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품은 아이

1분 동화, 별빛 동화 열 번째 이야기

타이밍의 하루


안녕? 나는 지구를 하루에 한 바퀴 도는 ‘시간의 아이’ 타이밍이야.

매일 똑같은 길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한 바퀴 돌지.

내가 지나갈 때마다 세상의 시계는 ‘하나씩’ 똑하고 움직여.

이렇게 되면 오늘에서 내일로 시간이 바뀌는 거야.


나의 하루를 소개할게.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하는 곳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나라, 키리바시.

이 나라는 바닷물 가까이에 아슬아슬하게 떠 있어.

해수면이 조금만 올라가도 마을이 잠겨버려.

오늘도 작은 마을 하나가 물에 잠기고 있어.

사람들은 짐을 싸고, 바닷물보다 먼저 떠나려 해.

나는 그 마을 위를 조용히 지나가며 속삭였어.

“내일은 조금 더 괜찮았으면 좋겠어.”


다음으로 나는 대한민국에 도착했어.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바쁘게 하루를 시작해.

학교 가는 아이들, 지하철을 타는 어른들,

어느새 스마트폰 시계를 보고 ‘지각이다!’ 하고 뛰는 모습도 보여.

여기 사람들은 시간을 쪼개어 살아가고 있어.

하지만 그만큼 기록하고, 기억하고, 발전하려는 힘이 보여.

"여기 사람들은 도대체 언제 쉴까?" 나도 궁금해졌어.


사막 위로 나의 발자국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나는 지금, 중동에 도착했어.

이곳은 낮에는 뜨겁고 밤에는 싸늘하지.

모래바람이 도시를 덮을 때면, 아이들은 학교 대신 천막 안으로 피신해.

어느 마을에서는 오늘도 폭탄 소리가 들렸고,

어느 도시에서는 평화를 외치는 노랫소리가 들렸어.

병원에서는 전쟁으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

“이곳의 전쟁은 언제 멈출까? 정말 끝나지 않는 걸까?”


덜컹거리는 오래된 버스를 타고, 나는 아프리카로 왔어.

햇살은 강하고, 흙먼지가 붉게 일어나지.

어느 마을에는 물통을 이고 먼 길을 걷는 아이들,

어느 도시에는 태양열을 모아 전기를 만드는 청년들이 있었어.

배가 고파도, 희망은 굶지 않게 하려는 어른들의 마음이 보였지.

한 아이의 빈 물병 위에 햇살이 내려앉았어. 노란 물이 반짝였지.

“너가 마시는 물은 흙탕물이지만, 언젠가는 맑은 물로 가득 채워지길 바래.”


지구의 반대편, 아메리카에 도착하니

도시의 불빛이 별보다 먼저 반짝였어.

이곳의 시간은 마치 무지개 같아.

수많은 얼굴, 수많은 언어, 수많은 발걸음이

한 나라에 어우러져 있지.

놀이터 한쪽에서 등을 돌린 두 아이를 보았어.

한 아이는 짙은 피부를 가졌고,

한 아이는 밝은 머릿결을 가졌어.

처음엔 함께 놀던 아이들이었지.

하지만 한 아이는 곧 떠나야 해.

불법이민자의 가족이기 때문이래.

헤어지기 전, 아이 둘은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었어.

그 손엔 말로 다 못한 감정들이 묻어 있었지.


나 타이밍은 하루를 다 돌고 나면

지구의 그림자 끝에 앉아,

내가 본 세상을 조용히 접어두어야 돼.

왜냐하면 매일 기쁨, 슬픔, 탄식, 죽음을 보면 마음이 편하지 않거든.


“어느 감정을 따라야 하지?

기뻐해야 해? 슬퍼해야 해?

아니면 아무것도 느끼지 말아야 해?”


그럴 때마다 내 친구 쉐이드가 그늘처럼 다가와 내 옆에 앉아.

“느끼지 마.” 쉐이드는 단호하게 말해.

“그게 제일 편해. 한쪽을 느끼면 죄책감이 생기고,

두 쪽을 다 느끼면 무너져. 그냥 흘려. 지나가게 둬.”


나는 그 말에 고개를 숙였어. 어쩌면 맞는 말 같기도 했거든.

그 순간, 부드러운 바람결 '소프트'가 찾아와.


“타이밍, 감정은 선택하는 게 아니야.

그건 네가 그 순간을 진심으로 바라봤다는 증거야.”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들었어.

그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갔지.

나는 주머니 속 작은 노트를 꺼냈어.

거기에는 매일 한 줄씩 내가 본 세상의 조각이 적혀 있어.


“나는 모든 걸 바꿀 순 없어.

하지만… 적어도 ‘기억하는 사람’은 될 수 있어.”


그리고 나는 다시,

동쪽으로, 내일로,

또 하나의 하루를 만나러 날아올랐어.



오늘도 전쟁 소식이 들리네요.

지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동시에 많은 일들을 겪고 있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마을이 물에 잠기고, 어떤 곳에서는 시간에 쫓기고, 또 어떤 곳에서는 폭격이 쏟아지며, 누군가는 조용히 이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동화는 하루 동안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시간'이라는 존재를 주인공으로 삼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고통과 희망의 장면을 조용히 바라보는 이야기입니다.


“기억하는 것에서 변화는 시작됩니다.”

주인공 ‘타이밍’은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지만, 외면하지 않고 기억하려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갑니다.

우리는 때때로 세상이 너무 아파 보여 외면하고 싶어 집니다. 하지만 기억하는 것조차 용기이고, 감정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야말로 세상을 지키는 작은 힘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제가 예전에 기획했던 동화를 소개합니다.

함께 세상을 바라보았으면 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ambiguousti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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