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급의 비밀

1분 동화, 별빛 동화 열네 번째 이야기

뛰어나려면...


푸른 언덕 위 양떼마을에는 모든 양들이 꿈꾸는 전설의 "일등급 풀밭"이 있었어요.


"일등급 풀밭의 풀을 먹으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양이 될 수 있대!"


하지만 그 풀밭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아주 소수의 양 어른들만 그곳에 들어가 본 적이 있었죠.

양촌장은 늘 자신이 "일등급 풀밭" 출신이라며 떵떵거렸어요.


"나 때는 말이야~ 그 풀 맛이 어찌나 달던지! 너희도 열심히 하면 갈 수 있을 거다!"


양떼마을 부모 양들은 어떻게든 새끼 양들을 "일등급 풀밭"에 보내고 싶었어요. 일등급이 되면 양촌장처럼 모두가 자기 자식을 우러러볼 것이라 생각했어요.


한편 마을 중심에는 유명한 쪽집게 개선생이 있었는데, 그 선생님이 비밀을 안다고 양떼마을 부모들은 상담을 받고자 번호표를 받으며 줄을 섰어요.


"어머니! 저만 믿으셔야 합니다!. 제가 알려주는 비밀번호만 외우면 일등급 풀밭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과외비는 풀 100 다발!"


중앙 밭에 사는 양양이 엄마는 모든 풀을 바쳐 양양이를 개 선생에게 보냈어요.

하지만 양양이는 비밀번호를 외우느라 풀맛을 점점 잃어버렸죠.


외진 쪽에서 사는 털보양은 풀이 없어 개선생님을 만날 수도 과외를 받을 수도 없었어요.

그래서 친구 염소 꼬미와 들판을 다니며 다양한 들꽃과 산딸기를 맛보았지만, 자기 자신은 등급 외라며 점점 소심해졌죠.


드디어 일등급 풀밭의 시험날! 모든 양들이 비밀번호를 외우며 모였어요.

하지만 양촌장과 개선생이 아무리 비밀번호를 눌러도 문은 열리지 않았어요.

그때 털보양이 작은 글씨를 발견했어요.


"사실 이 풀밭의 풀맛은 비밀번호도 아니고 스스로 출입구를 찾아야 풀맛을 느끼고 누릴 수 있습니다."


양들은 깜짝 놀랐어요. 그동안 맞다고 생각한 방식이 아니었어요.

양촌장과 개 선생은 민망해하며 사라졌죠. 그리고 양들은 출입구를 찾으러 돌아다녔어요.

하지만 출입구는 쉽게 보이지 않았어요. 양양이는 지친 기색으로 털보양에게 다가가 말했어요.


"난 늘 비밀번호만 외워서 풀밭을 찾아갈 줄 몰라."

양양이 말에 털보양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어요.

"나는 풀이 없어서 비밀번호를 배울 수도 없었지만, 대신 들판을 다니며 길 찾는 법을 익혔어. 내가 도와줄게."


털보양은 자신이 친구염소 꼬미와 함께 다니며 길 찾는 법을 익혔다고 설명했고,

털보양과 꼬미는 양양이와 협력해서 들판 곳곳에 다양한 개성 있는 풀밭들을 찾고 만들었어요.

양양이는 처음으로 민들레가 정말 맛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털보양과 함께 들꽃과 산딸기를 먹으며 행복했죠.


마을의 다른 양들도 각자의 경험과 방법을 공유하며 협력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마을에는 꼭 일등급 풀밭이 아니어도 각자 취향에 맞는 다양한 풀밭들이 만들어졌어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양은 남들이 정한 일등급이 아니라, 자기만의 일등급을 찾은 양이랍니다."


털보양이 웃으며 말했어요.

양들은 각자의 풀밭에서 각자의 맛을 찾아 행복하게 살았어요. 드디어 더 넓은 풀밭을 뛰어다니게 된 것이죠.



며칠 전 아이가 기말고사를 치렀습니다. 모두가 1등급을 향해 밤잠을 설치며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늘 아쉽죠.


이 동화는 알 수 없는 미래와 등급 중심의 사회 분위기로 흔들리는 교육 현장을 담아보았습니다.

특히 '일등급 풀밭'을 통해 우리 사회의 학벌주의, 사교육 열풍, 지역 격차, 출세 지향적 사고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꼭 '꼭대기'에 올라가지 않아도, 각자의 개성과 환경에 맞는 다양한 '좋은 풀밭'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한 방향으로 몰리는 경쟁이 아닌, 서로 다른 길을 탐색하고 협력하며 함께 성장하는 진짜 실력을 우리 아이들이 찾길 바랍니다.


"행복은 등급이 아닌 나만의 길을 찾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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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