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싸움에 새우 등 안 터지려면?

1분 동화 별빛 동화 여덟 번째 이야기

"왜 항상 우리가 다쳐야 해요?"


바다는 오늘도 쉿, 조용하지 않았어요.

푸른 고래와 혹등고래가 또 싸움을 시작했거든요.

이번에는 “바닷속 고속길을 누가 먼저 깔 거냐”는 싸움이었대요.

푸른 고래는 자기 길이 제일 빠르다고 말했고,

혹등고래는 먼저 지나가겠다고 꼬리를 흔들었죠.

그러다 둘이 또다시 부딪혔고,

그럴 때마다 바닷속이 휘청휘청,

새우 마을은 또 한 번 물살에 휩쓸렸어요.


작은 조개껍질 집이 깨졌고,

해초 놀이터가 찢어졌고,

누군가는 껍질이 정말로 터졌어요.


“엄마, 등이… 등이 아파요…”

꼬마 새우는

물방울보다 더 반짝이는 눈물을 흘리며 아파했어요.

"왜 항상 우리가 다쳐야 해요?"

누나 새우가 등을 꼬메며 질문하자 어른 새우 들은 고개를 떨꾸며 말했어요.


"고래들은 크고, 우리는 작으니까. 그 사이에 새우들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하는 거야"


그날 밤, 바닷속이 잠잠해질 무렵

새우들은 모여 조용한 회의를 열었어요.

물풀을 묶어 만든 의자,

말미잘이 빛을 내주는 조명,

산호 가지에 걸린 조개종이 ‘땡’ 하고 울렸죠.


꼬마 새우 아빠는 조심스럽게 발표대에 섰어요.

“싸우는 걸 멈추게 할 순 없겠지만…

우리가 안 터지게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새우수염을 만지며 옆에 있던 새우도 이어서 말해요

“그래요. 제가 어렸을 때에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게 당연했지만

이제는 피해받는 존재로만 살진 않을 거예요.

우리가 먼저 우리를 지켜보자고요.”


다음 날부터,

새우들은 바닷속을 돌아다니며

부서진 조개껍질, 버려진 산호 조각,

바람을 막는 해초줄기를 모았어요.


그리고 마을 가장자리에

‘물살 방패벽’을 세우고,

조개 속을 깎아 만든 ‘방공호’를 만들었죠.

서툴렀지만 섬세했고, 느렸지만, 단단했어요.


며칠 뒤, 고래들의 싸움이 또 벌어졌어요.

이번엔 “깊은 바닷길을 누가 먼저 차지하느냐”를 두고 다퉜대요.

고래들이 등을 맞대고 부딪히자

바다가 다시 요동쳤어요.


하지만 이번엔 새우들의 방패벽이 파도를 가르고,

조개 속에 모여든 아이들이 서로를 껴안았어요.

막내 새우가 말했어요.


“이번엔… 우리 안 터졌어.”


그날 밤, 생생한 정보를 전하는 문어기자가

새우 등이 터지지 않기 위해 애쓰는 상황을 바닷속 방송을 통해 중계했어요.


“작은 생명들의 철저한 준비,

고래의 소란 속에서도

드디어 새우는 자신을 지키는 길을 만들었습니다.”


놀랍게도, 그 방송은 너무 감동이었고

푸른 고래와 혹등고래의 귀에도 들어갔어요.


푸른 고래는 느리면서 크게 말했어요.

“미안… 우린 너무 커서

등 터지는 소리를 못 들었어”


혹등고래는 잠시 눈을 감고 이어서 말했어요

"작은 생명들이 스스로 지키려고 애썼는데

우린 그만큼 너무 조심하지 않았어. 미안해.”


며칠 후,

푸른 고래와 혹등고래는

살금살금 새우 마을 앞에 나타났어요.


큰 몸으로 바닥에 머리를 대고,

파도 한 줄도 일으키지 않으려 애쓰면서요.


푸른 고래가

“우린 싸움을 완전히 멈추진 못하겠지만,

너희 등이 터지게는 안 할게.”


혹등고래도

“그리고… 혹시 필요하면,

방패 재료 조금 도와줄 수도 있어.”


그날 이후,

새우 마을에는

‘등 안 터진 날’들을 기록하는 달력이 생겼고,

열 장이 넘겨지자,

‘작은 바다 지혜 전시회’가 열렸어요.


하지만 바다는 여전히 고래들이 으르렁대고 싸우는 곳이에요.

이제 새우들은 등을 꿰매는 대신,

등을 지키는 법을 알게 된 존재가 되었어요.



이 동화는 속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를 재해석하여,

작은 존재가 단지 피해자가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고 변화를 이끄는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현실 세계에서도 국가 간의 갈등, 경쟁, 자존심 싸움 속에서

항상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목소리가 작고 힘이 약한 약자들입니다.


그러나 이 동화에서는 그런 작은 존재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고 연대하며,

거대한 갈등 속에서도 자기 자리를 지켜내고, 더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냅니다.


"고래 싸움은 멈췄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싸움이 멈추지 않는다면

새우의 등도, 매번 터지지 않도록 힘을 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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