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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아메리칸 선명상”

by 현안 XianAn 스님 Feb 27. 2025

5년 전 미국에서 출가했을 때, 스승님인 영화스님은 나를 한국으로 보내며 한국의 어른 스님들로부터 잘 배우라고 당부하셨다. 나에게는 스승의 말씀은 곧 하늘의 뜻과 같은 즉, 인연을 넓히고 배우고자 여러 스님들을 찾아뵙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아는 분들도 없는데 애써 인연을 만들어보려고 노력도 많이 했다. 그리고 출가 전 쓰던 출가이야기를 출판해 주신 출판사 대표님께서 나에게 부산 홍법사에 가보라고 추천해주셨다. 그렇게 심산스님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심산스님과의 첫 만남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스님은 시원시원하고 호탕한 성격이셨으며, 대화도 자연스럽게 잘 통했다. 돌이켜보면, 내가 미국에서 출가해 한국의 절 문화가 아직 낯설고 서툴렀던 시절이라, 다소 당돌하게 보였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도 심산스님은 늘 나를 따뜻하게 반겨주시고, 훈계 대신 격려로 품어 주셨다. 그 인연 덕분에 스님 생활이 힘들게 느껴질 때 마치 삼촌 댁에 가듯 홍법사를 찾곤 했다.


어쩌면 미국에서 배운 선명상을 더 널리 알리고 싶어 하는 내 진심이 스님께 전해졌는지, 심산스님은 홍법사에서 "아메리칸 선명상"을 소개할 기회를 주셨다. 하지만 막상 국내 불교 1번지인 부산에서 하려니 마음이 설레고 떨렸다. 부산에서 만날 분들은 수십년간 불교 공부를 해왔을텐데, 내가 하려는 이야기가 이분들에게 너무 쉬운건 아닐까? 홍법사에 갈 때마다 불자님들이 날 봤을텐데, 스님답지 나의 모습에 이미 신용을 저버린건 아닐까?


우리 절에서 수행 중인 학생들 몇 명과 대책회의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우리 절에서 나이가 좀 더 많으신 한 분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스님은 염불을 방법론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간절하게 해본 적 있나요?”
“아니요.”
“그럼 부산에서 만나게 될 불자님들과 스님이 이해하는 기도의 차이가 꽤 클텐데, 그건 어떻게 좁히실 건가요?”


이 질문은 내게 깊은 고민을 남겼다. 나는 명상의 필요성을 느껴 절에 다니기 시작했고, 수행의 진전을 위해 계율을 받았으며, 출가 후 염불은 ‘해야 하니까’ 했다. 마치 업무와 같았다. 그러다 염불이 아주 효과적인 명상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만, 여전히 그건 방법론적 접근인것이다. 그러니 간절하게 기도하듯, 진심으로 부처님께 소리공양을 올린다는 마음으로 염불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부산에서 “아메리칸 선명상” 워크숍이 열렸다. 거기서 많은 불자님을 만났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서구적 방식으로 수행을 접근하던 나는 모든 수행을 ‘방법론’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늘 그랬기 때문에 내가 그런 줄도 몰랐다. 그리고 이번 만남에서 나는 계산 없는 순수한 신심을 마주했다.

그렇다면 부처님을 향한 신심으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기도해 온 이분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삼보에 의지해서 경전과 부처님의 명호를 간절히 독송해 온 분들에게 어떻게 보탬이 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오히려 이분들에게 선의 여러 기술과 방법론을 공유해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미 신심과 정진을 갖춘 분들에게 선의 방법론이 더해지면, 이는 “호랑이에 날개를 다는 격”이 될 거라 믿는다. 그러면 불자님들의 기도도 또한 더 큰 감응을 가져올 것이다. 동시에 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방법론이 아닌 더 순수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비록 우리가 배운 불교의 겉모습은 다를 수 있지만,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하고자 하는 그 진심으로 함께 걸어갈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대승의 정신일 것이다. 각자 생각과 이해가 당장은 다를 수 있겠지만, 큰 그림을 본다면 이런 차이들은 사소해진다. 우리는 그것들을 잠시 옆으로 두고,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서로 도우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 길 위에서 나 또한 나의 한계를 극복해가며, 더 큰 신심과 지혜로 발전하고자 한다. 앞으로 우리가 함께 나누는 시간이 서로에게 더 깊은 배움과 성장을 가져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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