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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뮤 Apr 08. 2021

뮤지컬 관람 상식 사전

미리 알고 가면 도움되는 팁

보통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는 스포일러를 극도로 두려워한다. 미리 결론을 알아버리면 영화의 전개를 지켜보는 즐거움이 반감되고 그 기대감을 헤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뮤지컬의 경우는 상당히 다르다. 내용을 하나도 모르고 공연을 지켜본다면, 행여 그것이 자막이라도 읽고 따라가야 하는 내한공연일 경우라면 더더욱 내용을 파악하기에 급급하여 무대 위에서 어떤 상황이 펼쳐지는지, 어떤 노래가 들리는지 제대로 지켜볼 겨를조차 없을 수도 있다. 그러한 작품의 페이스를 못 따라간다면 결국은 비싼 돈 지불하고 공연장에서 꿀잠만 자고 나오게 되는 수도 있는 것이다. 뮤지컬 공연을 관람할 때의 진정한 즐거움이라 한다면,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내용과 이미 들어봐 조금은 익숙해진 노래를 라이브 무대의 생생한 현장감으로 ‘재확인’ 하는 것이 가장 즐거움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딱딱한 정보 전달의 글보다는 조금 편안하게 읽어 내릴 수 있도록 나의 경험과 생각을 함께 담아 작품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앞서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 보았다. 읽어보고 나중에 직접 무대를 접할 때 반가움과 희열을 느껴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와 더불어, 문화생활을 해보고는 싶은데 아직은 좀 낯설고 거리감이 느껴지시는 분들을 위해 전반적인 정보들을 간략히 한번 풀어보려고 한다. 가끔씩 주변에서 내게 물어보시는 질문들을 떠올려 간추려 보았다. 아래 내용들을 읽어보면 아마도 공연장 문턱까지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1)   티켓은 왜 이렇게 비싼 가요? 

사실 많은 분들이 공연 한번 보러 가볼까 하다가 티켓 가격을 보는 순간 입이 떡 벌어지는 분들 많으실 것으로 생각된다. 한번 가서 보는데 그래도 좀 잘 보이는 자리를 선택하 자니 10만 원이 훌쩍 넘는 건 보통이다. 한번 보러 가는데 이만큼 쓰는 게 맞냐 라는 의문이 생기실 텐데, 왜 이렇게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지 한번 간략히 풀어보도록 하겠다.

우리가 관객석에 앉아 보는 건 무대 하나이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무대장치 제작 설치만 해도 이미 수억 원에 달한다. 거기에 조명과 특수효과 장치들이 동원되고, 무대에 등장하는 사람만 해도 족히 50명은 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주인공을 맡는 사람들은 대부분 몸값이 천정부지이다. 무대장치와 조명을 설치하는 데만 비용이 드는 게 아니라, 그걸 디자인하고 만드는 사람들과 설치하는 사람들도 꽤나 여러 명이 동원된다. 보이지 않는 부분으로 들어가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우선 오케스트라에만도 꽤 많은 플레이어가 동원되고, 지휘하는 뮤직 디렉터 및 리허설 과정에 투입되는 음악 스텝들 여러 명, 소품과 의상 및 가발을 준비하는 스텝들이 존재한다. 인건비뿐만이 아니라 실제 여기서 비용이 엄청나게 발생하는데, 예를 들어 뮤지컬 위키드 같은 작품은 350여 벌에 달하는 의상비에만 40억 원이 소요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연기 연출자 및 춤을 구성하는 안무 담당 코레오그래퍼(choreographer), 공연 시 투입되는 조명과 음향 담당자들, 그 외에는 작품에 필요한 재원 및 홍보 마케팅 등 전반적인 경영관리 인력들이 있을 것이다. (주욱 늘어놨어도 감이 안 올 수 있으나,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에 이름이 끝도 없이 올라가는 것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일일이 다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데 동원되는 사람의 수가 엄청나게 많다. 사실 일반적으로 관객이 보는 모습은 무대 자체 하나이기 때문에, 그저 아티스트들의 몸값이 비싸서 그런가 라고 막연히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무대에 보이지 않아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어 일을 하고 있음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전체 제작비용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고, 이 비용을 관객 유입을 통한 수익으로 거둬내야 하기에, 티켓 가격이 이유 없이 고가인 것은 아니란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위에 영화에 빗대었지만, 영화는 전 세계인이 보는 미디어이니 관람객의 비용 분담이 적어지는 것이고, 뮤지컬은 지정된 장소에서 한정된 인원이 관람을 하기에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   조금이라도 할인받고 티켓을 구매하는 법

앞서 티켓 가격이 고가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야기했지만, 그래도 티켓을 구매하는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할인을 받고 갈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티켓을 판매하는 전용 사이트에서 예매를 하면, 자체적으로 규정해 놓은 할인 기준이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 국가 유공자나 장애인에게는 특별 할인이 적용되고, 낮에 하는 마티니 공연은 30% 정도 저렴하다. 주말/공휴일 대비 평일 저녁 공연이 살짝 저렴하고 독특하게도 재관람을 하는 경우 할인을 해주기도 한다. 요즘은, 각 통신사에서 고객 혜택 프로모션 차원으로 공연 티켓을 많게는 50% 까지도 할인해주는 경우가 간혹 있다. 각자 사용하는 통신사의 멤버십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극장 자체나 티켓 판매 사이트에서 전용 멤버십 모집을 통해 연간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회원에게만 특별 할인이 적용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1년간 공연을 여러 차례 볼 요량이 있다면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   극장 어디에 앉으면 좋을까요?

