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정신과 이상한 곳 아니에요. 편히 생각하세요.
지난주는 어떠했냐는 선생님 질문에 또 약을 중간에 안 먹었다고 사실대로 말씀드리고, 그 이후로 또 울긴 울었지만 모두 다 이유가 있었다고 나 자신을 변호하듯 말씀드렸다.
하나는 1박 2일에서 감정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었고, 또 하나는 어제 박지선의 죽음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다가와 믿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눈물이 났다고.
선생님께서는 언제나 그렇듯이 조용히 들으시고, 눈물은 이유 없이도 날 수도 있는 거라고 굳이 운 사실에 대해 이유를 찾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나도 모르게 내가 운 이유를 선생님에게 변명하고 있었다.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면 안 된다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살짝 민망했다.
지난주에 정신과 전문의 유튜브 영상을 보며 ‘모든 사람들의 마음은 옳다. 나도 옳고 너도 옳다’고 들었음에도 나는 스스로의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렵다.
생각해보면 나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약을 중단한 것에 대해서 그래도 약을 한번 꾸준히 먹어봤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나는 나도 모르게 약에 중독될까 봐 그걸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선생님께서는 걱정할 것 없다고 하셨는데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여기서도 나의 멍청함이 드러난다고 생각했다. 이 당시 나는 회사 일로 매우 힘들어했는데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바깥에서도 샌다고 느꼈다. 또 굳이 변명하자면, 다른 회사 면접을 보고 간 뒤라 마음이 조금 붕 떠있기도 했던 것 같다.
선생님께 다른 회사 면접을 보고 왔다고 말씀드리니, 지난주와 유사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지금은 조금 불안한 상태니 나아진 상태에서 선택을 내렸으면 좋겠다는, 혹시 나중에 후회할까 봐 그것이 염려된다는 이야기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백 번 천 번 맞는 말인데 그때는 선생님께서 나를 온전히 이해해주지 못하신다고 생각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기성세대로 생각하며 마음속에서 살짝 반감이 일었었다.
그럼에도 오늘은 처음 상담할 때와 두 번째 상담할 때와 달리 선생님과 편히 수다를 떨고 온 느낌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걸까?
희망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