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동화, 별빛 동화 아홉 번째 이야기
“난 틀린 게 아닐지도 몰라.
그저… 너무 험한 시대를 살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개미굴 한 켠, '깨칠이 반성 중'이라 적힌 작은 팻말 뒤에 한 개미가 앉아 있었어요.
엉덩이는 축축한 흙에 파묻혔고, 손에는 조용히 잡고 있는 작은 삽 하나.
깨칠이는 자꾸만 생각나는 기억을 되감듯 떠올렸어요.
마치, 흙 속 깊이 묻어둔 무언가를 다시 꺼내려는 듯이.
예전의 개미굴은 따뜻했어요.
배고픈 개미가 있으면 몰래 먹이를 넣어두는 개미,
넘어지면 같이 넘어진 척 해주는 개미,
자기가 먼저 일을 끝내고도 모른 척 도와주는 개미들까지.
일개미는 유충을 재울 때 랩을 했고,
안내 개미는 길 안내하다가 길을 잃어도 “모험은 방향이 아니라 마음이야!” 하며 껄껄 웃었죠.
개미굴은 따뜻했고, 개미들은 늘 말했어요.
"조용히 도와주는 게 제일 멋있는 거야."
그러던 어느 날,
개미굴 어딘가에서 이상한 속삭임이 퍼지기 시작했어요.
"착하면 손해다. 이 시대엔 스마트하게 살아야 해!"
“우리가 계속 착하기만 하면,
세상은 우리 등을 밟고 올라탈 거야.”
바로 깨칠이의 유튜브 채널 ‘깨칠TV’였죠.
"성실은 구시대 미덕!"
"착하면 개미지옥 갑니다"
"진짜 개미는 자기 굴부터 챙긴다"
조회수는 폭발하고, 댓글은 열광했어요.
개미들의 말투가 바뀌기 시작했어요.
“응, 그건 너의 착한 사정~”
“도움? 아 그거... 비효율이야.”
하지만 점점 이상한 일들이 생겼어요.
착한 개미들이 하나둘 사라졌어요.
일개미는 밤새 굴 청소하다 탈진했고,
엄마 개미는 이유식 퍼주다 굴욕적인 '감성 과잉 개미상'을 받았고,
안내 개미는 빠른 길을 찾다가 미로에 갇힌 채 끝내 돌아오지 못했죠.
그런 깨칠이의 방식이 규칙이 되자
굴은 빠르게 효율적으로 변했지만
차가운 공간으로 바뀌었어요.
병정 개미는 위험 구간 앞에서
“여긴 제 계약 범위가 아닙니다.”
먹이창고에는 라벨이 붙었어요.
‘내 거’, ‘먼저 본 사람 우선’
개미굴은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어요.
한편,깨칠이는 개미들을 만나지 못해 점점 말수가 줄었어요.
“왜 아무도 보고를 안 해? "
"왜 다들 바쁜 척만 해?”
그날 밤, 굴 입구에서 깨칠이의 목소리가 메아리쳤어요. “돌아와 줘… 잘못했어…”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어요
고요한 굴만이 숨 쉬고 있었죠.
밖으로 나간 개미들 중 일부는 흩어진 굴을 찾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이대로 사라질 수는 없어.”
“돌아가려면, 누군가는 다시 길을 열어야 해.”
그들은 예전처럼 굴을 파기 시작했어요.
서로 말없이 흙을 나르고, 붕괴된 통로를 손으로 밀며 다시 연결했어요.
그러던 중, 한 개미가 말했어요.
“혹시… 깨칠이가 아직 그 굴에 있을지도 몰라.”
그때, 깨칠이는 조용히 삽을 들고 굴 벽을 파고 있었어요.
처음으로 착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돌아오는 개미들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그 모습을 일개미가 보고 찾아왔어요.
“그동안 몰래 굴 청소하고 있었어.
착한 척이 아니라, 진짜 마음이었거든.”
다른 개미들도 하나둘 돌아왔서요.
그들은 무언의 약속처럼 흙을 퍼올리고
등을 맞대고 굴을 이어붙였어요.
누구도 영웅이 아니었고, 누구도 잘난 척하지 않았어요.
다만 서로의 흙을 조금씩 덜어주었어요.
굴 입구엔 새 표지판이 걸렸어요
" 착한게 바보는 아니에요"
그리고 깨칠이는 그 표지판 아래에서
오늘도 흙을 퍼고 있어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착하면 손해다.”
“착하면 호구.”
어쩌면 그 말은, 누군가가 세상을 살며 느꼈던 아픔과 생존의 전략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동화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왜 그런 말을 하게 되었는지를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말이 너무 당연한 듯 퍼지고,
모두가 ‘나부터 살아야 한다’는 방식만 따르게 되면
조직도, 관계도, 사회도 결국 안에서부터 무너진다는 사실을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어 동화로 만들었습니다.
"진짜 강한 사회는,
지혜로운 착함이 살아 있는 사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