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불교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으며, 칭송받는 명상법은 화두입니다. 그래서 한국에는 30년, 40년, 50년 이상 화두 수행을 해 온 전문가가 많습니다. 특히 선방 스님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중국부터 한국의 불교 역사, 선지식의 이야기, 조사 어록, 경전 등에 대한 지식이 상당합니다. 게다가 수십 년간 수행하면서 겪은 많은 경험담과 통찰에 대해서 들어볼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화두"란 무엇일까요?
중국, 한국, 대만과 같은 동양권에서 가장 잘 알려진 선 명상법은 당연 화두(話頭)입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꽤 많은 분들이 저에게 화두에 대해서 아는지, 화두를 해봤는지 물어봅니다. 그러면 제가 해줄 수 있는 대답은 "아니요! 저는 화두 잘 몰라요. 해본 적이 없습니다."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이런 대답에 실망을 감추지 못합니다. 화두를 하지 못했으니 수준이 떨어져서 더는 물어볼 것도 없다는 표정입니다. 그만큼 화두는 동양에서 가장 높은 수행법으로 여깁니다.
화두는 무엇일까요? 화두(話頭)는 말 그대로 ‘말머리’라는 뜻입니다. 일본인은 ‘코안’이라고 부르고, 중국에서는 ‘공안’이라고 합니다. 그게 바로 명상 주제입니다. 그 화두는 스승이 제자에게 주는 것인데, 받은 화두를 명상 주제로 삼아서 심사숙고하는 것입니다. 즉 ‘참화두(參話頭)’를 하는 겁니다. 여기서 ‘참(參)’이란 앉아서 그 주제를 ‘관(觀, 자세히 보다)’ 즉 심사숙고한다는 의미입니다.
전통적으로 중국에 유명한 화두가 여럿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미생전 본래면목(父母未生前本來面目) 즉 당신이 태어나기 전 본래 얼굴은 무엇입니까”라는 화두는 육조대사로부터 유래합니다. 참화두를 한다는 것은 앉아서 좌선을 하는데, ‘태어나기 전 내 얼굴은 어땠을까?’, ‘뿔이 있었을까?’, ‘태어나기 전 나는 누구였을까?’ 등 앉아서 의문을 가져보는 것입니다. 또 다른 유명한 화두로는 뭐가 있을까요? “한 손으로 손뼉 칠 때 어떤 소리가 나는가[隻手聲, 척수성]”입니다. ‘한 손으로 치는 박수는 무슨 소리일까?’라고 스스로 묻는 것입니다. '한 손 박수 소리는 뭘까?’라고 그 주제를 스스로 묻습니다. 오직 그 질문만 하는 것입니다. 앉아서 자기 자신에게 한 질문만 하는 것입니다. 전혀 복잡한 과정이 아닌 겁니다.
오직 앉아서 그 질문만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그뿐입니다. 한 생각만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생각으로 따라가지 않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떻게 한 손으로 박수 소리를 내지?’, ‘한 손으로 박수 소리가 날 수 있나?’ 등의 생각이 올라옵니다. 이제 두 번째 생각이 있습니다. 첫 번째 생각은 ‘한 손의 박수 소리가 무엇인가’라면, 두 번째 생각은 ‘어떻게 한 손으로 박수 소리가 날 수 있지?’입니다. 그러니까 생각이 둘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건 더 이상 화두가 아닙니다.
화두는 오직 한 생각에서 멈추는 것입니다. 한 생각, 즉 ‘한 손으로 치는 박수 소리가 무엇인가’ 그 외엔 두 번째 생각이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화두입니다. 예를 들어 태어나기 전 본래면목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하는데, 잠깐 날 태어나게 해 준 건 우리 아버지인데, 우리 어머니가 날 낳으셨는데, 내 얼굴 형태가 이렇게 된 게 두 분과 연관이 있을 텐데 등의 생각들이 올라올 수 있습니다. 그건 화두가 아닙니다. 그건 앉아서 생각하고 있는 것이지 더는 선 명상이 아닙니다. 그건 참선의 기본 원리에 반하는 것입니다.
명상은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Meditation is no thinking). 선을 하면서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고, 그걸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그건 끝입니다. 선 명상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앉아서 태어나기 전 내 본래 얼굴이 무엇인가, 그것만 묻습니다. 그리고 다른 모든 생각은 뭐든 다 버립니다. 그것이 바로 화두입니다.
스승이 제자에게 화두를 줄 때, 결가부좌, 호흡, 단전, 통증 등 이런 건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그냥 지침은 단 하나입니다. 그 화두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오직 하나의 지침은 “이것이 공안이다. 나가라”입니다. 그 외에 다른 건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화두에 실패하게 됩니다. 그리고 화두에 성공한다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스승님은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심인(心印, mind seal)이라고 부릅니다. 아무런 말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걸 이심인심(以心印心, mind to mind seal)이라고 합니다.
여러분도 화두에 호기심이 있다면 한 번 해보실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중 어떤 주제든 고를 수 있습니다. "태어나기 전 본래면목은 무엇인가(父母未生前本來面目)?". "누가 염불하고 있는가(念佛是誰)?". "한 손으로 친 박수 소리는 무엇인가(隻手聲)?" 재미로 해보세요. 그리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냥 한 질문만 하십시오. 다른 건 다 떨쳐버리세요.
참고자료: 영화 선사의 영어 법문(2016년 4월 2일) https://youtu.be/6xalXaNOf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