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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13. 2024

트레비 분수와 콜로세움

(2024-05-11 토) 서유럽 렌터카 여행(31)

오늘은 날씨가 무척 덥다. 물론 여름날씨만큼은 아니지만 강한 햇빛에 걷기가 힘든다. 그때 조그만 성당이 눈에 들어온다. 산타드레아 델레 프라테 성당(Sant'Andrea delle Fratte)으로서, 17세기에 건설되었다고 한다. 지친 다리를 쉬기 위해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성당의 모든 벽면은 아름다운 조각과 성화로 장식되어 있다. 지금까지 본 다른 어떤 성당보다도 화려하다. 몇 사람이 경건한 자세로 기도를 드리고 있다. 그 때문인지 주위의 관광객들도 덩달아 엄숙한 자세이다. 


성당을 나와 골목길을 다 빠져나오지 못했는데 하얀 대리석 조각의 일부가 보인다. 바로 그 유명한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이다. 어느 곳에도 관광객이 넘쳐나지만, 트레비 분수 일대는 정말 사람들로 발들일 틈도 없이 빽빽하다. 트레비 분수는 로마에서, 아니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수로 평가받고 있다. 규모도 거대할 뿐만 아니라 아름답기 그지없다. 분수에 조각된 신들의 모습도 그렇게 생생하고 역동적일 수 없다. 분수를  보는 것만으로 시원한 느낌이 든다.


트래비 분수 뒤쪽에 있는 흰 대리석 건물은 트레비 궁전(Palazzo Poli)으로서 귀족의 저택이었다고 한다. 트레비 분수는 로마 제국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고 하는데, 분수에는 바다의 신 넵튠과 그의 부하인 트리톤(Triton)의 조각이 서있다. 로마의 전설에 따르면, 분수에 동전을 던지면 로마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 분수에 동전을 던지고 있다. 동전을 던질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만두었다. 

로마 시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영화로서 <로마의 휴일>이 있다. 유럽의 어느 가상 국가의 공주인 오드리 헵번이 공식 행사에 지쳐 밤에 몰래 빠져나왔다가 미국인 신문기자 그레고리 펙을 만나 로마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이다. 그 영화에서도 오드리 헵번이 이 트레비 분수에서 동전을 던지는 장면이 나온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3257422776


배가 고파 근처 식당에 갔다. 대부분의 식당들이 손님들로 바글바글해 손님이 별로 없는 곳을 찾았는데, 별로 맛도 없고 비싸기만 하다. 그래서 손님이 없나 보다. 식당 근처에는 하드리안 신전(Hadrian's Temple)이 있다. 이 신전은 로마 제국 시대의 황제 하드리아누스(Emperor Hadrian)에 의해 건립되었다고 한다. 


하드리안 신전을 지나니 곧 판테온이 나온다. 판테온은 로마의 제신을 모셔놓은 신전이다. 이 역시 2세기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건설하였다고 한다. 원래 다신교인 로마는 특정 종교에 대해 거부감이 없었으며, 어떤 종교도 밭아들였다. 크리스트교에 대해서도 로마는 그다지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으나, 유일신교인 기독교도들이 오히려 적대감을 가졌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기독교가 로마에 탄압을 받았다는 것은 상당이 과장되었다고 생각한다. 판테온은 어쩐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기독교의 진짜 탄압과 순교자는 다른 곳에 있다. 일본에서는 몇십만 명이 기도교인이라는 이유로 죽었고,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도 수만 명이 죽었다. 이들 나라의 순교자 수는 아마 로마의 수백 배, 수천 배는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기독교는 오히려 동양, 특히 극동에 많은 빚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다음은 콜로세움이 있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그 중간에는 조국의 광장이 있다. 조국의 광장 방향으로 가다보니 나보나 광장(Piazza Navona)이 나온다. 이 광장 역시 로마시대에 조성된 것이라 한다. 광장의 가운데에는 아주 멋진 분수가 자리잡고 있다. 이 분수는 4대강 분수(Fontana dei Quattro Fiumi)라 하는데, 나일강, 갠지스강, 다뉴브강, 라플라타강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그다음 찾은 곳은 '조국의 제단'(Altare della Patria)이다. 엄청난 크기의 구조물이다. 이 건축물은 근대 이탈리아를 통일한 이탈리아 왕국 초대왕인 비토리오 에마누엘르 2세(Vittorio Emanuele II)를 기리기 위한 것으로 20세기 초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기가 질릴 정도로 엄청난 크기의 대리석 건물이다. 가운데에는 말을 탄 비토리오 에마누엘르 2세의 동상이 있다. 거대한 건물인 만큼 계단도 엄청 높다. 걷기에 지친 집사람은 올라가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혼자 갔다가 오라고 한다. 

