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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안 XianAn 스님 Apr 15. 2024

불편한 마음, 진전할 기회

저는 대장 같은 기질을 갖고 태어났습니다. 게다가 무남독녀 외동딸로 말입니다. 그리고 어른이 된 후 이른 나이인 20대 후반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직원을 부리고, 사장 역할을 하는데 타고난 성품이 꽤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출가생활에 있어서는 그것이 많은 장애가 되었습니다. 출가하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런 말투과 행동이 있으니,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했습니다. 나는 이미 그걸 고치려고 최선을 다하는 중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꽤 자주 사람들에게 말하곤 했습니다. "이미 노력 중이라고요. 출가한다고 하룻밤에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는 거예요!"


이런 것들이 나에게 늘 괴로움을 주었습니다. 게다가 미국에서 출가 후 6개월만에 스승님은 나를 한국으로 보냈습니다. 승가 훈련을 제대로 받지도 못했는데, 청주 시골 건물에 떵그라니 혼자 보내졌습니다. 물론 그때 한국에서 출가한 스님들이 함께 있었지만, 위앙종식으로 수행하고자 오신 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문제가 생기면 오히려 저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래서 한국식을 그냥 따르면 되는 것인지, 미국에서 보고 들은대로 그냥 하면 될지 몰랐습니다. 나의 타고난 강한 책임의식은 오히려 미국에서 보고 들은 것이 더 옳다고 스스로 믿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상황상황마다 많은 것이 나를 번뇌롭게 했습니다. 게다가 영화 스님은 나에게 어떤 결정권도 주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당연히 나에게 책임이 있다고 단정 지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자기 맘대로 안 되는 일이 생기면, 그때마다 나에게 탓을 돌렸습니다. 사람들은 많은 스토리가 있었습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날 너무 힘들고 괴롭게 했습니다. 그래도 나름 참고 견디려고 무진장 애썼습니다. 화날 때도 많았고, 맘속으로 남을 탓할 때가 많았습니다. 안하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했습니다. 내가 많이 번뇌로울 때,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거나 거부한다고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스승님은 이런 모든 걸 알면서도 개입없이 그냥 내버려뒀습니다.


이제 시간이 흘러서 더 많은 사람들이 왔고, 많은 사람이 수행을 통해서 발전했습니다. 한번은 보산사에서 출가한 한 스님, 그러니까 나의 사제 스님(같은 문중 동생스님)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와우. 새로 온 스님을 보니까 예전에 내도 저랬구나, 다른 이들을 많이 괴롭게 했구나! 합니다" 사실 말을 스님은 예전에 나에게도 많은 고통을 야기했습니다. 당시 보산사에서 하루하루는 나에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사제 스님은 내가 보라선원으로 다른 여러 스님들이 들어왔고, 그들을 겪으면서 자신도 역시 그랬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이제 우리의 승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 각자 자기 자신을 돌이켜볼 수 있는 기회도 더 큽니다. 누구 한 사람 탓을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나의 스승인 영화 스님은 더 뛰어나거나 오래되었다고 해서, 우두머리로 두지 않고, 동등관계로 만들어놨습니다. 그래서 선배부터 오늘 들어온 사람까지 모두가 괴로움과 번뇌를 겪에 만듭니다. 우리 모두 번뇌를 많이 겪어야 했지만, 덕분에 승가와 사부대중은 더 균형잡히고 단단해졌습니다.


사실 나의 대장 기질은 어릴 때 아버지에 의해 더 강화되었습니다. 어디 가든 기죽지 말라면서 너는 잘났다, 너는 뛰어나다, 큰소리쳐도 된다 등으로 다듬어졌습니다. 그래서 출가해서 한국에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했습니다. 영화 스님처럼 뛰어난 스승님 곁에 오래 있어서 아는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아닌 척하려고 노력하고 있었지만,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의 약점, 오류, 허물을 업신여기는 마음이 많았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나 어리석습니다. 그리고 수행은 그런 문제들을 파고들고 깊이까지 들어갈 수 있게 해 줬습니다. 나의 스승님은 내가 밤낮으로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도 칭찬해 주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많은 노력으로 큰 문제를 해결해 놓는다든지, 어려운 문제를 잘 처리해 놓아도 칭찬은 없는 겁니다. 나의 멍청한 아상이 튀어나와서 잘난척하거나 힘을 휘두르게 하게 두지 않는 겁니다. 그러므로 나는 맘속 깊이 선택해야 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나를 위한 일인가? 진정으로 사람들을 위한 일인가? 승가로써 진정으로 사람들을 위해서 헌신하고 봉사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인정받기 위해서, 좋은 평판을 위해서, 칭찬 듣기 위해서 하고 있는 것인가?


불교의 많은 가르침들은 듣기에 아주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수행은 하고 있는 일이 나의 개인적인 문제일 때 비로소 시작합니다. 몸과 마음이 힘들면 스승님이 날 인정해주지 않는다, 오해한다. 사람들이 너무 심하다, 이게 무슨 쓸모있어 이런 여러 구실을 갖고 불평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불편한 상황과 사람들을 거울삼아 내 마음을 비춰볼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수행의 과정은 타인의 문제, 실수, 성격을 이해하는 게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 잘못했을 때, 그게 틀렸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눈에는 타인의 문제가 잘 보입니다. 우리가 겉으로 티 내지 않고, 말하지 않더라도, 맘속에서 타인의 문제를 판단하고, 관심을 갖습니다. 그런 습관의 힘을 강력합니다. 그러니 기억하십시오. 누군가 실수를 했다면 그건 그 사람의 문제입니다. 그걸 핑계로 사람들의 마음에 미움과 증오를 퍼뜨리지 마십시오. 누군가 잘못하거나 번뇌하는 것은 그들의 괴로움입니다. 우리가 거기에 더 상황을 악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자기 자신만 보십시오. 그것이 바로 수행입니다.


오직 자기 잘못만 보면 됩니다. 다른 이가 실수하면 그건 그 사람의 문제입니다. 절에서 누군가 적절치 못한 행동을 하면, 그건 자신의 번뇌를 볼 기회입니다. 우리는 기분이 상하는 즉시 더는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기분이 상하면 탓을 돌릴 대상부터 찾습니다. 그건 장애가 될 뿐입니다. 진지하게 수행하길 바란다면 수행의 진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여러분도 훌륭한 선지식을 만나면 큰 시험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 집중하십시오. 그리고 복을 심어야 합니다. 큰 복을 심어야 멀리 갈 수 있습니다. 중요한 불법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큰 공덕부터 지어야 합니다. 복이 있어야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덕 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덕은 손해를 본다는 것을 뜻합니다. 명성과 돈을 탐하는 대신 손해를 감수하고 많이 베풀어야 합니다. 그것이 대승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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