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살면서 처음 접하게 된 아보카도라는 열매는 그간 30년 넘게 한국식 식단으로 지내온 나에게 새로운 식단을 경험하게 해 준 장본인이었다. 뉴질랜드에 이민와서 지내며 여러 차례 만성질환이었던 위장장애를 겪으며 깨달은 것은 더 이상 한국식의 약물과 수액등 외부치료로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뉴질랜드가 자연친화적인 나라이며 의료적인 면에서 제 때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 그 시작이긴 했지만 그로 인해 식단과 식습관 조절, 운동으로 본질적이며 근본적인 방법으로 다가가야 함을 알게 된 것이다.
그 일환으로 가장 먼저 바꾼 건 식단이었다. 우선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것들을 일체 식단에서 제하기 시작했다. 밀가루, 육류(특히 소고기와 돼지고기), 흰쌀밥, 자극적인 매운 음식, 기름진 음식이었다. 그중에는 밥, 찌개 등 많은 한국 음식들이 차지했다.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면서 나는 당연하게 먹어왔던 한국음식들이 실상은 포만감은 주지만 소화에는 좋지 않은 음식들도 많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심할 때에는 밥이나 죽도 소화가 되지 않아 그동안 주식이었던 쌀도 나의 식단에서 제외가 되었다. 그렇게 제외된 음식들 대신에 나의 식단을 새로이 채운 것은 우선 밥 대신 포만감을 주지만 심하게 부대끼지 않으며 위에도 좋은 감자였다. 감자는 쌀을 주식으로 하지 않는 서양권에서 탄수화물 공급원으로 많이 먹는 음식이다. 그리고 감자는 위염과 위궤양에도 효과가 있어 증상이 심할 때는 생감자를 믹서기에 갈아서 즙을 내어 먹기도 하고, 보통 때는 쪄서 주식으로 먹는다. 확실히 나에게는 밥보다 훨씬 속에 부담이 없으면서 적당히 포만감도 주어 식단을 바꾸면서부터 감자는 나의 주식이 되었다. 감자 다음으로 매일 챙겨 먹는 것은 바로 아보카도였다.
슈퍼 푸드, 아보카도
우선 아보카도는 원산지가 뉴질랜드이다 보니 사시사철 신선한 아보카도를 마트나 동네 야채가게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가 있다. 그리고 집에 아보카도 나무가 있는 집들도 꽤 있어서 주변에서 얻어다 먹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뉴질랜드 사람들은 이렇게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 맛도 영양가도 좋은 아보카도를 사랑하고 까페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어 사시사철 즐겨 먹는다. 나 또한 아보카도 맛과 슈퍼푸드라 불릴 정도로 몸에 좋은 영양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 아보카도의 효능을 알고부터는 나의 식단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것이 이 아보카도였다.
아보카도, 나의 주식이 되다
아침이면 글루텐프리 토스트 한쪽에 아보카도를 올려 먹거나, 감자와 계란을 쪄서 으깨어 만든 계란감자샐러드를 얹어 먹는다. 점심에도 일하러 갈 때는 계란 프라이 하나에 아보카도를 넣어 샌드위치로 만들어서 싸가서 먹고 집에서 먹을 때는 뜨끈한 밥 위에 아보카도와 계란 프라이에 간장을 조금 넣고 비벼 계란아보카도간장 비빔밥을 먹는데 이것은 나의 최애 메뉴 중 하나이다. 명란젓이 있으면 명란젓도 살짝 넣어서 비벼먹는데 이 맛도 일품이다. 아보카도와 계란프라이와 간장의 적절한 조합은 한번 먹어본 사람은 또 찾을 수밖에 없는맛이다. 밖에서 카페에서 식사를 하거나 외식을 할 때에도 아보카도가 들어간 음식을 주로 사 먹는 편이다. 뉴질랜드 카페음식은 아보카도를 곁들인 메뉴가 많이 있고, 일본식 초밥도 자주 사 먹는데 그중에서도 연어랑 아보카도가 들어간 초밥이 나의 최애이다. 아보카도는 빵에 얹어먹어도 밥이랑 비벼 먹어도 그리고 연어회랑 같이 먹어도 참 맛있고 잘 어울리는 음식 궁합이 어디에나 좋은 음식이다. 