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옴표 필름 May 24. 2023

정말로 좋아해야 할 수 있는 일, 콘텐츠 제작

계속 좋아하다 보면 돈이 따라올까요?

  나는 어쩌다가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걸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내 인생을 돌이켜 보면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에 앉아서 보냈던 것 같다. 책상에 앉아 공부는 별로 안 했다. 중고등학생 때는 책을 읽거나 글을 썼고, 20대 때는 영상 편집을 했다. 30대가 되고서도 계속 편집을 하다가, 최근 들어 브런치를 시작하며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 창작(or 노동)의 결과물이 글이냐 영상이냐의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둘 다 내가 재미있어하는 일들이었다.


  대학생 때는 가뜩이나 예체능대학 소속이라 학비도 비싼데, 연출 전공이라서 한 학기에 한 편씩 사비로 영화를 찍어야 했다. 싸게 찍으려면 찍을 수 있었겠지만 가성비 넘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고, 대체로 한 편을 제작하는 데에 웬만한 직장인 한 달치 월급 정도 되는 제작비가 필요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두 달치가 필요하기도 했고. 이십대 초반이라 세상물정을 잘 몰랐던 덕에(?), 그리고 숫자계산이나 이익보다 열정의 가치가 더 우선순위였던 시절이었기에 가능했었다. 학교를 같이 다녔던 사람들과 지금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대학교때 영화 찍었던 돈을 모았으면 차 한 대 값은 뽑았을 거라고.


  근데 그 때는 그 과정이 행복했다. 우선 물욕이 별로 없었고, 먹고 싶은 거나 하고 싶은 거를 조금씩 아껴서 내 작품에 더 보탤 생각만 했었다. 졸업을 하고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 되면서부터는 그런 마인드가 조금씩 사라지며 점점 자낳괴가 되어 갔다. 콘텐츠를 만드는데 내 사비를 쓴다? 이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내 눈앞의 이익보다 열정만 생각하는 시절은 인생에서 생각보다 짧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콘텐츠 제작 일로 먹고 산다는 건, 어느 정도 돈보다는 성취감과 뿌듯함, 그리고 열정과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이마저도 지금보다 나이를 조금 더 먹었을 때는 내 가치관이 어떻게 달라질지 예상할 수 없지만, 아직은 그렇다. 내가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먹고 살기 위함이지만,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보여주려는 욕심이 없었다면 진작 그만두었을 것이다. 일할 때 문득 '아 페이 좀만 더 높게 부를걸' 하는 후회가 밀려드는 순간들이 종종(사실 자주) 있다. 하지만 결국 업로드된 뒤의 조회수와 댓글 반응이 좋고 클라이언트 측에서 만족스러워하면 그간의 고생과 불만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조회수가 잘 나왔다고 나한테 추가 페이가 더 입금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쩌면 정신승리일지도, 가스라이팅을 당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해냈다는 뿌듯함과 성취감 때문에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것 같다.


  지금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일하면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기록해보고자 브런치를 시작했다. 평소에 일기를 잘 쓰지 않지만 브런치로라도 기록을 남겨보자, 라며 나 자신과 약속한 거였다. 그리고 나중에 나이가 더 들거나 더 이상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온다면 더는 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할 것 같아서 꼭 글로 남기고 싶었다. 그리고 내 글을 좋게 봐 주고 공감해주는 누군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렇듯 누가 시키지 않아도 꾸준히 글을 쓰는 이유 역시 금전적인 이득을 얻고자하는 목적보다는 어떤 성취감이나 생각 정리를 위해서다.


  최근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원하는 만큼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둘 다를 이뤄낸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건,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라는 뜻일 거다. 아직 나는 원하는 만큼 돈을 벌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단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만으로도 제법 위로가 된다. 누군가 콘텐츠를 업으로 삼는 게 워라밸도 안 좋고 전망이 불투명하다 해도, 빠르게 부자가 될 수 없다 해도 좋아서 하는 일이면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순수하게 좋아하며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 돈은 저절로 따라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은 채 오늘도 계속 해나가는 중이다.

이전 06화 내향인 PD가 예능 연출을 맡았을 때 일어나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