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모닝빵 / 여름얼굴 / 볕과 물과 그리고 풀

by 김키친

우유 모닝빵)

지인을 초대하거나 외식을 할 때면 그간의 식단을 내려놓고 자유로이 식사를 한다. 주말 또한 다르지 않다. 별다른 강박 없이, 한정된 메뉴 없이, 기쁘게 이런저런을 만끽해 본다.

몇 년째 간간이 만들어오고 있는 우유 모닝빵으로 집안 가득 향긋한 버터와 따순 공기가 들어찬다. 좋아하는 빵이 완성된다. 알룰로스를 사용해 만든 딸기민트잼과 성분이 마음에 드는 블루베리잼을 준비한다. 빵이 다 식기도 전에 즐거이 먹어 치운다. 끼니의 기쁨은 거를 수 없으니 오후가 되면 사촌동생이 남겨두고 간 전설의 가마도상을 꺼내든다. 윤기가 넘실대는 옥수수 솥밥을 짓고 여러 가지 나물과 뭉근히 끓인 두부김치찌개도 잊지 않는다. 주말의 식사는 이웃 정원의 나무만큼이나 산들거린다.


여름얼굴)

킨츠기를 마무리하고 궁중 한식을 시작했다. 귀여운 걸 잔뜩 사고 이만 사천보를 걸어냈다. 할 수 있는 모든 날을 피트니스로 향했으며 수영을 시작해 볼까 고민한다. 결이 고운 마음들이 날아들어 반갑고 따뜻했지. 기본을 배우는 일은 그럴싸하다. 선선히 베여가는 한국의 여름날이 달큰하고 근사해서 마음이 들어찬다. 칠월은 더 그리고 더 좋을 거야. 우리 모두에게.


볕과 물과 그리고 풀)

오늘의 여름은 꽤나 길고 화창히 기억될 것이다. 자분자분 담가 먹던 아삭한 오이피클과 계절 내음이 서린 호박꽃, 달콤하고 첨벙거리던 발코니에서의 수박들이 이내 그리워진다.

억수 같은 매일의 비로 겨울과의 경계가 무색해지고 그 어슷한 지점에 스멀스멀한 무력감이 밀려들지만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단단하고 포슬한 밤과 새어 나오는 뭉근 단팥의 붕어빵을 떠올려본다. 기대를 찾는다. 계절의 둔탁한 무거움 또한 잘 지나가리라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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