뉴질랜드에는 신선한 연어가 많이 잡혀서 싱싱한 연어회를 자주 먹을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연어를 일반회처럼 초고추장에만 찍어서 먹었다면 여기와 서는 마른김에 연어를 초고추장이나 간장에 찍어 올린 다음 위에 아보카도랑 무순을 얹어서 싸 먹는데 그 맛 또한 일품이라 연어회를 먹을 때면 마른김과 함께 아보카도도 빠지지 않는다. 이렇게 새로운 곳에서는 새로운 식자재로 그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새로운 음식과 레시피로 새로운 입맛을 찾아 먹을 수 있는 것, 이 또한 건강한 자극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뉴질랜드 살면서는 거의 매일같이 주식처럼 먹었던 아보카도를 한국에 오니 먹기가 어려워졌다. 가장 큰 이유는 쉽게 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수입을 해오다 보니 동네 작은 마트나 과일가게에서는 구할 수가 없고 큰 마트에 가야 살 수 있는데 그마저도 사시사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나오는 철에만 구입할 수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한국 와서 점점 아보카도랑 멀어지게 되었다. 마음 같아선 뉴질랜드에서 먹던 식단을 고수하고 싶었지만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자재도 다르고 주변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도 다르다 보니 그 방식을 고수하기는 쉽지 않았다.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거나 외식을 하거나 할 때에도 자연스레 한국음식을 위주로 먹게 되었다.
온 가족 아보카도 사랑
그러던 어느 날 마트에서 오랜만에 아보카도를 발견하여 사 오게 되었는데 그 날 우리는 아보카도 파티를 했다. 신랑은 뉴질랜드에서 회사 다닐 때 모닝티로 자주 먹었다는 과카몰리(삶은 계란, 아보카도, 토마토를 썰어서 소금을 살짝 뿌려 먹는 음식)를 해서 아침마다 식사대용으로 먹었고 나는 하루 한 끼 일반식(밥과 국)을 할 때를 제외한 한 끼 혹은 두 끼는 아보카도에 블루베리 잼을 발라 먹거나 모닝빵에 넣어 먹었다. 신기한 건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5개월에 한국에 온 이제 두 돌이 지난 딸아이였다. 뉴질랜드에서는 이유식을 할 때 아보카도도 퓨레로 해서 많이 먹이는데 딸아이는 이유식을 막 시작할 때 한국에 들어와 아보카도를 입에 댄 적이 없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신랑이 과카몰리를 만들어주니 너무나 잘 먹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아보카도만 따로 주었는데도 맛있다며 너무 잘 먹어 신랑이랑 깜짝 놀랄 정도였다. 아이들 입맛에는 그다지 맛있다고 느껴질 것 같지 않았는데 뉴질랜드 태생이어서 그런 건지 딸 아이는 아보카도를 너무 좋아했다. 우리 집은 이로써 아이까지 온 가족이 아보카도를 사랑하게 되었다. 아이까지 아보카도에 입맛을 들인 후부터는 다시 아보카도를 공수하기 시작했다. 사시사철 아보카도를 살 수 있다는 홀세일마트에 가서 한 번 갈 때마다 두 망씩 사온다. 한 망은 바로 먹을 수 있게 잘 익은 것, 다른 한 망은 후숙 시켜서 먹을 수 있게 조금 덜 익은 것으로 말이다. 이렇게 사 오기 시작하니 마음껏 먹을 수 있다고 신랑이 제일 좋아한다.
그렇게 먹다보면 하루에 2~3개씩 순삭이다. 앞으로 뉴질랜드에 다시 갈 때까지는 이렇게 이곳에서 열심히 공수해서 사 먹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뉴질랜드에 있을 때 다 먹은 아보카도 씨앗을 발아하여 싹이 난 것을 정원에 심어두어 그게 묘목으로 자랐는데 그게 어느 정도 자랐을지 갑자기 궁금해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