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동화, 별빛 동화 일곱 번째 이야기
교실에 ‘최신형 친구’가 전학 왔어요.
이름은 미래.
이마엔 반짝이는 스크린, 팔엔 터치 센서, 머릿속엔 백과사전이 들어 있었죠.
아이들은 눈이 반짝였고, 박선생님은 연신 감탄했어요.
“정말 똑똑하구나, 미래!
말하는 것마다 정답이야! 너무 완벽해요!”
그날 이후, 교실의 중심은 단번에 미래로 향했어요.
사실 그 자리는 잘난해의 자리였어요.
반장이기도 한 잘난해는 발표도 잘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항상 주목받던 아이였죠.
하지만 요즘은 이름이 잘 불리지 않아요.
박선생님의 시선은 늘 미래에게 향했고,
아이들의 환호도 그쪽으로 쏠렸어요.
잘난해는 책상 위에 팔꿈치를 괴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듯 대고 있다가,
크게 외쳤어요.
“이건 제가 설명할게요!”
잘난해는 웃으면서 큰소리로 말했지만,
친구들과 선생님의 관심은 여전히 미래에게 머물렀어요.
“정답입니다. 정확합니다.”
미래의 목소리가 교실을 채우면,
“우와!” “진짜 대단해!” 감탄이 쏟아졌어요.
잘난해는 혼자 따라 해보려 애썼어요.
미래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말해보기도 하고,
과학백과를 통째로 외워서 발표에 써보기도 했죠.
하지만 친구들은 그리 반응하지 않았고,
박선생님도 “천천히 조금 더 자세히 말해볼래?”라고 말했어요.
그날 밤, 잘난해는 거울을 보며 속삭였어요.
“나는…요즘 내가 아닌 것 같아.”
한편, 교실 구석에는 늘보미가 있었어요.
조용하고 말이 적지만, 누구보다 많이 생각하는 아이.
늘보미는 미래와 잘난해를 바라보며 생각했어요.
‘미래는 똑똑한데… 왜 잘난해 얼굴이 울 것 같지?’
그날 밤, 늘보미는 자신의 노트를 펴고
작게 글을 써 내려갔어요.
“나는 정답은 잘 몰라.
근데 친구가 울고 있으면 그걸 느낄 수 있어.
나는 혼자 있는 친구 옆에 조용히 앉아줄 수 있어.
그래서 나는 괜찮은 아이야.”
늘보미는 그 종이를 조심스레 접어 가방에 넣었어요.
내일, 용기 내어 발표해보기로 마음먹었죠.
다음 날은 ‘나를 소개합니다’ 발표 시간이었거든요.
아이들은 각자 자랑할 것을 꺼냈어요.
상장, 메달, 영상, 그리고 미래는 이렇게 말했어요.
“저는 1초에 3억 개의 정보를 분석합니다.”
아이들은 또 한 번 환호성을 질렀어요.
마지막은 늘보미의 차례에요.
“다음은… 늘보미?”
박선생님의 목소리는 조금 작았고, 아이들은 웅성거렸어요.
“늘보미 발표도 있었어?”
“별 기대는 안해…”
늘보미는 손바닥만 한 종이를 꺼냈어요.
글자엔 땀이 번져 있었죠.
“저는요… 미래와 다르게 정답은 잘 몰라요.
근데요… 친구가 울 것 같으면, 저는 그게 보여요.
누군가 혼자 있으면, 그냥… 같이 있고 싶어요.”
잠시 교실이 조용해졌어요.
누군가 킥킥 소리도 났고, 박선생님은 시계를 흘끔 봤어요.
“시간이 없어요. 끝낼까?”
그때. 잘난해가 벌떡 일어났어요.
“선생님, 잠깐만요.”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어요.
“늘보미 말, 끝까지 듣게 해주세요.”
잘난해의 눈은 빨갛게 물들어 있었어요.
“사실… 저 요즘 속상했어요.
미래는 다 맞추는데, 저는 점점 사라지는 기분이었어요.
근데 오늘… 늘보미가 저 알아봐 준 것 같았어요.”
순간 조용한 듯했지만 뚱이가 손뼉을 쳤고,
몇몇 친구들도 박수를 따라쳤어요.
박선생님은 눈을 가만히 감았다 떴어요.
그리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죠.
미래도 칠판 쪽으로 다가가 화면을 켰어요.
“감정 분석 : 따뜻함. 공감.기록합니다.”
그날 밤, 늘보미는 거울 앞에 서서
작은 하트를 스스로 이마에 붙였어요.
“늘보미야, 너가 나라서 참 좋아.”
다음 날 아침
박선생님은 조용히 교탁 앞에 섰어요.
손엔 작고 이름 없는 꽃화분이 들려 있었죠.
“얘들아, 이 꽃 이름이 뭔지 아는 사람?”
“장미요?”
“아니에요, 국화요?”
박선생님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어요.
“이건요, 이름이 없어요.
근데 예쁘죠? 향기도 나고요.”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박선생님은 칠판에 크게 썼어요.
“모두가 꽃입니다.
모양은 달라도, 피는 시기는 달라도 모두가 꽃이야.”
그 글을 본 순간,
잘난해는 미소를 지었고,
늘보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리고 미래는 칠판을 바라보다가, 화면을 반짝이며 말했어요.
“‘모두가 꽃이야’… 노래 검색 완료.
함께… 불러도 될까요?”
순간, 박선생님이 살며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죠.
“그래, 불러보자. 모두 함께.”
피아노 없이 누군가는 크게, 누군가는 속삭이듯,
미래도 로봇 목소리로 함께 불렀죠.
그날 교실은
노래가 흐드러진 꽃처럼 피어난 하루였어요.
<흔들리는 아이들과 완벽한 미래>는
AI 로봇 ‘미래’의 등장으로 시작된 교실의 변화 속에서
아이들이 겪는 인정욕구, 비교감, 감정의 흔들림을 다룬 동화입니다.
로봇 '미래'는 금세 선생님과 친구들의 관심을 받고,
원래 주목받던 아이 '잘난해'는 점점 자신을 잃어가고,
조용한 아이 '늘보미'는 그 틈에서 인간만이 가진 감정의 가치를 발견합니다.
"나는 왜 박수를 못 받을까?"
"정말 잘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이 동화는 질문에서 시작해,
진짜 인정이란 누군가에게 선택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알아보고 사랑하는 것임을 알려줍니다.
‘정답’이 아닌 ‘마음’으로
교실 안의 관계가 회복되는 모습을 통해,
기술의 시대에도 감정과 공감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