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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라진 Nov 30. 2021

출산임박!스웨덴에선 출산가방보다 먼저 준비할게 있다고?

어느덧 임신 36주 차. 두둥! 우리에게도 출산을 준비할 때가 왔다.


지난 월요일 조산사와의 면담에서 2주 후에 만날 때까지 '출산계획서(Förlossningsbrev 일명 출산편지)'를 준비 해오라는 미션을 받았다.


아니, 출산이 내 뜻대로 착착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누굴 위해 뭘 위해 '출산편지'를 준비하라는 건지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이전의 글에도 잠깐 소개한 것처럼 스웨덴에서는 임신 기간 동안은 조산사를 만나고, 출산 당일에만 출산병원을 가게 된다. 그때 출산 가방과 함께 꼭 챙겨가야 할 것이 바로 출산 편지.

한국 떠나기 전 엄마와 동생이 선물해준 아기옷들, 그리고 이 옷들 세탁하는데만도 시간이 한참이다

조산사는 빠르면 37주 - 41주 사이에 출산을 하기 때문에 그전에 출산 편지를 준비할 것을 추천한다.


출산 편지의 궁극적인 목적은 출산 당일 어느 병원을 가든, 산모와 남편이 어떤 출산을 원하는지 담당 조산사/의사가 바로 알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출산 편지에 적을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 산모, 혹은 우리에 대해 꼭 알아야 할 것
- 산모, 혹은 우리가 출산에서 가장 고대하는 것 / 걱정하는 것
- 분만 중 진통제에 대한 산모의 의견 (무통주사 등)
- 생각하고 있는 분만 자세
- (경산모의 경우) 이전 출산에서의 경험

등등이 있다.


참고로 스웨덴은 '자연분만'이 기본이다. 제왕절개를 원한다고해서 산모가 선택할 수 없다.


제왕절개는 산모와 아기가 정말 위험한 상황에서 담당의사의 판단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 출산 편지 또한 '자연분만'을 한다는 전제를 기본으로 작성하게 된다.


스웨덴 출산병원은 1인 분만실로 산모와 남편 두 사람이 출산 내내 같이 할 수 있다. 


부부가 원하는 음악을 틀어놓을 수도 있고, 산모는 진통을 감소하기 위해 샤워나 반신욕을 할 수도 있고 또 짐볼 운동을 하며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도 있다.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출산 3대굴욕처럼 무조건 의료진 말대로 해야한다 라고 강요받는 건 없다.


모든 진통과 출산분만 과정은 산모와 남편, 그리고 조산사의 도움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 과정 동안 조산사는 아기를 받아주는 것뿐만 아니라 산모가 정서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해주고, 진통 완화를 위한 호흡법과 자세를 유도해준다. 


긴박한 분만에 구구절절 작성한 우리의 출산 편지를 다 읽을 시간이 있을까 싶어 최대한 중요한 내용만 적었다. (그리고 분만 당일에 원하는게 있으면 다 요구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남편만 믿고 스웨덴에 와서 출산을 결심했기 때문에 출산과정 동안 남편이 제 옆을 지켜주는 게 너무 중요해요.

일단 진통은 견딜 수 있을 만큼 견뎌볼게요. 무통주사 맞는 게 무서워요. (스웨덴에선 무통주사를 맞기 전에 선택할 수 있는 마일드한 진통 경감 방법들이 여러 개 있다. 전기 마사지, 침술, 웃음가스가 일단 기본적인 진통 경감 조치)

 

그 외에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아기가 세상에 나온 후 엄마아빠와의 스킨투스킨 시간(캥거루 케어)이다.


모유수유와 더불어 스웨덴 출산에서 너무 중요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라 출산편지에 굳이 적지 않았다. 


스웨덴에선 아기를 낳고 나면 신생아실로 데려가서 케어하는게 아니라, 기본적인 검진을 엄마아빠가 있는 분만실에서하고 부모와 아기가 함께 할 시간을 충분히 준다.


실제로 이미 출산한 스웨덴 친구들의 경험에 의하면, 담당 조산사가 분만 당일 이 편지를 읽고 산모가 원하는 대로 분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말해줬다.


사실 우리의 출산 편지가 얼마나 출산 경험에 영향을 줄지 큰 기대는 없다.


하지만 출산편지를 작성하다보니 분만이 나 혼자만의 고통과 부담이 아닌 것 같아 외롭지 않았다. 


무엇보다 출산이 의료진 주도의 분만이 아닌, 산모 나 자신 주도의 출산을 경험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되있어서 안심이 되고 또 감사하다. 


이 세상에 나오려는 아기와, 든든한 남편,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나 자신을 믿고 어디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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