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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리 Mar 09. 2021

MBTI로 판단하는 사람들

맹신은 위험하다.

나도 한때 MBTI, 심리테스트 등을 좋아했다. 하지만 내 성향에 대한 이론적 객관화를 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고 그 좋아함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나의 이전 포스팅 '내가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중'에서도 MBTI에 관해 이렇게 적었다.



MBTI나 심리 테스트, 한때 내가 푹 빠져 있었다.


막연히 안다고 자부한 '나'를 명확히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나라는 사람이 왜 이런지에 대한 자기 합리화 수단으로 아주 유용하게 쓰려고 그랬던 것도 같다. '아, 나는 이런 사람이었지. 여러분,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 그렇게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재확인하며 이상한 안도감도 느꼈다.


그런데 요즘은 직접 부딪히며 깨닫는 중이다. 사실 좀 부끄럽기도 하다. 이제껏 허투루 산 것 같기도 하고, 30대가 된 지금에서야 하나씩 알아간다는 게 너무 늦은 것도 같고. 그러다가도 이게 진짜 30대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나는 요즘 내가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중이다.




얼마 전 친구를 만났다. 그러다 MBTI 이야기가 나왔다.


남자 친구랑 싸울 때마다 매번 남자 친구가 이해가지 않았는데, MBTI를 해 본 결과 비로소 남자 친구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남자 친구는 F(감정)인데 자기는 T(사고)네, 이건 같고 저건 다르다. 그러면서 내 MBTI를 묻는다. 그렇게 나에 대해 알아주면 거기까지 나도 okay 였을 텐데, 자기가 보기에 나는 J인데 왜 P가 나왔냐고 따져 묻는다.


MBTI 특성을 찾아보면 나와 맞는 부분이 있고 다른 부분도 있다. 거기서 말하는 내용들이 100% 나와 같지 않다. 하지만 MBTI를 맹신하고 있는 친구는 그 MBTI에 나를 맞추며 이것저것 비교했다. 문제는 비교에만 그치지 않고 나를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답했다.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아. 이런 상황에서는 외향성의 E가 발현되고, 저런 상황에서는 내향성의 I가 발현되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E야! I야!'라고 단언하기가 어려워."


전체적으로 보면 MBTI 테스트 결과 나온 성향이 대체로 나랑 맞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아니라는데 맞다며 강요하고, 또 나랑 비슷한 부분은 자기 생각엔 그렇지 않다고 강요하고. 대체 왜 때문에 자기가 생각하는 나를 MBTI에 껴 맞추고 있나.


획일화된 결과에 짜 맞추기 하듯 나를 집어넣는 친구의 모습에 정이 떨어졌다. MBTI에 너무 맹신하는 친구를 보며 나도 한때 저랬나 잠깐 생각했는데, 나는 그냥 나를 파악하는 걸 좋아했지 그걸로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진 않았다.


MBTI든 심리테스트는 어느 정도 적당히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는 정도가 딱 좋은 것 같다. 뭐든 맹목적인 신뢰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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