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리터러시: 첫 번째 이야기
AI시대 창작의 주인은 누구인가?
최근 몇 년 사이, 인공지능(AI)은 우리의 글쓰기 풍경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과거에는 AI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그림에서 짧은 시간에 질 좋은 그림을 그려주는 도구로 활용되었지만, 이제는 기사부터 에세이, 소설, 동화 창작까지 AI의 개입이 나타나고 있다.
요즘에는 "4 문장의 프롬프트만 있으면 도깨비방망이 휘두르듯 동화가 뚝딱 나온다"는 글이 종종 보인다. 동화를 꾸준히 썼던 나에게는 불쾌하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이 창작까지 손을 뻗은 이상 모른 척하기에는 시대가 너무 빨리 변화한다.
"AI가 만든 동화에도 저작권이 생길까?"
"우리는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현행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저작권 보호의 전제가 ‘인간의 창작성(human creativity)’이라고 한다. 즉, AI 혼자 만든 작품은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사람이 직접 내용을 구상하고, AI는 문장을 정리하거나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보조 역할을 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과거 디자이너에게 포토샵은 보조 창작 도구였다. 포토샵과 일러스트를 활용하면서 이 그림은 포토숍이나 일러스트로 사용했다는 말은 쓰지 않는다. 대신 'Desinged by OOO'라는 디자이너의 이름을 새긴다.
그러면 AI는 단순히 보조 창작 도구인가 아니면 공동 창작자인가?
서울의 랜드마크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는 매년 건물 외벽 220M를 초대형 미디어아트로 물들이는 빛의 축제 ‘서울라이트 DDP’가 열린다.
2019년 12월부터 시작된 ‘서울라이트 DDP’는 첫 작품부터 시대를 앞서갔다. 레픽 아나돌(Refik Anadol) 작가의 AI 기반 영상작업은 생소했지만 축제 기간 동안 100만 명 이상 방문객들이 그의 ‘서울해몽’을 감상하며, AI 기반 창작 가능성을 경험했다.
레픽 아나돌은 기사와 워크숍을 통해 작품 내 기술적인 부분인 AI 창작과정을 투명하게 설명했다.
인터넷에서 수집된 몇백만 장의 자연과 풍경 도시 사진을 AI기술로 10분 분량의 대형 미디어아트 영상 작품으로 만들었다. 만약 그가 AI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최소 1년 이상의 제작기간과 막대한 제작비가 들었을 것이다.
그는 AI를 통해 몇 개월 만에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시민들은 고품격의 작품을 국내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런 관점에서 앞으로 중요한 것은 “AI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리는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AI와 함께 다양한 실험을 거쳐 창작한 결과물이다.
예를 들어, 동화를 출간하거나 플랫폼에 게시할 때,
“AI로 전체 창작”, “AI와 협업, 사람의 최종 편집”, " 기획, 글 사람, 그림 Ai" 등의 표기를 통해 독자와 플랫폼, 창작자 간의 신뢰를 지킬 수 있다.
요즘 나는 사회현상에서 영감을 받고 그 상황을 동화로 만드는 데 재미를 붙이고 있다.
"기획 사람, 스토리 라인 AI와 협업, 글 사람, 그림 AI"에 가깝다. 동화에 어떤 메시지를 담을 것인지를 정하고, 스토리 라인을 AI와 논의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스토리라인을 변형하고 실험할 수 있어 이야기 구조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글과 문체는 사람이다.
20년 동안 사용한 문체를 쉽게 고칠 수 없으며 감동은 사람의 손길에서 완성된다. 그림도 AI 툴을 활용해 다양한 실험을 거쳐 완성되지만 자신의 손길이 50% 이상 들어가면. 그건 작가의 작품으로 봐야 할 것이다.
어려운 주제를 동화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어린이의 감성과 가치관, 상상력을 키우는 데 콘텐츠와 그림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AI는 동화 창작의 도구이자, 때론 협업자이다. 하지만 주도권은 여전히 ‘사람의 창의성’에 있다.
앞으로는 창작자와 AI가 어떻게 함께 작품을 만들고, 어떻게 그것을 투명하게 나누며, 어떤 기준으로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깊어졌으면 한다.
이제는 ‘누가 썼는가’뿐만 아니라,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중심으로 저작권과 윤리를 이야기할 때이다.
AI와 사람이 함께 만든 창작물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책임의 기준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