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시대의 감정표현 안내서

1분 동화, 별빛 동화 여섯 번째 이야기

톡 대신, 마음을 전하는 법


톡톡 숲에는 요즘,

말이 필요 없어요.


숲 속 동물들의 눈은

하늘도 친구도 마주하지 않고

작은 네모 화면만 바라보았어요,

귀는 바람소리 대신 ‘띠링’ 소리를 기다렸고요

손끝에서는 따스한 온기 대신

차가운 스티커가 톡톡 튀어나왔어요.


‘안녕?’ → 손바닥 흔드는 스티커 띠링.

‘기분 어때?’ → 이모티콘 띠링.

‘생일 축하해!’ → 케이크 이미지 띠링.


톡. 톡. 톡.

짧은 진동만이 감정을 대신했어요.

그 안에는 말의 온기도,

눈빛의 떨림도,

손끝의 따뜻함도 없었어요.


그런데, 콩콩 강아지만은 달랐어요.

기쁘면 "멍~멍! 멍멍멍멍!"

두 귀는 깃발처럼 펄럭이고,

네 발은 깡충깡충, 마치 공기 위를 달렸어요.

꼬리는 헬리콥터처럼 빙글빙글 돌며

기쁨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냈지요.


슬프면 "아아아앙… 멍… 멍…"

눈은 촉촉해지고,

드르륵, 바닥에 눕자 작은 숨결이

바닥을 촉촉이 적셨어요.


화가 나면 "으르르르르릉! 멍!"

앞발로 쿵쿵쿵,

심장의 북소리를 꺼내듯

마음의 울분을 그대로 드러냈지요.


그렇게 온몸으로 감정을 말하는 콩콩에게

숲 속 친구들은 슬며시 시선을 돌렸어요.


“저렇게까지 해야 해?”

“그냥 스티커 보내면 되잖아…”

“ 톡이면 충분하지… 꼭 뛰어다녀야 해?”


다람쥐는

콩콩이가 나타나면 도토리를 꾹 부여잡고

나뭇잎 뒤로 사르륵 숨어버렸어요.


토끼는

깡충깡충 다가오는 콩콩이를 보며

두 귀를 바짝 세우고는 풀숲으로 달아났지요.


부엉이는

빙그르르 도는 콩콩의 꼬리를 보고는

삐뚤어진 안경을 고쳐 쓰며 중얼거렸어요.


“흥, 요즘은 과몰입 금지인데…”

그럴 때마다 콩콩은

쫑긋 선 귀와 동그랗게 맑은 눈으로 말했어요.


“나는 그냥

진짜 기쁘고 슬프고 속상하고 좋아서 그래.

스티커보다 꼬리가 더 빠르거든.”


어느 날, 콩콩의 생일이 다가왔어요.

혹시 이번에는

친구들이 직접 와서 축하해주지 않을까?


콩콩은 초가 켜진 케이크 앞에

꼬리를 곧게 세우고 앉았어요.

마음 한가운데, 작은 떨림이 일렁였지요.


띠링. ‘생일축하 폭죽 팡팡 ’

띠링. ‘케이크 이미지 전달 ’

띠링. '선물박스 이미지 톡톡’


화면은 쉼 없이 울렸지만

문은 조용했고, 발자국 소리 하나 없었어요.

콩콩은 꼬리를 천천히 내려놓았어요.

그리고는 케이크에 비친 자기 눈망울 속

물방울 하나가 살포시 떨어졌지요.


며칠 뒤,

하늘은 잔뜩 화가 난 듯 어두워지고

톡톡 숲에 큰 폭풍이 몰려왔어요.

콰르릉! 쾅! 휘잉—!

바람은 나뭇가지들을 무자비하게 휘감았고,

비는 북처럼 쿵쿵 대지를 때렸어요.

그 와중에도 친구들은

작은 화면에 손가락을 올렸어요.


