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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11. 2024

산 지미냐노, 시에나, 오르비에토를 거쳐 로마로

(2024-05-10 금) 서유럽 렌터카 여행(29)

이곳 피렌체에서 로마의 숙소까지는 꼭 300킬로이다. 중간에 몇 군데 도시를 들릴 예정이므로 거의 400킬로 가까이 운전해야 되지 않을지 모르겠다. 호텔 체크아웃할 때 피렌체 도시세를 1인 1박당 6유로씩 받는다. 주차료 1박당 12유로이니까 도시세와 합하면 48유로나 된다. 지난번 베네치아에서도 얼마인지 확실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도시세를 꽤 낸 것 같았다. 이태리는 워낙 관광자원이 풍부하니까 정말 배짱을 튕기면서 관광객을 받는 것 같다. 


오늘 첫 방문지는 산 지미냐노(San Gimignano)이다. 피렌체에서 6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작은 도시로서, 중세시대에 크게 번성했으나 그 후 쇠퇴했다고 한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있다고 한다. 산 지미냐노는 제법 높은 산 꼭대기에 건설된 도시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에 저 멀리 산 위에 고색창연한 도시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산 지미냐노 거리 풍경

오르막 도로를 올라 산 지미냐노 아래쪽까지 가니 주차장들이 나온다. 그러나 많은 주차장들은 벌써 관광객의 차들로 꽉꽉 들어찼다. 빈 주차장을 찾아 구글맵이 인도하는 대로 운전을 했다. 그랬더니 차는 어느 사이엔가 성문을 지나 올드타운으로 들어서버렸다. 올드타운은 그야말로 거미줄과 같은 미로이다. 도무지 주차장을 찾지 못하던 중 겨우 한적한 곳을 찾아 주차를 하였다. 정식 주차장은 아니고 지역 주민들이 주차하는 공터인 것 같았다. 


산 위에 들어선 도시라 길의 경사도가 상당히 심하다. 산 지미냐노는 중세시대의 도시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벽돌과 석재로 만든 집들과, 집들 사이로 나있는 돌로 포장된 작은 골목들은 영락없이 중세의 모습 그대로이다. 특히 지금까지 보았던 중세도시들은 현대에 새로이 건설되었거나 아니면 많은 보수가 이루어졌던 데 비해 산 지미냐노의 집과 거리는 옛 건물이 무너지고 닮고 노후화된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최소한으로 손을 댄 것 같다. 물론 이 집들이 모두 중세시대에 지어진 것들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도로 등 도시의 기본적인 골격은 중세시대 그대로이며, 집들도 최소한 2-300백 년은 되어 보인다.  

산 지미냐노 거리풍경

산 지미냐노는 작은 성곽도시인데, 14개의 탑이 있다. 탑들은 모두 중세시대에 지어진 것으로서 원래는 탑의 수가 72개였는데, 지금은 14개가 남아있다고 한다. 도시 전체가 요새로서, 탑은 군사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 중세도시의 좁은 골목길을 걷는 일은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많은 골목길이 꼬불꼬불 연결되어 있다 보니 아주 작은 마을인데도 불구하고 길을 잃기 쉽다. 도시의 제일 높은 곳에는 산 지미냐노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흙벽돌로 지어진 수수한 모습의 이 성당은 13세기에 건설되었다고 한다. 수수한 외관에 비해 건물 내부는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고, 벽에는 조각과 성화가 장식되어 있다. 


성당 옆에는 성문이 보이고 방어용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다. 난공불락의 요새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가니 높은 탑을 가진 건물이 보인다. 이 탑은 토르 그로사(Torre Grossa)라고 하는데, 산 지미냐노에서 제일 높은 탑이라고 한다. 걷다 보니 넓은 광장이 나오고 또 하나의 성당이 보인다. 하도 많은 성당을 봐서 그런지 이제 뭐가 뭔지 헷갈리기까지 한다. 

산 지니냐노 거리

주차한 곳을 찾지 못해 한참 헤매다가 겨우 차를 찾아 출발했다. 다음은 시에나(Siena)로서, 산 지미냐노에서 50킬로쯤 떨어져 있다. 이 역시 산 위에 건설된 중세도시이다. 도시 입구에 있는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나오니, 저 높은 곳에 위치한 중세풍의 건물들이 보인다. 날씨가 꽤 더워 저기까지 어떻게 걸어 올라가나 하며 한숨을 쉬는데, 입구 안쪽으로 에스컬레이터가 보인다. 에스컬레이터는 여러 층으로 연결되면서 언덕 맨 위 근처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는 시에나 성당이 있다. 성당의 외관은 피렌체에 있는 피렌체 대성당과 흡사하다. 피렌체 대성당과 비슷하게 옅은 녹색의 느낌이 있는 흰 대리석으로 지어졌으며, 옆에 서있는 대리석의 높은 종탑도 피렌체 대성당을 빼닮았다. 피렌체 대성당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사에나라는 도시의 크기를 감안한다면 엄청난 규모이다. 

시에나 거리풍경

차는 점점 로마를 향해 달려간다. 그런데 창밖에 비치는 풍경이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북쪽에서는 농촌의 풍경이 다소 거칠고 정리되지 않은 느낌인데,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다. 북쪽은 들판의 숲과 밭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느낌이 있었으나,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마치 그림을 그린 듯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다. 마치 독일의 농촌을 보는 느낌이 드는 아주 목가적인 풍경이다.  


다음은 오르비에토이다. 벌써 오후 5시가 넘었지만, 오후 9시까지는 해가 지지 않으므로 들리기로 하였다. 오르비에토 역시 앞의 두 도시와 마찬가지로 산 위에 위치한 중세도시이다. 늦은 시간이라 쉽게 주차를 할 걸로 예상했는데, 뜻밖에 빈자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  구글맵의 안내대로 중세도시 안을 차로 헤집고 다닌 끝에 겨우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아주 아름다운 중세도시이다. 앞의 두 도시가 건물에 거의 손을 안 댄 데 대하여 오르비에토는 여러 식물들과 소품들로 골목길을 장식해 놓았다. 그래서 마치 동화 속의 거리를 걷는 느낌이 난다. 오르비에토의 랜드마크는 오르비에토 성당이다. 이 성당 역시 피렌체 대성당과 많이 닮은 대리석으로 지어졌다. 이 성당은 13세기말부터 300년에 걸쳐 지어졌다고 하는데,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성당 앞쪽 외벽에는 정교한 대리석 조각이 새겨져 있다. 

오르비에토

이번에도 주차한 곳을 제대로 찾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 덕택으로 오르비에토의 아름다운 골목 풍경을 실컷 감상할 수 있었다. 오후 7시가 지났다. 서둘러야 한다. 


오늘 방문한 세 중소도시 모두 산꼭대기에 건설되어 있었다. 우연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로마가 가까워 오면서 고속도로 주변에 옛 마을들이 가끔 나타나는데, 죄다 산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도시의 방어 때문에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물은 어떻게 공급했으며, 또 물자를 운반하는데 얼마나 고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약한 호텔에 도착하니 오후 9시 가까이 되었다. 3박에 27만 원 정도로 예약했는데, 호텔이 아주 괜찮은 편이다. 호텔로 들어가니 한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많이 보인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보는 한국인 단체관광객이다. 로마 도시세 1인당 하루 7.5유로, 합해서 45유로를 지불하였다. 본전 뽑으려면 내일부터 열심히 돌아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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