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동화, 별빛 동화 열한 번째 이야기
아침 햇살이 개집 안으로 들어와 나의 졸린 눈을 눈부시게 깨운다. 내 이름은 누렁이, 엄연히 노란색을 가진 강아지인데 사람들은 나를 똥개라고 부른다.
우리 주인은 매일 새벽 농사 나가기 전, 어김없이 내 밥을 챙겨주신다. 그때마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주인 다리에 기대고 싶지만, 온몸에 흙이 잔뜩 묻은 내 모습을 보고는 슬그머니 멈춘다. 괜히 주인 옷을 더럽히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주인이 만들어준 밥을 먹으러 성큼 다가가는데, 아니나 다를까. 까마귀가 어디선가 날아와 내 밥그릇을 툭툭 쪼았다.
"까~악! 오늘도 잘 먹을게, 똥개 누렁이!"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커다란 들개가 나타났다.
"으르렁! 까마귀야, 감히 너가 먼저 먹어? 이 밥은 내 거야!"
들개는 으르렁 이빨을 드러내며 까마귀를 밀쳐냈고, 까마귀는 발끈하며 날개를 퍼덕였다.
나는 조용히 밥그릇 앞에 주저앉아 있었다. 아니, 사실 조용히 있기 싫었다. 속으로 외쳤다. ‘야! 이 깡패들아! 그만 좀 해!!’ 하지만 현실은… 내 입에서 나온 건 그저 작은 한숨뿐이었다.
처음엔 나도 반항해 봤다. 하지만 주인 없는 틈을 타 까마귀는 내 머리를 쪼아대고, 들개는 내 꼬리를 물어버렸다.
결국 나는 밥을 빼앗긴 채 남은 밥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주인에게 이 사실을 말하려고 해도 멍멍만 댈 뿐 전달할 수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이제는 정말 못 참아!’
그래서 나는 이대로 배고픈 삶을 살 수는 없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그날 밤, 달빛 아래에서 완벽한 작전을 세웠다.
다음 날 아침, 나는 평소처럼 밥그릇 앞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나는 어젯밤에 찾은 작은 돌멩이를 밥그릇에 몰래 숨겨 두었다.
까마귀는 눈치도 못 채고 쪼아 먹기 시작했다.
"깍! 이거야, 이 맛이야… 으악!!"
까마귀는 눈을 부릅뜨고 입을 벌린 채 펄쩍 뛰었다.
딱딱한 돌을 쪼아버린 부리가 욱신욱신 아파왔기 때문이었다.
"이, 이게 뭐야?! 밥이 아니라 돌멩이잖아!"
나는 태연하게 대꾸했다.
"내 밥인데? 왜 못 먹겠니?"
까마귀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조용히 날아가 버렸다.
이제 남은 상대는 들개였다.
나는 밭에서 몰래 매운 고추를 한 움큼 물고 와선 조심조심 이로 썰었다. 입 안이 얼얼했지만 꾹 참았다. 이번엔 꼭 성공해야 하니까
"크르릉! 꼬맹이, 오늘도 네 밥은 내 거다!"
들개는 으르렁거리며 밥그릇을 차지했다.
그리고 한입 가득 입에 넣었다.
그런데…
"헉!! 으아아악!! 이게 뭐야?!"
들개는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혀를 내밀고 바닥을 굴렀다. ‘헉! 으아악! 불, 불!!’ 마치 내 눈앞에서 용이 되려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쿵!’ 우물로 머리를 박아버렸다
"아아… 물! 물 좀!!"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내 밥인데 왜 너가 그렇게 고생하는지 모르겠네?"
들개는 눈물을 글썽이며 내 밥그릇을 멀뚱멀뚱 바라보더니, 입맛을 다시며 뒤돌아갔다.
며칠 동안 나는 조용히, 배불리, 행복하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왠지 허전했다. 그때였다.
까마귀와 들개가 초라한 모습으로 나를 찾아왔다.
"똥개야… 우리 배고파… 미안해."
배를 움켜쥔 둘의 모습은 예전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 밥그릇을 앞으로 밀며 말했다.
"이제부터는 같이 먹자!"
까마귀와 들개는 감동한 듯 눈물을 글썽였다.
그 모습을 본 주인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에휴, 동물들이 사람보다 낫구나. “
똥개인 내가 사람보다 낫다고? 처음엔 귀를 의심했지만… 이제 나도 ‘품격 있는 개’가 된 건가?
‘똥개 누렁이’ 말고 ‘황금 개’가 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