 자식이 혼자 제 발로 성큼성큼 나아가는 모습만 봐도 그렇게 안쓰럽고 짠하다. 그런 게 부모 마음인 건데 제 스스로 부모가 되어보기 전엔 이 마음을 알턱이 있겠나.


기다려주는 것.

그리고 한 발짝 뒤에서 따라가 주는 것.


세상에 이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있을까. 늘 마음이 앞서고, 마음보다 도움의 손이 앞서 나가고... 힘듦도 어려움도 스스로 겪어보게 놔둬야 하는 건데.. 그렇게 귀한 경험으로 차곡차곡 아이의 자산이 되게끔 기다려야 하는 건데..


방과 후 길 중간에서 아이를 기다렸다. 씩씩하게 손을 흔들며 걸어오더니 보자마자 끌어안고 바쁘게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오늘 학교에서 재미있었는데, 엄마 많이 보고 싶었어요~"


아이가 없는 동안 해야 할 일들을 쳐내느라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는 날이 허다한데, 아이는 그렇게 순간순간 엄마 생각인 모양이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뭘 더 잘해주려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대단한 거라던데, 곁에 있어주는 일조차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 미안스럽다.


나는 얼마나 좋은 엄마일까 고민하기보다 언제나 한 발짝 뒤에서 든든한 그림자가 되어줄 수 있길.. 앞서 가지 않고 기다려주는 엄마이길... 늘 부족한 나에게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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