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환경과 몇 가지 습관을 바꾼 뒤, 정말 많은 게 달라졌다
나는 저녁형 인간을 넘어선 올빼미형 인간이다. 그동안의 삶에서 모든 창작은 새벽에 이루어졌으며, 해가 떠있는 낮에는 괜시리 몸이 피곤하고 의욕이 없다가도 달이 떠오르는 밤이면 조금씩 활력을 찾기 시작한다. 그러다 새벽이 되면 나의 집중력은 최대치가 된다. 카페인 음료를 마신 것처럼 각성 상태가 되고, 아침까지 창작 혹은 업무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학창시절에는 언제나 늦잠을 자서 밥 먹듯 지각을 하는 학생이었다. 잠 때문에 개근상 한 번을 받아본 적도 없다. 학교뿐만 아니라 오전에 잡혀있는 모든 약속은 언제나 잠 때문에 조금씩 늦기 일쑤였고, 누군가를 만나서 처음 건네는 인삿말은 대부분 '늦어서 미안해'였다. 매일 아침 허겁지겁 목적지까지의 최단경로를 검색하는 게 언제나 당연한 일이었다. 남편과 연애를 하던 시절에도, 한없이 착한 남편이 화를 내는 유일한 순간은 항상 내가 약속을 어기고 지각할 때였다. 이런 내가 그나마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다니던 시절에는 어쨌든 일어나야만 하는 상황이기에 등교든 출근이든 해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졸업장도 갖고 있고 회사를 다니며 밥벌이를 했겠지?
이런 내가 3년 전 프리랜서가 되면서, 초반에는 정말 가관이었다. 더이상 이른 아침에 억지로 일찍 일어나서 어딘가로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희열감에 달콤한 아침잠을 누구보다 열심히 즐겼다. 그동안의 회사 생활에 대한 보상심리였던 건지 자고, 자고, 또 잤다. 정오에 일어나면 일찍 일어난 거였다. 당시 나의 하루 일과는 정오가 조금 지났을 때쯤 일어나서 세수만 하고, 밥을 먹고서 다시 잤다. 그러다가 해질녘이 되면 본격적으로 일어나서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저녁 시간이 되면 다시 밥을 먹었다. 이러고 나면 보통 어두운 밤이 되는데 이 때부터 노트북을 켜고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잠을 잘 만큼 충분히 잤기 때문에, 그리고 이제는 정말로 일을 해야만 하는 시간이 되었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지고 집중이 잘 된다. 중간에 딴짓도 좀 해주다가, 또 집중해서 일하고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아침 해가 떴다. 그렇게 동이 틀 무렵 암막 커튼을 치고 다시 깊은 잠에 빠지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퇴사 후에는 밖에 나갈 일이 있지 않은 한, 정말 한동안 이런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이제 그만 달라져야겠다고 결심한 건, 결혼을 하고서도 한참 뒤의 일이다. 아침형 인간인 남편은 나와 함께 살아가고 함께 일하면서 우리의 생활 패턴이 서로 다른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아침 시간을 활용하지 않고 계속해서 잠을 자고, 새벽에 활동하는 나를 이해하기 힘들어했다. 초반에는 내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살면서 내가 이루어낸 크고 작은 일들은 모두 새벽에 이루어낸 것들인데.. 하면서 말이다. 사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를 일찍 시작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긴 했지만, 평생 고치지 못했던 습관이었기 때문에 매번 시도도 하기 전에 마음속으로 포기하곤 했다. 방법도 잘 몰랐다.
그런데 내가 아침형 인간이 된 건, 생각보다 간단하고 쉬운 계기에서부터였다. 남편은 한동안 오전 PT를 다녔다. 7시쯤 일어나서 준비하고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고 돌아오면 오전 10시에서 11시 정도였다. 나는 당연히 그 시간까지 자고 있었고, 남편은 씻고 나와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게 오히려 하루를 살아가는 힘이 난다고 했다.
