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아마 3년 전 한국에 와서 살게 되면서부터 인 것 같다. 뉴질랜드는 한국에 비해 인구도 훨씬 적고 택배문화도 한국처럼 발달되어 있지 않은 자연친화적 나라인지라 마트에서도 플라스틱 포장재가 없지는 않지만 한국에 비해 현저히 적다. 그런 곳에서 지내다 한국에 와서 지내보니 굳이 필요하지 않은 이중 삼중의 플라스틱 포장재와 넘쳐나는 택배용 박스들, 길거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테이크 아웃용 플라스틱 컵을 들고 다니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도대체 저 플라스틱들은 다 어디로 갈까? 아무리 재활용을 한다 하더라도 사용자체가 줄기는커녕 하루에 장만 보고 나면 재활용 박스에 넘쳐나는 플라스틱들을 보며 '이것들을 도대체 다 어떻게 처리할까?' 하는 걱정과 의문이 들었다. 이미 만들어진 것만으로도 재활용해서 사용한다면 충분히 사용할 것 같은데 시중에 나가보면 카페나 음식점에서도 테이크 아웃용으로 쌓여있는 플라스틱들을 보면 한숨 아닌 한숨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플라스틱에 대한 거부감이 점점 심해졌다. 요인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지구환경 문제이며 둘째는 플라스틱재 사용으로 인해 알게 모르게 우리 몸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미세 플라스틱들로 인한 건강문제이다.
먼저, 지구 환경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자. 플라스틱은 썩는데 무려 500년 이상이나 시간이 걸린다. 물론 우리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한다. 그렇지만 과연 우리 모두가 제대로 재활용을 할까? 그리고 과연 재활용한 플라스틱은 제대로 재활용이 되는 것일까? 그래도 예전에 비해 분리수거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많은 사람들이 가정이나, 회사, 가게에서 재활용을 하는 편이다. 그러나 그렇게 재활용을 하는 박스가 나뉘어져 있어도 모든 사람들이 제대로 재활용을 하지는 않는다. 특히 공공장소에 가보면 알 수 있다. 그냥 편하게 혹은 아무 생각 없이 일반 쓰레기 통에 플라스틱을 넣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길거리나 계단 등에 마구 버려놓고 가는 경우도 많다. 이 플라스틱들은 땅에 매립되어 5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려야 썩게 된다. 내가 죽고 내 자손들 4대나 거쳐야지만 내가 지금 사용한 플라스틱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동안 플라스틱을 품은 토양들은 어떨까? 제대로 씻어서 버리지도 않아 안에 내용물들이 일차로 토양을 오염시킬 것이고 플라스틱이 분해되며 수많은 미세플라스틱들이 토양으로 들어갈 것이다. 쓰레기가 버려지는 토양과 우리가 먹는 식품들이 자라는 토양들은 완전히 다른 토양일까? 물론 쓰레기 매립지가 주택지구 한가운데에 있지는 않지만 그 땅이 오염되면 옆에 있는 우리가 먹는 농작물이 자라는 토양도 같이 오염이 될 것이다. 그러면 버려지는 플라스틱 양뿐 아니라 버려지는 쓰레기, 오물 등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토양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며, 우리는 과연 언제까지 몸에 좋은 건강한 농작물을 먹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생각을 단 한 번이라도 해 보았다면 과연 그렇게 쉽게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아무렇게나 버릴 수 있을까?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그랬으니...' 나도 처음엔 '몰라, 남들도 다 쓰는데 뭘?', '정부가 규제도 안 하는데 우리가 어쩌라고?.' 하며 편하게 지냈었다. 그리고 여러 번 생각이 들더라도 막상 행동으로 옮길 때는 귀찮아서, 그리고 '남들도 다 사용하는데 나만 혼자 튀어서 뭐 해?'라는 생각으로 그냥 사용하며 지냈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왠지 모를 죄책감만은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플라스틱을 사용할 때마다 마음속 죄책감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 나 하나라도 사용을 줄여보자!' 로 마음을 바꾸었다.