“긴급 상황 톡톡”

“조심해요! 사이렌 이미지 스티커”

“어떡해요?우는 모습 이미지 톡”

하지만 신호는 곧 끊겼고

아무도 직접 목소리를 내지 않았기에

숲 속은 우왕좌왕, 불안으로 흩어졌어요.


그때 콩콩이가 가슴을 꺼내듯 짖었어요.

“멍! 멍멍멍!

이쪽으로 와! 괜찮아, 울어도 돼!

무서우면 말해! 우리 같이 있어야 해!”


울음 섞인 그 외침은

하늘을 가르고 친구들의 마음을 울렸어요.

톡톡이는 조용히 내려지고

그 따뜻한 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들었지요.


하지만

폭풍이 지나간 뒤에도

톡톡 숲은 다시 조용해지지 않았어요.

비는 너무 많이 왔고,

슬픔은 너무 깊었어요.


다람쥐의 도토리 창고는 흙탕물에 잠기고,

토끼의 포근한 토굴은 무너지고,

부엉이의 책은 젖어 흐릿해졌어요.


그때도 친구들은

작은 화면에 손가락을 올렸지요.

“괜찮아? 위로 이미지 톡”

“힘내! 스티커 톡”

“위로해요 톡톡”


물론 아무리 눌러도

그 감정은 화면 너머로 닿지 않았어요.

텅 빈 메시지 속에서

서로의 진짜 마음은 길을 잃었지요.


그제야 콩콩은

참아왔던 눈물을 툭, 쏟아내며 말했어요.


“여러분, 스티커 말고 그냥 울어도 돼요.

우리 정말 많이 힘들잖아요.

잃은 게 너무 많잖아요

그냥 같이 울어요.”


그리고는 엉엉~멍멍멍!

참았던 울음을

몸 전체로 토해냈어요.


꼬리는 더 이상 돌지 않고,

귀는 힘없이 축 늘어졌어요.

그 울음에

숲 속 친구들도 하나둘

톡톡이를 내려놓았어요.


“으아아 앙… 내 도토리…”

“엉엉엉… 내 집이 없어졌어…”

“흑흑흑… 내 책들이…”


그날, 톡톡 숲은

눈물의 숲이 되었어요.

그 눈물은 서로를 감싸는 따뜻한 물결이었어요.

가장 솔직하고, 가장 용기 있는 감정이었어요.


그제야 친구들은 깨달았어요.

폭풍보다 더 무서운 건

울음을 삼키는 것.

슬픔마저 스티커 속에 가두는 것.


다람쥐가

도토리 하나를 꼭 쥐고

조용히 말했어요.


“콩콩아… 고마워.

우리 그동안 작은 화면에

너무 많은 마음을 가두었나 봐.

지금 이렇게 울고 나니… 조금 가벼워졌어.”

콩콩은 눈물에 젖은 얼굴로

살짝 웃으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어요.


“울고 웃는 건, 내 마음이야.

그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내가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이야.”


그날 이후,

톡톡 숲 입구에는

작은 팻말 하나가 걸렸어요.


"톡톡이는 도구일 뿐이에요.

진짜 마음은 목소리와 눈빛, 그리고 따뜻한 꼬리로 전해요.

울어도 좋아요. 웃어도 좋아요.

그건 나를 솔직하게 보여주는 일이니까요."



지하철 안,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마주칩니다.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옆에 있으면서도 스마트폰으로 대화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진짜 ‘표현’이란 뭘까요?"


말 대신 이모티콘, 표정 대신 스티커,

손을 잡는 것 대신 메시지 전송.

표현은 점점 편리해졌지만, 그만큼 따뜻한 온기와 감정의 깊이는 사라지고 있는 듯했습니다.


이 동화는 말보다 몸으로 감정을 전하는 강아지 ‘콩콩’과

톡에만 익숙한 숲속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감정 표현의 회복과 진짜 소통의 필요성을 말하고자 합니다.


여전히 울고, 웃고, 말하는 우리에게

감정의 ‘속도’보다 ‘진심’ 이 통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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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