나는 남편의 그런 모습을 보며 의구심이 들었다. 어떻게 아침부터 힘든 운동을 하는데 힘이 난다는 거지? 힘들어서 더 잘 것 같은데. 아무리 원래 아침에 잘 일어나는 사람이라고 해도, 도대체 운동이 얼마나 재미있길래 매일 꼭두새벽부터 나가서 하고 돌아오는 거지? 혹시 나도 운동을 하면 삶이 좀 달라질까? 하는 궁금증 겸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사실 오랫동안 생활 패턴이 엉망이었어서 내 몸과 멘탈은 조금 고장나있던 상태였었다. 아침 잠을 즐기고 새벽에 일을 하면서 조금씩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고, 더 이상 몸이 점점 편한 것만 추구하게 되는 게으른 인간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올해 상반기, 나는 새 사람이 되고자 나를 둘러싼 환경과 생활 패턴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첫 번째로는 집을 나와서 작업실을 갖는 것. 일과 집을 분리하는 것만으로도 아주 좋은 결과를 낳았다. 회사에 다닐 땐 그렇게 가기 싫은 사무실이었는데, 내가 원해서 입주한 작업실이다 보니 더 이상 출근길이 고통스럽지 않았다. 그리고 매일 아침 집에서 나와 어딘가로 이동하고, 하루를 마친 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꽤나 활력을 얻었다. 집에서 일할 때보다 햇빛도 많이 보고, 계절의 변화도 느끼고, 길거리를 오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는 게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여러가지 사정상 집에서 일을 하는 프리랜서가 많을 텐데, 요즘은 다양한 공유 오피스가 존재하니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찾아가서 작업하는 걸 추천한다. 여건이 정 안 된다면 주기적으로 햇빛이 잘 드는 카페에 가서 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지출이 결국 건강하게 오랫동안 일을 지속할 수 있는 투자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아깝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근력운동을 시작했다. 한 번 하는 거 제대로 하기 위해 큰 맘 먹고 PT도 끊었다. 30대의 운동은 더 이상 미용 목적이 아니다. 건강한 삶을 지속하고자 하는 목적이었기에, 별도로 식단을 엄격하게 관리하지는 않는다. 다만 주기적으로 오전 시간에 일찍 일어나 헬스장에 나가서 PT를 받고 나면 뭉쳐 있던 근육도 풀리고, 스트레스도 함께 풀린다. 평소 운동을 잘 하지 않던 나의 입장에서는 달리지 않았는데 숨이 찰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다. PT를 마치고 나면 평소에 땀을 잘 흘리지 않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땀이 너무 많이 나서 꼭 샤워를 하고 나가야 할 정도로 몸이 흠뻑 젖는다. 샤워까지 한 뒤에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면 밀려드는 뿌듯함에 세상 두려울 게 없다. 정말 놀랍게도, 남편 말대로 활기찬 하루를 시작할 힘이 생긴다. PT를 받기에 금전적으로 부담스럽다면 유튜브를 보면서 기구 사용법을 익히거나, 닌텐도 링피트 게임을 통해서라도 근육을 훈련시키는 방법을 익히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어떤 방법으로든 몸에 땀을 내며 근육을 키우면 행복해진다.
마지막으로는 음식. 이제는 어릴 적과 다르게 점점 소화가 느리다. 운동을 마친 뒤에 개운한 몸이 되면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굳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잘 안 든다. 나는 정말 음식을 좋아하고 많이 먹고, 식탐도 엄청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힘들게 운동하고 난 뒤에는 곧바로 폭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운동 직후에는 간단하게 샐러드나 계란 정도로만 배를 채우고, 정말 맛있는 게 먹고 싶다면 몇 시간 뒤에 먹는다. 그리고 군것질류를 구매할 때도 같은 맛이면 괜히 프로틴 제품을 선택해본다.
이런 생활 습관으로 살아간지 두 달이 넘었다. 대체로 아침 8시 전에 일어나서 새벽 1시 전에 잠든다. 더 이상 부정적인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일을 하다 스트레스가 쌓여도 운동으로 건강하게 푸는 방법을 알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성격이 밝아졌다. 우울함이 사라지고 하루 일과를 마친 뒤에도 에너지가 남는다. 컴퓨터를 오랫동안 붙잡고 있어도 목과 어깨가 아프지 않다. 뭉친 근육을 건강하게 풀어주는 방법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는 남편과 함께 병원에 가서 내돈내산 건강검진도 받았다. 회사에 다닐 때를 마지막으로 건강검진은 받아볼 엄두도 내지 못했었는데, 바쁜 와중에도 불구하고 꼭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이 들어 미루지 않고 다녀왔다. 프리랜서는 자기 스스로 자신의 복지를 챙겨야 한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생각보다 돈도 많이 들고,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게 맞나?'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거다. 그런데 어차피 일할 거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면서 일하면 좋으니까, 행복한 프리랜서가 되고 싶다면 미루지 않고 부지런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