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는 말, 해도 돼요

1분 동화 별빛동화 열두 번째 이야기

말하지 않은 달,

20일 동안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


요즘 달은,

왼쪽 다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자꾸만 굳어갔어요.

무릎은 펴지지 않았고,

발끝은 별빛보다 먼저 시렸어요.

그런데도 달은

아픔을 말하지 않은 채 삼켰어요.


“이 정도쯤이야.

자식들이 얼마나 바쁜데.”


달은 아플 때마다 웃는 연습을 했고,

조금 더 기울어질 때마다,

달무리를 진하게 드리우며

혼자서 아픈 걸

조용히 감추는 것이

이제는 습관처럼 돼버렸어요.


그 사이,

자식 별들은 바빠도 너무 바빠요.

첫째 별은 블랙홀 출장 중이에요.

관측기록을 뒤지며

"우주는 나 없이 안 돌아가!"

셀카를 찍어 행성 일곱 군데에 전송하고

받은 메시지는 제대로 보지 않고 넘겨버렸죠.


둘째 별은

별 다섯을 키우느라

우주 분유는 늘 품절이고,

기저귀는 유성우처럼 날아다녔지요.

“엄마한테 전화하려고 했는데

또 아이가 울어서 못했네.”

오늘도 그렇게 하루가 흘렀어요.


막내 셋째 별은

『슈퍼스타가 되는 법』이라는 책을 쓰고 있어요.

집중을 계속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내용은 하나도 쓰지 못하고

표지 디자인만 19일째 고민 중이에요.


그렇게

달에게 안부를 전한 별은

하나도 없었어요.


그리고

딱 20일째 되는 밤.

달은 달무리로 아픔을 감출 수 없었어요.

보름달에 작은 구멍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블랙홀을 출장 중인 첫째 별은

망원경 너머의 달을 보고 숨을 멈췄어요.


“……엄마?”

은하계를 가로질러

하루 만에 돌아온 첫째 별.

아픈 달을 보는 순간

폭발하듯 외쳤어요.


“왜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왜 20일 동안… 혼자 아팠어요?!

우리가 뭐라도… 뭐라도 할 수 있었잖아요!!”


그 말에

둘째는 기저귀를 들고 울었고

셋째는 원고를 던졌어요.


달은 조금씩 달무리를 내며 작게 말했어요.

“그냥… 너희가 너무 바빠 보여서…”


다음 날,

달은 우주 병원에 입원했어요.

왼쪽 다리는 투명해져 있었고,

밤마다 떨리던 빛은

이제 사라질 듯 희미해요.


하지만 그날,

별 셋은 아무 말 없이

달의 손을 꼭 잡았어요.

첫째는 따뜻하게 쥐었고,

둘째는 등을 쓸어주었고,

셋째는 메모지를 꺼내 이렇게 썼어요.


“아프단 말,

이제 우리한테 해줘요.”


그 시각,

지구의 한 병실.

딸이 엄마의 손을 꼭 쥐고

창밖의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어요.


“우리 엄마… 꼭 괜찮아지게 해 주세요"

달의 빛이 조용히 떨렸고,

그 곁엔 별 셋이

나란히 빛나고 있었어요.


소녀는 눈을 감았지만 어쩐지 응답이 들려오는 것 같았어요.

“아 엄마가 나을 수 있겠다!.”


달은 아주 천천히

다시 동그라미를 그려갔어요,

지구 한 병실에 있던 어머니도 함께 회복이 되고 있어요.


왼쪽 다리는 아직 약했지만,

누군가가 꼭 잡아주는 손과

하늘을 향한 간절한 기도가

조금씩 달과 딸의 어머니에게 보이지 않는 힘으로 연결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결국,

모두의 간절함과 사랑으로

그 빛은, 다시 완전해졌어요.


이 동화는
자식에게 아픔을 말하지 못한 부모와,

그 아픔을 너무 늦게 알아차린 자식의 서운함을

달과 별, 그리고 지구의 딸이라는 우주적 은유로 그려냈습니다.


누구나 바쁜 일상 속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의 고통을 놓치고 후회한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 늦게 알게되더라도

서로의 손을 잡는 순간

사랑으로 회복은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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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