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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12. 2024

로마의 카부르 광장에서 스페인 광장까지

(2024-05-11 토) 서유럽 렌터카 여행(30)

지금 숙박하고 있는 호텔의 룸은 꽤 괜찮다. 3박에 27만 원으로 예약해 형편없는 싸구려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지금까지 지낸 어떤 숙소보다 좋다. 그런데 와서 보니 로마 시내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행정구역 상으로는 로마시에 속하지만, 고대 유적과 문화재가 있는 로마 시내까지는 25킬로 정도 떨어져 있다. 직선거리는 10킬로가 안되는데, 아마 많이 돌아가는 도로인 것 같다. 서울과 일산 사이의 거리다. 구글 맵으로 확인하니 자동차로 갈 경우 30분,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는 1시간 30분으로 나온다. 


아무래도 로마 중심지는 주차가 힘들 것 같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마지막 확인을 위해 호텔 직원에게 차와 대중교통 어느 쪽이 좋겠냐고 물으니, 뜻밖에도 차를 타고 가라고 한다. 로마 시내에 주차할 곳이 많다는 것이다. 그 말에 용기를 얻어 차를 운전해 가기로 하고 적당한 주차장을 검색해 보았더니, 카부르 광장 지하주차장이 괜찮은 것 같았다. 


보통 여행 안내서를 보면 로마 관광의 효과적인 동선으로서, 콜로세움에서 출발하여 포폴로 광장까지 오는 코스를 추천한다. 포폴로 광장은 내가 주차를 하기로 한 카부르 광장 부근에 있다. 그래서 나의 오늘 동선은 자연히 카부르 광장에서 포폴로 광장을 거쳐 콜로세움으로 가는 추천 동선의 역방향이 된다. 

카부르 광장
테베레 강
포롤로 광장

자동차로 로마로 가는 길이 보통이 아니다. 일산에서 광화문까지 가는 길은 단순하지만, 호텔에서 로마 중심지로 가는 길은 온갖 형태의 도로를 다 지나면서 마치 곡예를 하듯이 도로와 도로를 연결해 달린다. 구글맵도 답답한 소리를 한다. 여기는 특히 인터체인지가 마치 미로를 방불케 한다. 하이웨이와 하이웨이를 몇 번이나 연결하여 가야 한다. 그러기 때문에 하이웨이 교차로와 연결로를 많이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독일의 고속도로 연결로와 교차로는 아주 단순한데 비하여 이태리의 그것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복잡하다.   


교차로에 들어서면 몇 갈래로 길이 갈라진다. 그러면 어느 쪽 길로 가야 할지 빨리 선택하여야 한다. 내비를 눈으로도 확인하지만 도로가 하도 많이 엇갈리고 있어 어느 길인지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 어느 길을 택할지 판단이 급한 가운데, 구글맵의 음성안내는 "진출로를 따라 나가세요"라고 나온다. 내가 어느 쪽이 진출로인지 어떻게 아냐? 오른쪽 길로 가라든가 왼쪽길로 가라든가 말해주면 간단한 것을.... 이후 프랑스에 가서도 구글맵의 이런 식의 안내 때문에 여러 번 골탕을 먹었다. 

어떤 길로 갔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로마 시내로 들어왔다. 로마 시내를 감싼 높은 성곽이 보인다. 의외이다. 나는 지금껏 시저가 성곽을 파괴한 후 로마에는 성곽이 없는 걸로 알았다. 나중에 돌아와 확인을 해보니 3세기 아우렐리아누스 황제 때 게르만족의 침략으로부터 로마를 보호하기 위해 성곽을 다시 건설하였다고 한다. 시저는 그 어떤 누구라도 로마를 넘볼 수 없다고 자신감에 가득 차 로마의 성벽을 허물었지만, 3세기에 들어서는 이미 로마의 전성기가 지나 주위의 야만족으로부터 현실적으로 위협을 느낀 것 같다. 


주차장은 의외로 쉽게 찾았다. 그리고 빈자리도 많아 어렵지 않게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카부르 광장 지하에 있는 지하주차장이었다. 주차장을 나오면 바로 카부르 광장이다. 이 광장의 한쪽에는 발디스 템플이 위치하고 있는 것 외에는 특별할 것이 없는 광장이다. 오늘 관광의 탐색전이라 치자. 


카부르 광장(Piazza Cavour)에서 포폴로 광장(Piazza del Popolo) 쪽으로 가면 로마시를 관통하는 강인 테베레강(Tiber River)이 나온다. 강폭은 서울의 중랑천보다 훨씬 좁으나 수량은 상당히 많다. 꽤 아름다운 강이다. 곧 포폴로 광장이 나오고, 광장 한쪽에는 산타 마리아 성당이 수줍은 듯 자리하고 있다. 

유럽에서 성당은 보통 광장의 중심에 웅장한 모습으로 서있는데, 산타 마리아 성당은 다른 건물에 가리어져 틈바구니 속에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광장으로 들어서면 산타마리아 성당은 웅장한 자신의 전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 성당 안에는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등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이 있다고 하는데, 성당 안까지 들어갔으나 유감스럽게 어느 것이 그들의 작품인지 찾지를 못하였다. 


포폴로 광장의 한복판에는 높은 탑, 즉 오벨리스크(Obelisk)가 우뚝 서있다. 탑의 모양은 마치 미국의 워싱턴 기념탑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높이는 그보다 낮다. 플라미니오 오벨리스크란 이름을 가진 이 탑은 로마의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가 이집트를 정복한 기념으로 이집트에서 약탈해 왔다고 한다. 광장 다른 한쪽에는 '넵튠의 분수'가 있다. 삼지창을 든 늠름한 모습의 넵튠이 인상적이다. 넵튠은 그리스의 포세이돈이다. 신화 등에서 하디스, 포세이돈, 제우스 삼 형제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포세이돈에 대해서만은 나쁜 묘사가 거의 없는 것 같아, 누구로부터도 사랑받는 신인 것 같다. 

포폴로 광장을 나와 좁은 도로를 가다 보면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이 나온다. 이 광장 옆에는 스페인 궁전(Palazzo di Spagna)이 있다. 스페인 궁전은 16세기에 스페인 대사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건립된 건물인데, 스페인 광장은 스페인 궁전으로부터 나왔다고 한다. 스페인 궁전은 약간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그곳으로 가는 계단이 만들어져 있는데, 스페인 계단이라 이름이 붙여진 유명한 곳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계단에 앉아 관광에 지친 다리를 쉬고 있다. 계단 위에는 트리니타 데이 몬티 성당(Santa Maria della Trinità dei Monti)이 자리하고 있다. 이 성당은 16세기 초반에 건축되었으며, 르네상스 양식과 바로크 양식의 결합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성당 양쪽에 있는 두 개의 탑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광장 중심에는 높은 탑인 살루스티안 오빌리스크(Sallustian Obelisk)가 자리하고 있다. 이 탑은 앞에서 본 플라미니오 오벨리스크와 마찬가지로 이집트에서 가져왔다. 탑신에는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고 하는데, 나로서는 읽을 수가 없다. 


광장 맨 아래쪽에는 바르카차 분수(Barchetta Fountain)가 자리하고 있다. 바르카차"는 이탈리아어로 "작은 보트"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 분수가 보트를 모티프로 디자인되었기 때문이라 한다. 작지만 예쁜 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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