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100명을 자축하며
브런치를 시작한 지 한 달 열흘이 조금 넘어갑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며 갸무룩해져가는 인지 능력을 고양해 보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있었지만, 과거의 엄마가 뭔가를 했지만 지금은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늘 아쉽고 안타깝게 여기는 딸들에게 어떤 시작을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미약한 시작에 창대한 끝'같은 원대함보다는 언제 시작해도 늦지 않은 작은 성취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너무도 감사하게 시작한 지 5일 만에 모바일 <daum> 홈&쿠킹 메인창에 글이 올라 찾아주시는 분들이 생겼습니다.
'남편을 버리고 싶은 날' https://brunch.co.kr/@happyfinder/7 은 마중물이 되어 준 고마운 글입니다. 많은 분들이 댓글로 여기저기에 '순장'하고 싶은 남편이 있음을 고백해 주셨더랬죠.
시작한 지 채 얼마 되지도 않았고 브런치 기능이나 시스템도 잘 몰랐던 때라 '라이킷' 알람이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몰랐던 때였습니다. 댓글 알람도 모르고 있었던 때라 혹여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대댓글이 안 달려 섭섭하셨던 분들이 계셨다면 이글에서 사과드립니다.
그러다 또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프라다 슈즈를 3만 원에 판 사연' https://brunch.co.kr/@happyfinder/18 이 이 또 같은 곳에 소개되어 더 많은 분들이 찾아 주셨지요. 글에서 밝힌 저의 우울증을 걱정해 주시던 댓글도 있었는데 요즘 거의 나은 것 같다는 희소식을 알려드립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가진단이라는 점... 또한 밝힙니다.)
오늘은 화요일에 게재했던 '여기선 '빵'은 넣어두세요'가 <여행맛집> 메인창과 <brunch> 에디터픽 최신글에 동시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그 밖에 '지금 치앙마이 넘 럭키비키잖아!!'와 '미니멀리즘을 때려치우기로 했다'가 <brunch> 에디터픽 최신글에 머무르며 많은 분들에게 읽힐 기회를 얻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운 좋은 경우가 있을까요. 이런 방법이 아니면 저같은 비인기 작가의 글은 도무지 읽힐 기회가 없으니 말이죠.
제 글이 화면에 띄워지면 상장받은 아이처럼 들뜬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엄마 글 이렇게 올라와 있어~'하고 자랑합니다. 그럼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와~~'하는 감탄사를 내지르며 '엄마 대단하다, 엄마 이러다 인기 작가되는 거 아니야' 하며 저를 띄워줍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나 이만큼 잘했어!'가 아닙니다. 15년이 넘도록 살림만 하던 엄마도 '작은' 뭔가를 할 수 있는데 하물며 아직 성장 중인 너희들이 품고 있을 가능성은 얼마나 큰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천명, 만 명 구독자를 갖고 계실 작가님들에게는 새발의 피에 불과할 '100'이라는 숫자를 기념하는 '가사로운' 이유는 아이들이 구독자 100명이 되면 기념으로 꼭 외식도 하고 축하도 하자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100이라는 숫자는 순수한 이들에게 어떤 '충만함'을 상징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감사한 마음이 가득한 채로 자축해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할 때부터 '숫자'에 연연하지는 않기로 하였습니다. 비록 구독자는 적지만 깊이 있는 자기 고백과 미화 없는 성찰, 반짝이는 재치로 이루어진 수많은 좋은 글들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글쓰기 기술이 부족하다 토로하는 글들도 많이 보았는데 기술이야 등단 작가들의 몫이고 브런치 작가는 기술보다 '진솔'의 가치를 말하는데 더 큰 힘이 있다 생각합니다.
저도 숨겨진 '관종력'이 있는 한낱 인간일 뿐인지라 잠시 셀프 응원이라는 어그로로 구독자를 늘려볼까 하는 꾀를 내어본 적도 있었지요. 하지만 구독자나 라이킷 숫자가 늘면 느는 대로 매우 감사한 일이고, 아니어도 그것이 글의 가치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니 그리 섭섭할 일도 아니다 하는 정도로 담백하게 마음을 정리하며 브런치를 계속해 나가려고 합니다.
얼마 전 김훈 작가의 <연필로 쓰기>라는 산문집을 읽는데 이제는 가히 글쓰기의 전설이 된 <칼의 노래>를 '졸작 소설'이라 일컫는 부문이 여러 있었습니다. '단문의 대가'라 손꼽히는 작가도 자신의 글을 '졸작'이라 하는데 하다못해 저 같은 아마추어는 얼마나 형편없는 '졸작'을 매번 이렇게 선보이고 있는 걸까요. 마침 저의 '질려병(모든 것에 금방 질리는 저의 몹쓸 병입니다.)'이 도져서 '브런치를 그만둘까'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지만 이내 뻔뻔하게 마음먹기로 합니다. 쓰고 쓰고 또 쓰다 보면 언젠간 <칼의 노래> 같은 '졸작'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을 갖고서 말이죠.
여기에 더해 작은 바람이 하나 더 있다면
부디 '첫 끗발이 개 끗발'이 되지 않기를.
**질려병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병이 진지하게 도지기 전에 '눈 뜨면 치앙마이' 게재를 화, 금 이틀에서 금요일 하루로 줄이려고 합니다. 이틀 게재 또한 모르셨던 분들이 대다수이겠지만 저 혼자만 아쉬운 마음을 가지며 이렇게 고지드리는 바입니다.
photo: marigold ca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