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엄마와 아빠와 그의 딸

by 유진율

두 달전에 엄마가 계단을 올라가다가 다리가 아프고 땡긴다고 전화가 왔었다. 그전에도 이미 허리가 많이 안좋은 상태였기때문에 허리가 더 안좋아져서 다리까지 아픈거라 생각한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길로 엄마도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나니 이틀정도는 안아프다고 했는데, 무릎이 너무 아팠는지 아침에 죽는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119좀 불러달라고..그래서 119를 요청했지만, 경미한 환자라서 병원에서 해 줄게 없고 본인부담금이 많아서 청구되는 금액이 많다고 그래도 올꺼냐?고 병원에서 물어보길래..좀 어이가 없었다.

아무튼 다행히 오후에 외래진료가 있어서 그길로 당장 진료를 봤다.

MRI를 찍었는데 무릎쪽에 반월상 연골이 3분의1쯤 찢어졌다고 했다. 저절로 붙는 일은 없으니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실 그 쪽으로 잘하는 의사를 알아보고 숨 좀 돌린 다음에 할려고 다른 병원도 알아보고 있었고 예약도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몇일 사이에 너무 아프다고 자긴 당장 수술해야겠다고 해서 그냥 시간되는 의사에게 수술을 했다. 수술하고 나선, 다시는 이런 수술은 못받겠다고 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걷지 못하게 되는거 아니냐?고 우리에게 따졌다.

왜 좀 잘하는 의사를 알아보지도 않고 나한테 수술하라고 했냐?하면서.

알아보려고 했는데 아프다고 난리친건 엄마쪽이었다.

의사는 8주간의 침상안정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엄마는 결국 엄마 마음대로 6주만 채우고 병원을 나왔다.

엄마가 사는 집은 2층집인데 그 다리로 계단을 오르내리긴 무리였고, 다들 직장있고 일하는데 매일매일 엄마를 간병하러 가는 것도 무리라는 생각에 말렸는데 엄마는 정말 병원에는 못있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그냥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그러라고 했다.


집으로 와선 혼자서 일어서보기도 하고 화장실가는 연습도 했다고 하는데, 그러고 나선 무릎이 아리고 아프다고 또 전화가 왔다.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곧 죽을 것 같은 목소리로 전화하는데 막상 가보면 그렇게 곧 죽을 듯 아픈건 아니었고, 자신이 생각하기에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데 못 걷는건 아닌가?하는 불안감이 휩싸여서 다시 의사의 얘기를 들어보고 안심하고 싶었던 것 뿐이었다. 그걸 모르는 바는 아니어서 나는 매번 조금 속상한 기분으로 의사를 만나러갔다.


아무튼 수술을 위해 들어간 내시경자리가 쑤시는 것은 시간이 지나야 했고, 걷는 것도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것 뿐이다.

그러면서 집에 혼자 있으니, 막내에게 자식들이 아무도 자신을 보러오지도 않고 걱정도 안한다고 하소연을 시작한 모양이다.

그래도 막내가 매번 엄마한테 필요한 여러가지 식자재를 사주고 간식도 사주고, 엄마 대신 가서 필요한 약들을 처방받아서 주고 (거동이 불편한 관계로 불법은 아님)있고, 둘째 동생도 간간히 시간이 날때 엄마를 보러가는 모양인데,

엄마가 걷지 못하게 되면 그 불똥을 다 우리가 맞게 생겼다.

전후사정은 생각하지도 않고 했던얘기 또하고 또하면서 너희는 왜 잘 알아보지 않았냐?고 타박할게 분명하다.


나도 사는게 힘들고 지친다.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다. 엄마든 누구든 아프고 힘든얘기 듣는것도 한번두번이지, 매번 저러니 엄마얼굴을 보고 싶지가 않다.


다들 하느라고 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내가 좀 하소연을 할려고 하면 그냥 또 자기얘기로 화제를 돌린다.

어릴때부터 아프기만 하면 아픈 자식을 걱정하기보단 자신이 또 책임지고 신경써야 할 귀찮은 일이 생긴 것처럼 왜 아프고 난리냐?는 식이었다.


본인이 아프니 온세상이 다 무너지는듯 이야기 하는데 정말 어이없다.

나도 자식을 낳고 키운 엄마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는 자신의 처한 상황의 아픔,괴로움, 슬픔..그딴 것들만 생각한다. 굉장한 나르시시스트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그러니, 내게는..누구에게도 기댈만한 사람. 그 어떤것도 없다. 그런 생각이 들때마다 생각한다.

어차피 세상은 혼자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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