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하루종일 조용할 날이 없다.
아들은 공부를 하거나 잠시 쉬는 시간 동안 틈만 나면 색소폰을 연주하거나 기타를 치고 피아노를 친다.
어느 때는 기타를 치며 노래도 부른다.
기본이 한두 시간이 흘러간다.
아들이 좀 조용하다 싶으면 그때부터 딸은 댄스음악을 켜놓고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고
그것이 지치면 기타를 치며 또 노래를 부른다.
조용하다 싶어서 방을 들여다보면 그림을 아이패드나 캔버스에 그리고 있다.
딸과 아들을 보면 예능적 자질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만약 우리가 한국에 있었다면 아이들의 재능을 끼를 알아보는 시간이 있었을까?
여유가 없는 삶 때문에 아이들은 그냥 지쳐 있었을 것이 뻔하다.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한 모습이기에 그 모습을 신기하게 생각하며 바라보고 있다.
대체 누구를 닮아서 저런 걸까?
나는 무대체질인 남편을 닮아서라고 생각했었다.
내 모습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기에 분명 남편을 닮았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3,4년 전 친정아버지가 가족 몰래 전국노래자랑 예선에 꾸준히 참여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며칠 후에 있을 강동구 편 예선에도 신청해 놓으셨다는 얘기를 어제 들었다.
아버지가 가족에서 말하지 않은 자신만의 열정이랄까?
늘 등산 다니실 때 MP3를 귀에 꽂고 다니시면서 신나게 걸으시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사실 평소에 활동적인 성격은 아니시고 말수가 많지 않으시기 때문에 아버지의 은밀한 취미를 알고 정말 깜짝 놀랐었다.
적극적으로 노래자랑에 참여하시는지는 몰랐다.
지금도 상상하기 어렵지만 아들이 한참 힙합에 관심이 많아서 유튜브로 힙합가수 염따를 찾아보다 그가 전국노래자랑 예선에 나간 모습을 발견하고 보고 있는데 아들이 말하였다.
"엄마. 이거 할아버지 아니야?"
"염따 뒤에 있는 할아버지. 핑크셔츠."
"뭔 소리야. 할아버지가 거기 왜 나가?"
"아니야. 할아버지야!"
아들이 보여준 영상을 계속 들여다보니
정말 나의 아버지셨다.
"아... 진짜 할아버지네."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동영상을 보내주고
엄마에게 물어보니 아버지는 총각시절부터 늘
노래자랑대회에 참가하셨단다
단 한 번도 예선을 통과하신 적은 없으셨고
그 예선통과의 꿈을 여전히 이루고 계시는 아버지
42년생의 아버지는 이제 과묵하시고 허리도 꼿꼿하시며 정정하시다.
문득 내 아이들의 예능의 끼가 남편의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전! 가족력이란 대단히 무서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