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인 나는 장을 주로 온라인에서 본다. 들고 다니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고 아픈 어깨 때문에 무거운 짐을 들기가 힘들어 주로 마켓 00을 이용하고 있다. 주문하고 다음 날 새벽이면 문 앞까지 배송되니 편리한 그 맛에종종 이용한다. 오늘도 생필품 몇 가지와 식재료 구매하던 중 홈 화면에 등장한 예쁜 미소가 돋보이는 1인 접이식 탁자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 계획 구매보다는 충동구매에-늘 여유 없는 생활이라 매번 물건을 즉흥적으로 구매했다가- 후회하기를 반복하는 어리석은 나이기에 애써 눈에 들어온 노란 미소 가득한 접이식 탁자를 외면하고 다른 카테고리로 이동했다.
장바구니에 필요한 물품들이 채워졌으나 내 머릿속에는 아까 본 스마일 탁자가 자꾸만 아른거린다. 다시 홈 화면으로 돌아가 환한 미소의 탁자기 필요한 이유들을 하나하나 스스로에게 열거하며 혹시나 품절이 될까 얼른 장바구니에 담았다.
깊은 밤보다는 어스름한 저녁의 노을을-개와 늑대의 시간을-좋아하는 나는 진분홍빛으로 화려하게 물든 서쪽 하늘을 그윽하고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예전에, 젊은 날 어느 때인가에도 분명 이런 눈빛으로 활활 타오르는 노을을 본 것 같아 기억을 더듬다 이내 고개를 돌렸다. 여름은 성장하는 에너지의 팽창을 경험할 수 있지만 왠지 가을은 쇠락하는 우주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껴야 하는 이별의 시간 같아 가슴이 쿵하고 바닥으로 떨어진다.
창문을 연다.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하는 가로등이 별빛처럼 아름답다. 코끝에 묻어나는 가을의 향기가 진한 차 향처럼깊고 그윽하다.계절마다 다른 향기가 새삼 신기해서 크게 심호흡을 해 깊어가는 가을을 느껴본다. 쌉싸름한 슬픔이 대기를 가득 채우는 밤. 그 가운데서 나를 들여다본다.
새벽에 평소보다 잠에서 늦게 깼다. 예배드리러 출발하려면 준비 시간이 10분남짓. 부리나케 욕실로 뛰어가 대충 씻고 옷을 갈아입고 현관문을 나선다. 현관 옆에 어제 장은 본 물건들이 가지런히 쌓여있다. 새벽예배에 늦게 도착할 것 같아 집안으로 물건을 들여놓지 못하고 바쁘게 뛰다시피 길을 나선다. 새벽의 공기는 가을보다 겨울에 가깝다. 찬 공기가 뺨을 스친다. 하루 안에 두 계절이 공존하고 있다.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아직 어둠이 깔린 인적 없는 길을 걷는다. 이른 아침의 첫 시간. 나를 만나는 귀한 시간을 주신 신께 감사함을 고백하며 오늘도 조용히 하루를 연다.
젊은 날. 어리석게도 고난 없는 삶을 꿈꾸기도 했다. 피할 수 있으면 최선을 다해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삶 자체가 고난의 연속이고 고통이 존재하기에 행복과 기쁨이란 밝음이 더 빛날 수 있음을 안다. 모든 사람들의 삶의 평균값은 약간의 우울한 고통임을...
밝아오는 아침을 맞이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 앞에 쌓인 박스를 집안으로 옮겨 겉옷도 채 벗지 않고 접이식 탁자가 든 상자부터 행복한 기대감으로 풀러 보았다. 노란 동그란 탁자가 환한 웃음으로 내게 인사한다. 그 환한 웃음이 내게도 행복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하루 종일 혼자 생활하다 보면 웃을 일도, 말할 일도 없을 때가 많은 내게 39000원짜리 스마일 탁자는 보고만 있어도 그 환한 미소. 그 행복한 마음을 전해주니 처음 보자마자 단순한 물건 이상의 의미가 되어 버렸다.
드립백을 이용해 커피를 내리고 갓 구운 토스트와 과일을 준비해 노란 미소 탁자 위에 올려놓고 마주 앉는다. 행복을 살 수 있다면 나는 오늘 39000원에 가성비 죄고의 행복을 살 수 있는 행운을 누린다. 삶의 곳곳에 슬픔과 고통이 도사리고 나를 삼키려 해도 내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내가 의미를 부여한- 모든 것들을 부여잡고 나는 앞으로 나갈 것이다. 울고 싶을 때, 주저앉고 싶을 때, 외로움이 목까지 차오른 날. 내 새로운 친구를 마주 보고 웃다 보면 새로운 희망이 솟아날 것임을 난 직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