사실 비용 걱정 안 하고 언제든 VIP석이나 로얄석에 앉을 수 있다면 무엇이 걱정이겠는가? 제일 좋은 자리에 비싼 값을 지불하고 앉으면 가장 잘 보이고 가장 잘 들린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알고 싶은 건 조금이라도 덜 지불하고 최대한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좌석을 찾아보고 싶은 것이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같은 곳은 사실 규모가 정말 크고 좌석 수가 많기 때문에, 뭣도 모르고 등급이 가장 낮은 좌석을 구매하는 경우 자칫 무대가 너무 멀어 감흥이 떨어지고 기대에 못 미치는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도 기왕지사 공연 한번 보기로 맘먹었으니 대략 10만 원 정도는 쓰겠다 하는 마음이 있다면, S석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1층 가장 뒤쪽 좌석이나 양쪽 측면도 무대 전체를 담아 보기에 아주 훌륭한 좌석이다. 그러나 S석의 꽃이라 한다면 나는 감히 2층을 권해주고 싶다. 전체적으로 마이크를 사용하는 뮤지컬의 경우는 어느 자리에서 들으나 사실 음향으로서는 비등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소리가 위쪽으로 퍼져 나가는 효과로 인해 2층 S석 좌석이 음향적으로도 훌륭하고 시각적으로도 무대 전체를 잡아낼 수 있는 꽤 좋은 선택이 된다. 

이 마저도 부담되는 수준이라면, A석 또는 B석을 선택해야겠지만, 이런 경우에는 필히 가운데 쪽 좌석을 선택하길 권한다. 측면으로 갈수록 무대가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너무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충분히 무대를 즐기기에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대극장들의 경우는 간혹 ‘오페라글라스’를 대여해주는 경우가 있으니, 멀리 앉는 대신 망원경을 통해 배우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있다는 점도 기억해두고 입장 전에 문의해보는 것이 좋다. 

예술의 전당 같은 경우는 양 측면에 ‘발코니석’이 있는데, 간혹 영화를 보면 귀족들이 마치 별실과도 같이 몇 명만 개인적으로 들어가 앉아 관람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보기엔 있어 보이지만 사실 측면에 앉으면 무대 위에 안 보이는 면이 상당히 커지기에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생긴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발코니석은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 




3)   국내 라이선스 공연과 내한공연의 차이

일반적으로는 국내 아티스트들이 출연하는 국내 제작 뮤지컬이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는 해외 오리지널 작품의 라이선스를 가져다 올리는 공연들인데, 해당 작품의 무대 디자인, 연출, 음악, 의상 등을 그대로 가져다 공연하지만 출연자들이 한국 배우들이고 한국말로 공연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동일한 무대를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영어로 관람할 수 있다. 

반면, 내한 공연이라고 하면 무엇이 다를까? 보통 ‘캣츠’ 같은 작품은 여태까지 내한공연으로만 진행이 되어 왔는데, 이런 경우는 해외 아티스트 들로만 구성된 팀이 국내 무대에 서는 경우이다. 작품 전체를 영어로 노래하게 되는데, 못 알아듣는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극장 내에서 자막을 제공하기에 내용을 따라가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자막을 꼼꼼히 읽으려 들면 무대에서 놓치는 게 많이 생기므로 이런 경우에는 특별히 더 미리 내용을 알고 가면 좋다. 보통의 경우는 오케스트라(밴드)가 라이브로 함께 공연을 하지만, 정말 드물게 비용 절감 때문인 건지 해외 아티스트 팀이 MR을 틀어 놓고 공연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이런 경우는 사실상 제대로 된 라이브 공연이라 볼 수 없기 때문에 상당히 배신감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미리 알아보고 웬만하면 MR로 반주하는 경우는 피하는 게 좋다. 아무래도 라이브 반주가 아니기 때문에 배우들과 호흡이 매끄럽지 않은 경우가 생길 수도 있고, 반대로 너무 유연성 없이 사전에 짜인 연주가 될 수 있어 감동이 저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4)   꼭 알아 두어야 할 공연장 에티켓


-   박수는 언제 쳐야 하는 가요?

