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는 "무시이래(無始以來)"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우리가 절에 다니면서 여기저기서 "무시이래"라는 단어를 보게 됩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 개념에 무감각해집니다. 하지만 이 단어를 잘 살펴보면 그 뜻이 참으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시이래"를 한자 그대로 풀면 "시작이 없는 이래"라는 뜻입니다. 즉 시작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무한히 반복된 과거가 있다는 뜻합니다. 그리고 이걸 영어로 "Beginningless time"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이 세상을 끊임없이 돌고 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러 존재로 끊임없이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한다는 의미입니다. 어느 생에서는 인간으로 태어나고, 그러다가 천상에 가기도 합니다. 물론 이렇게 항상 운이 좋지만 않습니다. 위대한 선지식들의 말에 따르면 인간으로 태어나면 그다음은 거의 대부분 삼악도 즉 동물의 세상, 아귀(배고픈 귀신)의 세상 또는 지옥으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 글은 이번 브런치 연재글에서 마지막이니까 이런 무서운 예 대신 우리가 아주아주 복이 많고 운이 좋다고 가정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났다가 좋은 일도 많이 하고, 복을 많이 쌓아서 천상에 갔다고 해봅시다. 다시 말하지만 그건 우리가 좋은 일을 많이 하면 그렇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자선사업을 하거나, 명상하면 더 좋은 곳에 갈 기회가 있는 겁니다.
특히 여러분이 가부좌를 틀고 앉을 때마다 좋은 "연"을 심는 것입니다. 연이란 조건, 상황, 인연 그런 뜻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이 다리를 꼬고 앉아서 아픈 걸 참으면, 천상에 갈 수 있는 복을 짓는 겁니다. 그와 동시에 깨달음으로 갈 수 있는 복도 쌓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더 선한 사람,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어서 그런 겁니다. 또는 기독교나 천주교에서 하듯이 자선사업을 하고, 불우한 이웃을 돕는 겁니다. 그런 선업을 많이 지으면 천상에 올라갈 복을 쌓는 겁니다.
불교에서 하는 선 명상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여러분이 열심히 앉아서 도를 닦으면, 그래서 삼매에 들어갈 수 있는 힘을 개발하면, 그건 자신이 직접 죽을 때 천상에 갈 능력을 개발하는 겁니다. 멋지지 않나요? 불교에서는 천상에 가는 방법도 가르쳐줍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천상에 가면, 그건 천상의 복이 많아서 가는거죠? 그런데 천상에서 아주 아주 오랫동안, 여러 생에 걸쳐서 행복한데, 그게 영원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복이 다 소진되고, 그러면 우린 결국 더 낮은 법계로 내려와야만 하는 겁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천상에서 아주 아주 오랫동안 고통이 없이 살았는데, 그런 환경에 너무 익숙한데 괴로운 곳으로 와야 합니다. 천상에서는 고통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사람들은 거기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수행하지 않습니다. 필요성이 없으니 선 수행을 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사업할 때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에 명상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너무 살만하고, 돈이 많고, 갖춘 게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명상하면 훨씬 더 좋을 수 있지만, 반드시 해야한다는 생각이 없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세상에 원하는 건 뭐든 다 얻을 수 있는데, 어째서 괴로운 걸 견뎌야 할까요? 그러니 수행하지 않습니다.
천상에서 태어났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처음 태어난 그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오직 즐거움만 있습니다. 그러니 수행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죽을 때가 되서야, 아이구 큰 일 났네! 그러니 너무 늦어버립니다. 그리고 천상의 존재에게는 이게 엄청난 무서움, 고통입니다. 인생 처음으로 겪는 고통이니까요. 그러면 그 고통을 참을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천상에서 살다가 복이 다 떨어지면, 아래로 내려올 때 인간계처럼 괜찮은 데로 오긴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 불교에서는 천상에 가는 것이 좋은 생각이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여러분에게 좋은 일이 아닙니다. 시간 낭비입니다. 왜냐하면 결국 떨어져야 하고, 거기 영원히 있을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우리는 선을 수행합니다. 그리고 이번 생에 깨달음을 얻기를 바랍니다. 만약 이번 생에 깨달음을 얻으면, 윤회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또 한 가지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정토에 가는 것입니다. 거기서는 오직 안락만 알고, 우리 세상의 어떤 천상보다 훨씬 더 낫습니다. 비교가 안 됩니다. 게다가 훨씬 더 안전하고, 더 행복하고, 한 생에 깨달음을 얻게 된다고 합니다. 정토에 가는 것이 어떤 천상보다 훨씬 나은 길입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어쩔땐 행복하고, 또 어쩔때에는 고통을 겪습니다. 행복과 고통을 반복합니다. 그러니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지혜가 있다면, 이곳에서 벗어나려고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벗어나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정토에 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잊지 마십시오! 정토에 가는 노력을 멈추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