계단을 올라가면 탁 트인 넓은 공간이 나온다. 이곳 가장자리로 가면 포로 로마가 내려다 보이고, 저 멀리에 콜로세움이 보인다. ‘포로 로마’(Forum Romana)란 옛날 로마시대에 공공건물이 모여있던 장소이다. 요즘 식으로 말한다면 정부종합청사 거리 정도가 아닐까 한다. 포로 로마(Forum Romana)는 유적발굴 공사가 한창이다. 마치 지하에서 거대 도시가 되살아나는 것 같다. 오늘 많은 로마의 역사유적을 보았지만 사실 로마시대에 건설된 것은 오벨리스크와 판테온 등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 중세시대나 르네상스 혹은 그 이후에 건설된 건축물이다. 이 포로 로마야말로 진정한 로마의 흔적이라 할 것이다. 


저 멀리 사진으로 본 기억이 있는 로마의 여러 모습이 펼쳐진다. 사진으로 많이 보았기 때문에 익숙한 느낌이 드는데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다. 구글 렌즈로 확인해 보려 해도 확인할 곳이 너무 많다. 조국의 제단을 내려와 콜로세움으로 가기로 했다.  


포로 로마 발굴터 옆을 거쳐 콜로세움으로 갔다. 콜로세움은 오늘 다닌 명소 중 관광객이 가장 많다. 정말 사람들에게 밀려다닐 정도이다. 사진에서 본 것과 큰 차이는 없는데, 높이는 더 높고 폭은 생각보다 조금 좁은 느낌이다. 이곳에 들어가려면 입장권이 있어야 한다. 콜로세움은 외관도 외관이지만 경기장 내의 지하 시설이 엄청나다. 이것을 보려면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야 하는데, 구태여 그럴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게다가 입장권을 사려면 엄청나게 긴 줄을 서야 하고, 입장권을 산 후에도 오랫동안 입장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콜로세움 입장은 포기하고 외부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이곳 콜로세움에서는 그동안 수많은 명공연과 명승부가 펼쳐졌다. 네로 황제가 이곳에서 악티온 해전을 재현했으며, 우라수스는 리기아를 지키기 위하여 맨손으로 시자와 싸웠다. 막시무스가 코모두스 황제와 결투 끝에 그를 죽인 곳도 이곳이다. 그뿐만 아니다. 제임스 본드는 이곳에서 강철 이빨을 가진 거한 죠스와 싸웠고, 이소룡은 척 노리스와 결투를 벌였다.


오늘은 너무 많이 돌아다녔다. 이쯤 하자. 이제 주차한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루종일 걸어서 지쳐서 거의 3킬로 가까이 되는 주차장까지 걸어갈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버스를 타고 주차장까지 가려고 했다. 콜로세움 건너편 도로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 주차장이 있는 카부르 광장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그런데 버스를 타려는데 승차권 발매기가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오늘도 또 “무임승차”. 


이태리는 대중교통 안에서 차표검사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트램이나 지하철을 타는데도 개찰구가 항상 열려있다. 그래서 무임승차를 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다만, 무임승차가 적발되는 경우 수십 유로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태리라면 무임승차로 걸리더라도 승차권을 파는 곳이 없어서 할 수 없이 그랬다고 우기면 통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이태리에서는 무임승차를 하면서도 전혀 마음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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