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동화 별빛 동화 열세 번째 이야기
처음엔 그냥 나무로 만들어진,
비 오면 젖고,
앉으면 삐걱대는 평범한 광장용 의자였다.
그런데 어느 날, 왕이 나를 발견하더니 말했다.
“이 의자에 앉는 자, 나라를 이끌 자격이 있다!”
그 말과 함께
왕은 내 나사를 고무로 바꾸었다.
“지도자는 유연해야지!”
그리고 내 등받이에 금빛 스티커를 붙였다.
“‘왕의자 인증 마크’ 추가 완료!”
사람들은 박수를 치고,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나는,
진짜 왕의 의자가 된 줄 알았다.
내 나뭇결이 스스로 반짝이는 것만 같았다.
그 후로
나를 바라보던 눈빛들이
조용히 바뀌기 시작했다.
처음엔 다들 조심스러웠다.
“앉아봐도 되나요?”
“사진만, 진짜 잠깐만요…”
어떤 사람은 내 앞에서 정장을 꺼내 입었고,
어떤 이는 무릎을 꿇고 셀카를 찍으며 말했다.
“왕의 기운 받아가자!”
그러더니
줄이 생기고,
줄이 길어지더니,
그 줄을 두고 말다툼이 일어났다.
“내가 먼저 왔어요!”
“그쪽은 아까 앉았다면서요!”
“의자에 오래 앉는 건 반칙 아닌가요?”
그리고 마침내, 터졌다.
광장은 전쟁터였다.
“줄 안 선 사람 저기요!”
“사진 찍다 넘어졌잖아요! 내 차례예요!”
내 위에서 밀고, 잡고,
누가 먼저 앉았는지 싸웠다.
어떤 이는 심지어 내 다리를 들고 흔들기까지 했다
어떤 아저씨는
"나 삼대째 지도자 집안입니다!"
하며 조상 족보 두루마리를 펼쳤고,
어떤 아주머니는
“내 SNS 팔로워 수가 이 나라 인구보다 많아요!”
라며 스마트폰을 내 얼굴에 들이댔다.
사람들은 내 위에서
밀치고, 소리 지르고, 우겼다.
“저 인간은 예전에 나랑 팔씨름 졌어요!”
“쟤는 의자에 앉을 엉덩이 무게도 안 돼요!”
“이건 사기다! 의자가 나랑 안 맞는다!”
심지어 어떤 이는
내 위에 자기 얼굴 쿠션을 얹으며 외쳤다.
“이제 의자와 내가 하나다!”
… 아니, 나. 숨 막혀.
내 고무 나사는 점점 늘어났고,
다리는 덜덜 떨렸다.
나뭇결마저 주름져 갔다.
사람들이 떠나고 나면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그냥, 앉는 도구였을 뿐인데...
왜 이 난리야?”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내게 실망하기 시작했다.
“의자가 너무 흔들려.”
“결정력이 없어 보여.”
“왕의자인데 너무 볼 품 없잖아.”
그리고 마침내,
나는 뒷골목 쓰레기장에 버려졌다.
금빛 스티커는 찢겨 바람에 날아가고,
고무 나사는 힘 없이 떨어져 나갔다.
나는 처음으로 스스로를 부정했다.
“나는... 그냥 의자도 아니었나 봐.”
비를 맞으며 엎어진 채로
나는 존재 이유를 잃었다.
정말,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끝은 아니었다
비를 맞으며 쓰레기장 구석에 엎어져 있던 나를
어느 시골 아주머니가 집어 들었다.
“어머, 딱 애 밥상용 의자네.”
그리고는 나를 하늘색으로 예쁘게 칠하고,
작은 방구석에 놓았다.
아이 하나가
매일 내 위로 올라가 앉았다.
크레파스를 들고,
붓으로 낙서를 하고
가끔은 기타를 튕기며 말했다.
“나중에 우주로 가는 로켓을 만들 거야.”
“내가 대통령이 되면 고양이도 학교 보내 줄 거야.”
“오늘은 별자리를 관측할 거야. 넌 별자리 관측 의자야!”
그 말들이
내 등받이 사이로 스며들었다.
내 의자 틈새로
조용히, 반짝이며 들어왔다.
아이의 작은 엉덩이가 내 위에 앉을 때마다
나는 여전히 삐걱였지만,
덜 흔들렸고,
더 단단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지금도 삐걱거린다.
하지만 이제 그 소리는
아이의 꿈을 위한 기분 좋은 음악 같다.
나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진짜 좋은 자리는
누군가를 위에서 누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내일을 받쳐주는 것이라는 걸.
나는 처음으로, 진짜 의자가 되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책임이 따르는 자리에 서면 사람은 성숙해지고,
그 자리에 걸맞은 지혜와 태도를 갖게 된다는 뜻이죠.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고, 포장하고, 누르려는 모습을 더 자주 봅니다.
진짜 '자리'의 의미는 어디로 갔을까요?
이 동화는,
평범한 나무 의자가 '왕의자'로 지정되면서
자리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
욕망이 넘치던 그 자리에서 버려지게 된 의자
그리고 결국 진짜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과연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걸까요?
아니면 사람이 자리를 완성시키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