두 번째는 건강문제이다. 우리는 한국에서 단기로 지내고 있어 정수기를 따로 설치하지 않고 물을 사서 먹고 있다. 플라스틱에 든 생수를 말이다. 그런데 작년즈음인가? 플라스틱 생수에 있는 물 안에 굉장히 많은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있다는 기사를 보고 나뿐만 아니라 이제 고작 3살 난 나의 아이에게 미세플라스틱이 가득한 물을 먹일 수가 없다는 생각에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지 않는 종이팩 물을 알아보게 되었고 그때부터는 플라스틱 물대신 종이팩 물을 사서 먹고 있다. 물론 가격적으로는 조금 더 비싸지만 건강과 환경을 생각한다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그리고 종이컵 사용도 이제는 하지 않는다. 종이컵도 말이 종이컵이지 미세 플라스틱으로 화학처리가 된 컵이기에 뜨거운 물을 넣어 마셨을 때 종이컵에서 우러나오는 미세 플라스틱 양 역시 상당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종이컵 역시 썩는 데는 20년이 넘게 걸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요새는 이 종이컵이 플라스틱 컵 못지않게 가게에 가면 너무 많이 보인다. 아니 이제는 스테인리스컵이나 유리컵을 제공하는 음식점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가게에서조차 설거지를 줄이고자 한번 쓰고 버리는 종이컵을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규제도 없이 마구잡이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식당에 가면 스테인리스 컵이나 유리컵을 요청한다. (요청을 했을 경우에 구비되어 있지 않거나 주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서 고작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그리고 미세 플라스틱이 가득한 종이컵에 물을 마시고 싶지가 않기 때문이다.
늦었다. 안다. 그렇지만 아직도 행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았을 때 지금이라도 나부터라도 실천해야 한다. 사놓고 무거워서 잘 들고 다니지 않았던 텀블러를 이제는 일하러 갈 때나 주말에 아이와 함께 놀러 갈 때도 항상 챙긴다. 내가 일하는 곳에도 정수기 옆에 종이컵이 비치되어 있다. 하지만 일하는 내내 챙겨 먹어야 하기에 텀블러에 많은 양의 물을 넣어 놓고 수시로 먹으면서 하는 게 더 편하다. 그리고 일하기 전에 커피나 음료를 마시고 싶을 때는 커피숍에 텀블러를 가져가서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 회사로 가져간다. 그리고 다 마시고 나서는 간단히 텀블러를 헹군 후 다시 물을 담아서 먹는다. 주말에 아이와 나갈 때는 신랑 것과 내 것, 아이 물통 그리고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된다.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고 남을 시 포장해 올 스테인리스 용기이다. 도시락 통에 넣어 차에 두었다가 밥을 먹으러 내릴 때 들고 간다. 다 먹고 올 때도 있지만 남기거나 혹은 음식을 더 주문하여 포장을 해 오게 될 때는 가져온 용기에 해 온다. 이렇게 했을 때 다행히 뭐라고 하는 곳은 하나도 없다. 단지 이겨내야 할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혹시나 유난스럽다고 생각할 사람들의 시선이다. 그러나 이젠 그런 시선 따위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당당하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그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기 때문이다.
내게 멋져 보이는 사람은 잘 차려입은 정장에 한 손에 한 번 먹고 버려질 가볍디 가벼운 플라스틱 컵을 든 사람이 아닌 챙겨 온 자신의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 가는 사람이며, 음식점에서 당당하게 혹은 수줍더라도 본인이 가져온 용기에 음식을 포장해 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나와 같은 시선을 갖은 사람에게라면 나역시도 그렇게 보일 것이다. 내가 사는 곳 근처엔 식당과 커피숍이 많아 근처에 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이면 몰려나와 점심을 먹고 커피숍에 가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대략 어림잡아 우리 집 근처에 대형 커피숍들에서 테잌하웃하는 사람들의 수를 몇 백 명, 아니 우리 도시에 직장인들 중에 점심에 테잌아웃 커피컵을 든 사람을 몇 천 명이라고만 해도 이들이 매일같이 플라스틱 컵을 사용한다고 하면 일 년이면 얼마의 플라스틱 컵이 사용되고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것일까? 그리고 이제는 여름이다 보니 확실히 그 수요가 늘어나서 길거리에 플라스틱 컵에 음료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중에 텀블러를 든 사람은 찾기 어렵다. 이제는 손에 한 번 쓰고 쉽게 버려져 우리의 토양을 500년이나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컵이 아닌 나 뿐 아니라 내 자손들의 건강과 나와 그들이 살 환경을 위해 텀블러를 든 있어 보이는 사람, 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