공연을 보다 보면 박수를 언제 쳐야 하는 건지 주변 눈치를 살펴본 적이 혹시 있지 않은가? 보통 클래식 음악 같은 경우는 전체 한 곡이 1악장~3악장 이런 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보통은 이 전체 악장의 연주가 끝나기 전까지 중간중간 악장 간에 생기는 ‘잠시 멈춤’의 시간에는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맞다. 전체 곡의 맥을 연결해가는 아티스트의 집중력을 깨트리지 않기 위해서라고 볼 수도 있을 테고, 어쨌든 작곡가가 1악장에서 3악장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었으니 전체를 듣고 반응하는 게 맞는 예의라고 봐야 할 것도 같다. 그런데, 뮤지컬을 볼 때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사실 역동적으로 이어져 가는 무대극이라는 특성 때문이기도 할 텐데, 보통은 주인공이 부르는 솔로 곡이 끝나면 박수를 쳐주는 게 관례이다. 사실 이때 열화와 같은 반응을 보여주면 그만큼 아티스트에게 극찬을 해주는 셈이 되므로 이러한 관객의 반응은 상당히 중요하고 아티스트의 공연 역량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마지막 커튼콜 시에는 출연자들이 한 명씩 등장하며 박수세례를 받게 되는데, 이때는 마음껏 환호성을 질러도 좋다. 해외에서는 종종 박수갈채가 모자라 발을 구르기도 하는데, 아직까지는 한국 관객들이 발을 구르는 모습을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  사진은 언제 찍어도 되나요? 

요즘 어디를 가든 ‘인증’ 안 하면 요즘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게다. 우선 오디토리움에 들어서면 눈앞에 펼쳐진 화려한 무대장치를 보고 사진기부터 떠올리는 게 인지상정이나, 간혹 저작권 이슈로 인해 무대 촬영을 일절 금지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그냥 무턱대고 사진 찍어 대다 좌석 안내원들에게 제지를 당해 무안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니, 입장 시 안내원들에게 한 번쯤 문의를 하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다. 공연 중간에는 당연히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은 절대 금지이고, 배우들의 얼굴만 나오지 않는다면 시작 전 무대를 촬영하는 것을 허용하는 경우도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공연 말미에 커튼콜 같은 경우는 대부분 촬영이 허용되니 이 또한 사전에 한번 확인하면 좋을 것 같다. 



-   화장실은 언제 갈 수 있나요?

공연장은 영화관이 아니기에 사실 갑자기 너무도 급하게 자연이 부른다 하여 마음대로 들락날락 하기는 좀 어렵다. 이는 사실 무대에 선 아티스트 들의 집중력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입장 전에 화장실을 미리 들러 주는 센스는 필수이고, 정말 죽을 정도의 긴급 상황이 아니라면 공연 중간에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 예의이다. 만약 부득이 퇴장을 해야 한다면, 다시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움직이는 게 좋다.

같은 맥락에서 공연이 이미 시작되었다면 입장은 불가하다. 아쉽지만 인터미션(중간 휴식시간) 때까지는 밖에서 대기해야만 한다. 외국의 경우는 이게 좀 더 철저히 지켜 지기 때문에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다면 극의 반을 못 보게 되는 불상사가 초래되는데, 한국은 조금 늦은 사람들도 들여보내는 경우를 간혹 목격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이렇게 하지 않는 것이 서로 공연을 즐기는 예절임을 반드시 기억했으면 좋겠다. 




5)  2021년 만나볼 수 있는 작품들 

지난해 코로나의 영향으로 사실상 모든 공연계가 얼어붙었었다.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이 상황에 언제까지 그저 모든 것이 중단된 상태로 넋 놓고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는 새로운 뉴 노멀의 상태에 적응을 했고, 올해 들어서며 공연계도 조심스레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주요 극장마다 굵직굵직한 작품들의 일정이 잡혀 있는데,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주로 흥행이 검증된 작품들로 주를 이룬 듯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들일 수 있는 관객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기에,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관람객들이 좀 더 수월하게 선택할 만한 작품들을 선정해야만 그나마 가능한 좌석수를 채워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여 관객의 입장에서는 손쉽게 선택 가능한 좋은 작품들로 채워져 있는 양상이다. 

추후 발생하는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으나, 우선 뮤지컬 전용 극장인 샤롯데 시어터를 살펴보면 ‘팬텀’, ‘지킬 앤 하이드’, ‘마리 앙투아네트’와 같이 흥행이 보증된 작품으로 일정이 채워져 있다. 4월엔 디큐브 아트센터에서 ‘시카고’를 무대에 올릴 것으로 예상 중이며, 하반기에는 충무 아트센터에서 ‘레베카’를 계획 중에 있다. 현재는 블루스퀘어 홀에서 5월 1일까지 위키드가 공연 중에 있는데, 이후 부산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2월 중 서울에서 막을 내린 내한공연팀의 캣츠는 바로 부산에서 막을 올려 4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사실상 그 어떤 작품을 선택해도 ‘재미’가 보장될 것으로 보인다. 




작품에 관한 팩트 정보만을 보길 원한다면 간단히 '검색' 서비스로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지만, 공연 문화와 작품 전반에 관해 마치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편안한 글로 전해드리고 싶었다. 아무쪼록 조금이라도 거리감을 좁히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조심스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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