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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군가에게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일까?

by 예쁜손 Mar 26. 2025


 수도권 외곽으로 이사간지 벌써 2년째이다. 거리가 먼 탓에 친구들과의 만남도, 친정식구나 독립하여 홀로 살고 있는 아들과도 얼굴을 대면하기 쉽지 않다. 내가 사는 지역은 워낙 외곽이라 지하철조차 차로 2,30분 거리에 떨어져 위치해 있으니 항상 에너지가 부족한, 오리지널 집순이인 내겐 이곳이 은둔하기 딱 적합한 곳이다. 벌써 2년 전에 단골 카페도 물색하여 매일 출퇴근하는 것 빼고는, 가끔 카페 사장님과 일상적인 인사를 하는 것 외에 별다른 변화 없는 삶을 산 지 2년이 되었다.

 그렇다고 일주일 내내 집에만 붙어있는 건 아니다. 믿음이 신실한 남편을 만난 덕에 주 3일은 서울에 있는 교회로 예배를 드리러 간다. 순전히 타의에 의해 수요저녁 찬양대와 주일 5부 예배 찬양대를 섬기게 됐지만(사실 나의 순수한 믿음보다는 재혼한 남편에게 잘 보이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할까... 어쨌든 시작은 그리 시작했지만 지금은 조금 믿음이 단단해진 까닭에 진정 섬기는 자세로 정성을 다하고 있으니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한강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일주일에 서, 너번은 올림픽대로를 지나 내가 섬기는 교회로 가지만  오늘은 친구 J를 만나러 올림픽대로를 탔다. 언제 봐도 한강의 큰 물줄기는 가슴을 뛰게 한다. 미세먼지가 심한 탓에 강물마저 하늘빛을 닮아 푸른빛에 갈색 빛을 담고 있지만, 이미 들뜬 내 눈에는 푸르디푸른 아름다운 강이다. J를 만나는 건 얼마만일까? 작년 늦여름쯤 만난 것이 마지막이었으니... 우리가 서로를 알게 된 것은  언제였던가? 브런치라는 매개체를 통해 알게 됐으니 3년쯤? 아니 4년째인가?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

 50 이후의 삶은 내 삶의 부피를 줄여가는 시기로 접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소유한 물건들도, 사람과의 관계도, 헛된 욕심도 내려놓아야 한다는 내게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부담이었는데... 숙고 끝에 그녀와 연을 맺게 되었다. 있는 사람들도 살뜰히 챙기지 못하는 나이지만 강단 있고 연약한 듯 보이나 카리스마 있는 그녀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나와 결이 닮은 듯하면서도 늘 진취적으로 자기 계발에 몰두하는 그녀는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멋있었다.



 반면 나는 어떤 사람인가? 그녀에게 나를 만나는 이유를 듣지는 못했지만 전혀 예상할 수 없다. 나른한 삶. 곧 배터리가 방전될 듯 깜박거리는 삶. 고인 물 같은 삶. 참는 데는 도가 튼 이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유일한 장점이라면 장점이랄까... 시간을 쪼개 쓰는 그녀에게 시간을 무한대로 늘려 게으른 삶을 취하는 내가 조금은 한심하게 여겨질 텐데, 목적지로 가는 차 안에서 한참을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



 이미 약속장소에서 나를 기다리며 시집을 읽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그동안 공백을 채우는 대화가 서로를 채운다. 오랜만에 만나도 편할 수 있는 친구, 그녀의 매력이다. 이른 점심으로 파스타와 파니니를 먹고 가까운 카페로 이동했다. 여전히 바쁘게 사는 그녀는 시에 흠뻑 빠져 살고 있다.  고장 난 무릎과 재혼 2년 차의 어려움과 고충을 그녀에게 털어놓고 평생 A/S대상인 자식들에 대한 고민이 오고 간다.

 역시 내 예상대로 우리가 안 보던 시간에도 그녀는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그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요즘 나의 목표는 무엇인가... 조금 씁쓸하지만 브런치 작가로서 활동 재개 그리고... 매일매일 나를 사로잡는 무릎 통증과 싸우면서 새로 생긴 삼 남매와 내 아들 그리고 조카들 앞날에 대한 기도와 성격이 아닌 좋은 성품으로 인생 후반을 보내는 것. 그게 어쩌면 나의 최종 목표이지 아닐까?

 내년에 내 나이의 앞 숫자가 바뀐다. 나이를 든다는 것은 더 어른다워지는 것이다. 내가 그런 깜냥이 되길 매일 기도하며 나의 가정과 이웃 그리고 두 개의 패로 갈라진 나라의 하나 됨을 눈물로 기도의 씨앗을 뿌린다.  많은 씨앗 중 분명 열매 맺는 것들이 있을 거라는 믿음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세상 일 뜻대로 되지 않지만, 나의 부족한 지혜보다 크고 높으신 하나님의 계획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더욱더 믿음이 깊어져 사랑과 정의의 주님 성품을 닮아가기 노력할 것이다.



 자랑스러운 J는 시인이 될 꿈을 꾼다. 그녀는 분명 그 꿈을 이룰 것이다. 내가 아는, 내가 만난 그녀는 목표에 도전하고 재능과 성실함을 겸비했기에 나는 믿는다. 시인이 되든  아니든 내겐 여전히 멋진 친구이지만 진정 그녀의 꿈을 응원해 주고 싶다.



 조용히 집으로 돌아와 나의 독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으로 두서없이 글을 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는 푸시킨의 시 구절이 떠오른다.

  나도 J처럼 누군가에게 다시 보고 싶은 그리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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