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함께한 방, 낯선 냄새

by 김준


침실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건 냄새였다.

향이 강한 것도 아니고, 향수가 뿌려진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아주 오래된 무언가의 흔적 같았다.
햇살에 반쯤 바랜 침구, 벽에 걸린 액자,
그리고 머리맡에 놓인 조그마한 스탠드 조명.

익숙한 구조.
그러나, 낯선 기분.


이 방에서 나는 누구였을까.


옷장 문을 열자
내 옷들이 걸려 있었다.
그 중 몇 벌은 눈에 익었고,
몇 벌은 처음 보는 디자인이었다.

옷장 안쪽 서랍을 열었을 때,
접힌 셔츠 옆에 조용히 놓인 작은 물건.
볼펜 하나,
그리고 손글씨로 쓴 메모지.


“당신이 입고 나가면 어울릴 것 같아서 골랐어요 :)
첫 출근날처럼, 기분 좋은 하루 되세요.”


그녀의 글씨였다.
익숙하지 않은 그 글씨가,
왠지 따뜻하게 느껴졌다.

책상 위에는 정리된 문구류 사이로
사진이 한 장 더 놓여 있었다.

소파에 나란히 앉은 우리.
내 손엔 리모컨이 들려 있었고,
그녀는 내 어깨에 기대 웃고 있었다.

소파는 지금도 거실에 그대로 있다.
그러나 나는,
그 순간의 기억이 없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가슴 어딘가가 조용히 젖어들었다.

침대에 앉았다.
침구의 감촉,
매트리스의 탄성,
베개에 묻은 약한 섬유유연제 향.

모든 것이 너무도 구체적이었다.
그리고 너무 조용했다.

그녀는 문을 열지 않았다.
나를 혼자 있게 해주었다.

나는 이 방에서
나와 그녀가 함께한 시간을
기억하진 못했지만,
그 잔향 속에서 나 자신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건 기억이 아니라,
감정의 퇴적이었다.


“같이 살았던 사람의 흔적은,
냄새로 남는다고 한다.”


그녀는 내 곁에 오래 있었던 사람일까.


나는 그녀를 잊은 걸까,
아니면 너무 사랑해서,
한순간에 잃어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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