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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재 Jan 01. 2021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

과연 우리는 준비되어 있을까?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

정말 잘 만든 문구다. 내포하는 뜻도 분명하고, 공감도 쉽게 일으킨다. 정말 잘 만들어진 문장임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 문장에 가려진 무게를 우리는 정확히 인지하고 있을까?


유기동물은 갈수록 증가한다.

2019년 유기/유실 동물의 수는 13만 6천 마리였다. 13만 6천. 가히 경악할만한 숫자다.

그에 반해 주인이 다시 찾아가거나, 입양하는 비율도 하락세다. 유기동물 분양률은 2015년에 32%, 2016년 30.4%, 2017년 30.1%, 2018년엔 27.6%로 점점 낮아지고 있다.


단순히 안타까워서?

이전에 펫 샵이나 동물을 분양받을 때 우리가 가장 경계하던 것이 있다. 바로 당장의 귀여움만 보고 데려오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생명을 데려오는 일은 많은 책임감을 요구하고, 그 책임감을 위해선 다양한 물리적 요소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왜 우리는 많은 기사나 글에서 한 번 유기되었던 아이가 또다시 파양 되는 일들을 마주해야 할까? 현재 60%가 넘는 비율로 사람들은 아는 지인을 통해 반려동물을 데려온다. 한 동물의 부모가 또렷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최소 3개월 이상 부모, 형제 밑에서 자라온 아이를 데려와도 사람들은 매번 반려동물을 기르는 데 미숙하다.

즉, 완벽한 환경이 뒷받침되었던 아이를 입양하는 것과 유기 경험이 있는 아이를 입양하는 건 출발 선상부터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불편해해서는 안된다. 그 환경과 상처를 이해하고 보듬으려면 결국 다르다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건 많은 준비와 시간, 물질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날 맞아주고 날 위해 꼬리를 흔들고, 웃음이 만연한 아이를 보기 위해서는 긴 시간을 들여 오래도록 마주해야 한다. 그 상처는 우리가 유기견을 입양하는 순간 같이 따라오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유기동물은 다 문제가 있을까?

유기동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많이 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존재한다. 동물보호시설에서 유기동물을 입양할 의사는 26.2%이다. 입양을 어려워하는 주요 이유로는 질병, 행동 문제(43.1%), 높은 연령(16.9%), 절차를 몰라서(12.3%)로 나타났다. 사실, 버려지기 이전의 동물에게서 발견되는 문제는 적은 편이다. 그 이유는 대부분 버려지는 원인이 보호자에게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결국, 버려지기 이전의 아이들은 사실상 좁은 케이지 안에서 언제가 될지 모를 안락사를 기다릴 만큼 보호자에게 해를 끼친 행동문제 및 질병 문제가 있는 경우는 적다는 것이다.

 다만 버려진 이후의 질병 및 행동 문제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우리는 이를 인지하여야 한다. 우리가 데리고 올 아이는 문제가 분명히 있을 수 있지만, 충분히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버려지는 아이들 대부분이 ‘실제로 치료할 수 없을 정도로’ 질병, 행동문제를 가진 경우는 적다.

 문제가 있는 아이를 버려서 -> 문제가 있는 아이를 입양한다는 사실과 문제가 없던 아이를 버려서 -> 문제가 생긴 아이를 입양하는 건 애초에 다르다. 우리는 이 다름을 이해하고, 아이가 다시 빛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애정을 들여 가족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유기동물도 잘 분양되는 ‘급’이 있다.

우리는 불편한 진실을  안다. 아무리 좋은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름다운 것에 끌리는 불편한 진실 말이다. 나는 이것을 잘못되었다고 손가락질하거나 비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유기동물 중에서도 품종견() 소형견이 분양률이 가장 높은 것은 굳이 지표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누구나  어렴풋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아름다운 것에 끌린다. 귀여운 외모, 아름다운 빛깔, 우아함. 나는 이러한 것에 끌리는 사람들을 손가락질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사실 동물이 가질  있는 원초적인 매력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부정하는 것은 우리가 유기 동물의 입양률을 높이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아이에게 또 다른 가족의 품을 찾아주어야 하는데, 사람들의 니즈를 결국은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분양률을 높일까? 어느 한 유기동물 프로젝트에서 유기동물 증명사진을 시행한 적이 있다. 또 다른 예시로는 펫 샵에서 여느 분양 동물을 찍을 때처럼 예쁘게 세팅을 해주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을 찍는 일을 했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누구나 예상 가능하게도, 분양률이 증가했다. 아름다움은 품종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시골 믹스견(시고르브자브종)을 보고도 예뻐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력이다.

유기 동물을 우리는 현재 ‘안타깝고 불쌍한’ 이미지로만 소비하고 있다. 나는 이 시선부터 바꿔야 한다고 본다. 유기 동물의 ‘안타깝고 불쌍한’ 이미지의 소비와 마케팅을 멈추고, 그 아이들이 결국에 내뿜을 수 있는 ‘긍정적 에너지’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그 아이도 누군가의 품에서 얼마나 반짝거릴 수 있는 아이인지, 얼마나 예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아이인지를 더 극대화시켜야 한다. 우리는 아름다움이 주는 매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애정과 환경 속에서 피어난 건강한 아이들의 웃음은 어떠한 미적 요소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다.

또한, 입양하는 사람은 그만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준비해야 한다. 유기동물을 입양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문제와 입양하고자 하는 본인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충분히 고민한 후에 입양해야 한다.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

짧은 문장 안의 좋은 뜻 말고도 그 무게감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유기하지 않는 시대가 오는 것이 더욱 중요하겠지만, 유기동물을 입양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우리는 저 문장의 깊이를 똑바로 마주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참고 자료 : 농림축산식품부, 19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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