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이 났단다

1분 동화, 별빛 동화 네 번째 이야기

깊은 세상 속 개천에는 작은 꿈알들이 조용히 떠내려오곤 했어요.

비가 오는 날이면 알은 빗방울을 따라 살랑살랑 흔들렸고,

햇살이 비추는 날엔 알껍질이 투명하게 빛났지요.


그리고 아주 가끔,

그 알 속에서 용이 태어났어요.


수초를 뚫고, 진흙을 헤치고,

하늘로 쑤~욱 날아오르는 용.

그 용은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감탄했던 존재였죠.


그런데 요즘은요.

개천에서 용이 태어나지 않아요.

아이들은 이제 알을 개천에 띄우지 않고,

알 위에 금박을 붙여 전시해요.


“우리 집 알은 몇 평이야.”

“난 영어로 꿈꿔.”

“우리 알은 명품 인큐베이터에서 컸어.”


금박의 알들이 부화하면 용훈련소로 입소를 해요

그다음에는 하늘관리공단에서 날 수 있는 자격을 심사해요.


〈비행 허가제 1조〉

“모든 용알은 ‘하늘비행자격시험’에 합격해야 날 수 있다.”

〈비행 허가제 2조〉

“시험 응시는 등록된 ‘고급 수련소’ 출신만 가능하다.”

〈비행 허가제 3조〉

“비행 시험료는 금화 300개.”


그래서 이제, 개천과 진흙 속에서 꿈틀거리던 진짜 용알들은

빛조차 보지 못한 채 가려지고 있어요.

개천 대신 유리 수조 속에서 숨 쉬는 알들.

숨 쉴 구멍만 남겨진 세상

그 안에서는 용이 날 수 없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하늘관리공단에서 새 공고문이 붙었어요.

〈용알 보호 및 비행질서 확립법〉

“개천은 비인가 날갯짓의 위험이 크므로 전면 봉인 조치한다.”


작은 용은 몸을 웅크린 채 중얼거렸어요.

"나는 그냥, 열심히 날개를 펴려고 했을 뿐인데…'불법 비행'이라니."


작은 용의 날개는 점점 단단해지지만 그의 날개를 필 하늘은 점점 좁아져만 가요.


그런데 어른들은 작은 용에게 말해요.

"노력하면 다 된단다. 우리 때에는 개천에서도 용이 났단다."

작은 용은 조용히 중얼거려요.

"그 개천, 지금은 뚜껑이 점점 닫히고 있어요…"


그날 밤, 작은 용은 조용히 개천으로 돌아왔어요.

다시 진흙을 헤치고, 수초를 흔들며,

다른 알들에게 속삭였지요.


“우리는 날 수 있어. 하늘이 열어주지 않으면,

우리가 하늘을 여는 연습을 하자.”


그리고 다음날,

작은 용과 친구들은 개천에서 작은 날갯짓을 시작했어요.

개천 끝에 아직 열리지 않은 작은 구멍 하나가 보여요.

작은 용은 단단히 굳은 날개를 푸드덕! 펼쳤어요. 그리고 외쳤죠.


“여러분! 지금이야!

하늘이 닫히기 전에, 우리가 날자!”

다른 알들도 하나둘 깨어났어요.


“나도! 지금이야!”

“닫히기 전에 날자!”


처음엔 푸드덕, 다음엔 허우적,

그러다 마침내

작은 한 마리가 툭, 하늘에 닿았어요.


그 순간,

구름이 살짝 갈라졌고 햇살이 조용히 내려왔어요.


그 작은 빛줄기를 따라,

용과 친구들이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감탄한 순간이었어요.


그리고 다시 들렸죠.

“개천에서 용이 난다.”



이 동화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옛 속담을 오늘의 현실 속에서 새롭게 해석한 이야기입니다.

과거에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노력으로 하늘에 오른 ‘용’이 있었지만,

지금은 용이 태어나기도, 날기조차도 쉽지 않은 세상.

그 변화를 아이의 시선으로 풍자하며, 동시에 희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했습니다.


작품 속 ‘금박 알’, ‘용훈련소’, ‘하늘관리공단’, ‘비행 허가제’ 등은

현대 사회의 교육 불평등, 기회 독점, 계층 고착화 등을 상징하며,

“왜 더 이상 개천에서는 용이 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봉인된 개천 속에서 다시 용이 태어나고, 스스로 날갯짓을 시작하는 아이들.

그들의 연대와 용기가 세상이 열어주지 않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게 합니다.

마침내 모두가 감탄하는 순간, 우리는 다시 그 말을 듣게 됩니다.


“개천에서 용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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