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해서 생긴 일

1분 동화 별빛 동화 다섯 번째 이야기


300번 떨어진 가시로 만든 선물


깊은 숲 속, 커다란 돌담을 따라 걷다 보면

낡은 굴뚝이 보이는 조용한 다락방이 있어요.


그곳엔 고슴도치 한 마리가 혼자 살고 있죠.

이름은 도치.


도치는 성실하고 손재주가 끝내줬지만,

면접만 보면 ‘뾰족하다’는 이유로 탈락하곤 했어요.


“가시는 좀 정리해 보셨어요?”

“팀워크에... 무리가 있을 것 같네요.”

“내향적이시네요. 저희는 적극성 있는 인재를 원해요!”


도치는 무려 300번이나 이력서를 냈지만,

돌아오는 건 언제나 ‘불합격’.


그렇게 도치는 세상의 문을 닫고,

자신을 점점 더 작게 움츠렸어요


이불속에 쏙, 창문엔 못질, 방문엔 두꺼운 가시빗을 끼운 채.


“나는 실패한 가시쟁이야...”

도치의 목소리도, 꿈도, 함께 뾰족하게 굳어갔죠.


그즈음, 숲에는 한창 자기 계발 바람이 불고 있었어요.


“아침 5시 도토리 명상 동아리 들었어?”

“요즘은 무조건 도전! 인맥이 실력이야!”


도치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세상이 원하는 고슴도치는, 가시 없는 고슴도치.

그리고 자신은, 그런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요.


어느 비 오는 날,

빨래가 눅눅해

도치는 무심코 창문을 반쯤 열었어요.


그 순간,

어디선가 민들레 홀씨 하나가

살랑살랑 방 안으로 들어왔죠.


그리고...

훗-!


“에취!!!”

도치는 크게 재채기를 했어요.


“이게 뭐야! 알레르기 유발자잖아!”

도치는 홱!! 손으로 홀씨를 쫓았지만,

홀씨는 자꾸만 다시 내려앉았죠.

탁자 위에, 이불 위에, 도치의 코 끝에.

그 작은 홀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저 가볍고 하찮은 모습으로 거기 존재할 뿐.


도치는 속삭였어요.

작은 홀씨도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데 나는 뭐지?.”


그날 밤,

도치는 오래된 연장을 꺼냈어요.

낡은 나무토막을 만지작거리다,

작고 투박한 연필꽂이를 만들었죠.


아무도 쓰지 않던 자신의 ‘가시’를

작은 장식으로 붙여 보았어요.

조금은 뾰족하지만, 어딘가 따뜻한 모양.


“괜찮은데?”


며칠 뒤, 동네 다람쥐가 말했어요.

“이거, 너 만든 거야? 나도 하나 갖고 싶어!”

“어… 그럼, 하나 더 만들어볼까?”


그렇게 시작된 게 바로 ‘도치의 가시 공방’이었어요.


도치는 말도 많고 조언도 많은 세상에서

말 대신 작품으로 말하기로 했죠.


가시빗: 털 많은 토끼 꼬리에게 인기!

뾰족 핀: 조용히 있고 싶은 다람쥐들에게 대히트!

가시 옷걸이: 허물을 벗는 도마뱀 주문!

조금씩 숲 속에 도치의 공방이 알려졌어요.


그리고 공방 한쪽에는

이런 작은 안내문이 붙어 있었어요.


“가시가 있어도 괜찮아요.

뾰족했던 시간들이 나를 지탱했으니까요.”


그 아래엔,

조용히 내려앉은 민들레 홀씨가 꽃으로 피었어요.


가끔 마을 동물들이 말했어요.


“가시 많은 애가 만든 거 치곤 예쁘네?”

“요즘은 말 많은 애들보다 조용한 게 낫지 않냐?”

“손재주 있으면 다 용서되지~”


도치는 살짝 웃었어요.

“역시, 세상은 바람 따라 말이 바뀌어.”


하지만, 이제 상관없었어요.

자신만의 바람은, 이미 불기 시작했으니까요.


뾰족해서 생긴 일》은 ‘뾰족하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반복된 거절을 경험한 고슴도치 ‘도치’가, 자신의 상처이자 특징이던 ‘가시’를 통해 세상과 연결되고 스스로를 회복해 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이 동화는 ‘사회가 원하는 모습’에 맞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현대의 아이들과 청소년, 그리고 어른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300번의 불합격’, ‘닫힌 창문’, ‘이불속의 도치’라는 이미지를 통해 우울과 고립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이야기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봅니다.


“당신의 가시도, 누군가에겐 희망이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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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