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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기 빛과 같은 ‘브런치’를 만나다

by 해보름

무기력하게 누워 지내던 날들 속에서도, 내 안 어딘가에는 여전히 성공에 대한 열망이 남아 있었나 보다. 유튜브와 브런치를 접하면서 나를 움직인 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지, 어떻게 꿈을 이루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들은 잠자고 있던 나의 무의식을 흔들어 깨웠다. 나약한 육체와 정신 속에서도 나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내 안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전 회사 동기이자 친한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나보다 세 살 어린 그녀는 자기 성장과 꿈을 위해 하루하루를 알차게 사는, 늘 배울 점이 많은 친구였다. 오랜만에 나눈 안부 끝에 그녀는 브런치라는 곳에서 작가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작가’라는 단어는 내 마음 깊은 곳을 울렸다. 가슴 속 어딘가에 파묻혀 잊고 있었던 단어였다. 나는 궁금했다. '브런치라는 곳이 어떤 곳이고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지.’


그녀는 브런치가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작가로 신청해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설명해주었다. 그녀가 그곳에서 '작가'가 되었다는 말에 축하를 건네며, 내 마음 한편에서 알 수 없는 울림이 일었다.


"거기 어떻게 신청하는 거야? 나도 할 수 있을까?"


그 순간, 내 안의 첫 돌 하나가 밖으로 던져졌다. 나는 상상 속에서 어딘지도 모르는 '브런치'라는 곳에서 이미 ‘작가’가 되어 있었다. 그때부터 나의 목표는 단 하나,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무기력하고 우울했던 일상에 처음으로 도전하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 그 목표는 내 삶에 한 줄기 빛으로 다가왔다.


그 목표는 2년간 산후우울증으로 거의 누워만 지내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우선 뇌가 먼저 깨어났다. '활동 계획? 주제? 어떤 글을 쓰지? 어떤 글이어야 사람들에게 공감이 될까?’

틈만 나면 브런치를 들어가 탐색했다. 어떤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는지, 어떤 글들이 올라오는지 궁금했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읽기 시작한 글들은 곧 나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겼다.


브런치의 매력은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였다. 서점 매대에 놓인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작가들의 책과 달리,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각자 자기만의 이야기를 꺼내놓고 있었다. 그들의 아픔, 성장, 회복의 이야기는 어느 때보다 진하게 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리고 글을 읽을수록 ‘나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용기와 자신감이 자라났다.


나의 첫 목표가 이루어지다


그녀는 작가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며 자신도 한 번 떨어졌다가 다시 도전해 합격했다고 말했다.

‘'아,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구나.'

그녀의 실패를 발판삼아 나는 더 열심히 준비했다. 원래도 준비없이 도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더 철저하게 준비했다. 어느 방향으로 글을 써야 할지를 잡고, 활동 계획을 세웠다.


이제 남은 건 글 3편을 쓰는 일이었다. 내가 쓸 수 있는 것, 아니 써야만 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첫 이민이자, 첫 인생의 전환점인 뉴질랜드에서 정착하며 겪은 이야기들. 나는 솔직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써 내려갔다.


쓰다 보니 내 안에 묵혀 있던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흘러 나오면서 후련함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에는 너무 힘들어 앞이 보이지 않던 일들이 글로 나오자 내 안에서 객관화되었다. 내 일이지만, 제 3자의 관점으로 나를 바라보는 듯한 경험은 신기했다. 그 순간, 계속해서 쓸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생겼다.


그렇게 3편의 글을 완성했고, 여러 번의 수정을 통해 작가에 신청했다. 그렇게 3일 뒤, 도착한 한 통의 메일은 나를 상상 속이 아닌 현실 속 브런치 '작가'로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첫번째 작가라는 나의 꿈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3편의 글을 완성하고 여러 번 수정한 끝에 작가 신청을 했다. 그리고 3일 뒤,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나는 상상이 아닌 현실 속에서, 드디어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오래 잠들어 있던 나의 꿈이 깨어났다.


그날 이후, 나는 더 이상 과거의 내가 아니었다.

브런치 ‘작가’라는 이름은 단순한 타이틀이 아니라,

내 안에 여전히 살아 있는 꿈과 가능성의 증거였다.


그리고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다시 삶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는 것이다.

그 한 걸음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렇게 브런치라는 한줄기 빛이 내 삶 속으로 들어와, 멈춰있던 나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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