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빌딩

1분 동화, 별빛 동화 열다섯 번째 이야기


하늘을 찌를 듯 솟은 거대한 건물 하나.

그 이름은 하늘빌딩.

천 개의 층마다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어요.

맨 꼭대기층은 구름 위에 있었고,

가장 아래는 땅속 어둠 속 지하로 이어졌지요.

사람들은 각자 자기 층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늙고, 그렇게 살아갔어요.

계단도, 엘리베이터도 있었지만,

아무도 다른 층으로는 가지 않았습니다.

보안 인증 없이, 문은 열리지 않았거든요.


1000층 – 구름 위 사람들

“오늘 구름은 참 부드럽게 흐르네.”

“비도 오고, 공기도 맑아졌겠지 뭐.”

그들은 하늘을 감상하며 따뜻한 와인을 마셨고,

난방비가 줄어든 것에 감사했어요.

“지구는 역시 똑똑해.”

엘리베이터 앞에는

‘외부인 출입 불가 / 층별 사전 인증 필수’ 라는 전광판이 켜져 있었지요.


300층 – 자연 감상 층

바다, 들꽃, 빙산이 보이는 이 층에서

사람들은 자연을 감상하며 말했어요.

“폭포가 생겼어. 너무 멋져.”

“빙하가 녹으면서 새로운 생태가 만들어지고 있어.

우린 참 운이 좋아.”


100층 – 페스티벌 층

비가 오고 바람이 불었지만

여기선 매일 축제가 열렸어요.

“오늘은 ‘바람타기 데이’!

50층까지 뛰어내려 가는 이벤트 출발~!”

창이 흔들려도,

벽이 울려도,

사람들은 소리쳤어요.

“지금 이 흔들림, 대박!

다음엔 ‘지진 버라이어티’ 어때?”


20층 – 조용한 불안 층

비가 너무 자주 왔어요.

어제는 산사태로 복도에 흙이 밀려들 뻔했지요.

“배수로를 아래층으로 뺐으니 괜찮아….”

그들 중 몇몇은

벽에 스며든 물 자국을 닦으며 조용히 생각했어요.

“말하지 말자. 괜히 문제 키우는 사람 되기 싫어.”

그들은 걱정을 삼켰어요.

그러다 한 남자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문을 열어보려 했지만,

경보음이 울리고 누군가 말했어요.

“거기, 등록 안 하셨죠? 위층 연결은 금지입니다.”

그는 계단 앞에서

말없이 뒤돌아섰지요.


5층 – 위험이 점점 차오르는 층

하천이 넘칠 때마다

두 손으로 가슴을 감쌌어요.

“오늘은 어디까지 물이 올라올까…”

“위층 사람들은 알까?”

어느 날 밤,

누군가 계단을 올라 7층 사람에게

노크를 하고 이 사실을 알리려 했지만

“죄송해요. 우리 애도 여기서 살아서요...”

라는 말과 함께 문은 닫혔어요.


1층 – 지상과 지하의 경계가 무너지는 층

물이 무릎을 넘고 허리까지 차오르고

콘센트에서 파직파직 불꽃이 튀기 시작했어요.

침대는 보트로 바뀌었어요.

사람들은 말하지 않고

살아남는 법을 익혔죠.

밤마다 작은 부표를 만들어

위층에 보내며 이렇게 썼어요.

“하루라도 괜찮은 날이 오길.”

하지만 위층 문은

열리지 않았어요.

그날 밤, 1층 창밖에선

지하 아이의 노랫소리가 들렸어요.

‘내일은 조금 덜 잠기기를…’

그 노래는 물결에 섞여 아래로 흘러갔습니다.


지하층 – 살기 위해 집을 버린 층

지하층의 아이는 물이 너무 차 올라

얼굴만 빼꼼 내밀어요

“문이 안 열리면,

종이라도 날아가길.”


한 어른이 소리쳤어요.

“이제… 여긴 못 살아. 올라가야 해!”

누군가 아이를 안고,

누군가는 배낭을 메고,

사람들은 처음으로 계단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어요

이젠 집도 없고 밥을 먹을 때도 없어요.


지하층 사람들은 5층까지 계단을 타고 올랐어요,

1층부터 5층까지 문은 여전히 차갑게 잠겨 있어요.


아이가 손에 쥐었던 종이배는 젖은 채로 찢겨지고,

한숨을 쉬며 내려가는 사람들이 지나간 벽에는

실금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한편, 중간층 어느 집 천장에

가느다란 금이 생기고 있었어요.


“엄마, 벽에 줄무늬가 생겼어.”

“줄무늬? 무늬겠지… 설마 금이겠니.”


5층 친구네는 곰팡이가 올라왔다고 했고,

10층 사람은 자다 말고 진동에 깼다고 했어요.

누군가는 벽에 귀를 댔고,

누군가는 창밖 어둠을 바라봤어요.


하지만 모두, 입을 다물었어요.

말하는 사람이

불안을 만든다고 여겨졌거든요.


그날 밤,

엘리베이터에 작은 경고등이 깜빡였어요.

“기계적 이상 감지. 정비 예정.”


하지만

그 누구도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았어요.

원래 서로 다른 층끼리는 오가지 않았으니까요.


1000층 거실,

구름 위에서 와인을 마시던 한 사람

“엘리베이터가 고장인가 봐.

뭐, 우리는 위층끼리만 다니니까 상관없겠지.”

“이렇게 구름 위는 평온한데 뭐.”

아래에서 울려오는

낯선 진동에도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어요.


벽은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벌어졌어요.

바닥은 미세하게 기울어졌고,

천장은 점점 내려앉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누구도 먼저 말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하늘빌딩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채,

스스로의 무게로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어요.


이 동화는 ‘하늘빌딩’이라는 가상의 건물을 통해 사회적 단절, 계층 불평등, 기후 위기, 그리고 무관심 등 사회 부정적인 단면을 풍자적으로 그리고자 했습니다.


수직으로 분리된 층들은 서로 오갈 수 있음에도 보이지 않는 벽과 자기합리화로 인해 고립된 삶을 선택합니다.


특히 위층의 안일함과 아래층의 절박함, 중간층의 침묵은 우리 사회의 모습입니다.

계단, 닫힌 문은 소통의 단절을, 종이배는 무력한 희망을 상징하며,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무게’가 사회를 무너뜨리는 비극으로 이어집니다.


“당신은 지금 어느 층에 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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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