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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10. 2024

베키오 궁전과 아르노 강

(2024-05-09 목b) 서유럽 렌터카 여행(28)

피렌체 대광장에서 조금 더 가면 시뇨리아 광장(Piazza della Signoria)이 나오고  성처럼 생긴 벽돌 건물이 보이는데, 베키오 궁전(Palazzo Vecchio)이다. 시뇨리아 광장 역시 피렌체의 정치, 사회, 문화의 중심지로서 메디치 가문을 포함한 많은 역사상 인물들이 이곳에서 활동하였다고 한다. 베키오 궁전은 13세기말 피렌체의 시민들이 피렌체의 위엄을 알리는 동시에 피렌체의 방어를 위한 목적으로 지었다고 한다. 메디치 가문이 피렌체를 통치할 시기에는 메디치 가문이 이 궁전을 거처로 사용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 궁전에는 높은 탑이 하나 솟아있고, 꼭대기에는 시계가 장착되어 있다. 베키오 궁전과 근처에 있는 피티 궁전(Palazzo Pitti) 사이에는 비밀 통로가 있어 비상시에 이를 이용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베키오 궁전 아래쪽 정문 옆으로는 많은 조각상들이 설치되어 있다.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은 "넵튠의 분수"이다. 로마의 포세이돈 분수와 아주 닮았은데, 넵튠 상만은 흰색 대리석으로 되어있고, 나머지 상들은 청동으로 되어있다. 넵튠은 바다의 신으로서, 그리스의 포세이돈에 해당한다. 그리스의 주요 신들 가운데서 아마 포세이돈이 그래도 가장 점잖고 의협심이 강한 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형인 하데스는 명계(冥界)의 신으로 음침한 인상이고, 신들의 제왕인 동생 제우스는 변덕쟁이인 데다 바람둥이인데 비하여 그는 상대적으로 진중하고 스캔들도 비교적 적은 캐릭터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포세이돈에게 매력을 느끼고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예술작품도 많은 것 같다. 


넵튠의 분수 옆에는 흰 대리석으로 만든 젊은이의 석상이 서있다. 중고등학교 때 누구나 한 번쯤은 스케치를 해 보았을 바로 그 유명한 대비드 상이다. 인류의 보물이라 할 그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대비드 상이 이렇게 노천에 설치되어 있다니... 안전에 문제가 없을까?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것은 진짜 미켈란젤로의 대비드 상이 아니다. 진품은 피렌체의 아카데미 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이 상이 단순한 복제품인지 아니면 또 다른 작품인지는 모르겠다. 그 옆으로는 몽둥이를 들고 누군가를 때려 눕힌 헤라클레스 상이 있고, 또 궁전으로 들어가는 계단 양쪽으로는 사타구니를 나뭇잎으로 가린 남녀상이 서 있다. 아담과 이브 상으로 짐작된다.

베키오 궁전 앞쪽으로 길을 건너 서있는 건물이 있는데, 베키오 궁전에 속한 건물로서, 로지아 데이 란치(Loggia dei Lanzi)이다. 이 건물은 오픈된 형태의 구조물로서, 조각상을 설치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것 같다. 여기에도 많은 조각들이 설치되어 있다. 대부분 대리석 상으로서 조각의 소재는 메두사의 머리를 벤 펠세우스 상, 헤라클레스와 가니 멜론, 사비나의 겁탈(Rape of the Sabine Women) 등 그리스와 로마 신화의 이야기가 많고 가끔은 성경의 이야기도 보인다. 이들 조각들을 보더라도 확실히 신의 세상에서 인간의 세상으로 넘어오는 르네상스의 특징이 보이는 것 같다.


베키오 궁전 바로 옆에는 우피치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 건물은 16세기 메디치 가문에 의해 건축되었는데,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르네상스 시대의 세계적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긴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보안검사까지 받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입장권을 사서 오라고 한다. 나는 이 줄에 서면 입장권을 사는 것으로 알았는데, 입장권 판매소는 따로 있다고 한다. 다시 밖으로 나가 입장권 매표소에 가서 긴 줄 맨 뒤에 섰는데 도무지 줄이 줄어들지 않는다. 알고 보니 시간대별 입장객수를 조절하느라 입장권 판매를 잠시 중단한 것 같다. 이래서 우피치 미술관은 포기. 


우피치 미술관 바로 옆에는 아르노 강이 흐른다. 그리 넓지는 않지만 아주 아름다운 강이다. 강 자체가 아름답기보다는 강 양쪽의 피렌체의 유서 깊은 건물들이 강의 아름다움을 돋우는 것 같다. 그뿐만이 아니다. 강 위에는 베키오 다리(Ponte Vecchio), 트리니타 다리 (Ponte Santa Trinita) 카레라 다리(Ponte alle Grazie) 등 오랜 역사를 가진 아름다운 다리들이 걸쳐있다. 

강을 따라가다가 시가지 안쪽으로 들어가면 산타 크로체 성당이 나온다. 이 성당은 앞쪽은 옅은 녹색이 감도는 흰 대리석으로 되어있어 피렌체 대성당과 비슷한 느낌을 들게 한다. 건물 모습도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대리석 장식은 앞면뿐이고 뒤쪽은 붉은 흙벽돌 벽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앞에서 본 피렌체 대성당보다는 훨씬 못해 보이길래 그저 그런 성당인 줄 알았는데, 13세기에 건설된 아주 유서 깊은 성당이라 한다. 특히 이 성당 안쪽에 있는 무덤에는 미켈란젤로, 갈릴레오, 마키아벨리, 로사치와 같은 유명한 예술가와 학자들이 묻혀있다고 한다. 


많이 걸었더니 배가 고프다. 이태리에 와서 외식은 늘 파스타와 피자이다. 확실히 독일에 비해 이태리가 음식값이 싼 것 같다. 느낌 상으로는 2/3 정도인 것 같다. 피자 한판에 맥주 500 cc가 20유로이다.


점심을 먹고 나니 힘이 난다. 중세시대에 만들어졌다는 베키오다리를 통해 아르노 강을 건넜다. 피렌체는 어딜 가더라도 관광객이 바글바글한다. 걸으면 사람들에게 밀려다니는 기분이다. 강을 건너 조금 가면 무지무지하게 넓고 높은 성벽 같은 건물이 나오는데, 그 안에 보볼리 공원이 있다. 그런데 보볼리 공원도 입장권을 사야 하나, 줄이 너무 길다. 

핸드폰 배터리가 간당간당한다. 충전을 하려고 보조배터리를 찾았으나 없다. 분명 가지고 나온다고 했는데, 두고 온 모양이다. 낭패다. 숙소에 돌아가기 위해서는 구글맵을 사용할 만큼의 전력은 있어야 한다. 눈물을 머금고 핸드폰 전원을 껐다. 사진은 예비용으로 가져온 옛 핸드폰으로 찍지만, 통신이 안되어 사진 속의 문화재가 무엇이지 확인할 수 없다. 


관광에 나선 지 5시간 넘게 쉬지 않고 걸었더니 집사람은 완전 탈진상태이다. 집사람은 쉬겠다고 하여 혼자 보볼리 궁전 일대를 돌아다녔다. 좋은 곳을 많이 보았으나 기억이 아물아물하다. 분명 보긴 많이 보았는데, 글을 쓰려니 무엇을 보았는지 가물가물하다. 거기다가 이태리는 확실히 덥다. 강렬한 햇빛아래서 많이 지친다. 그만 호텔로 돌아가야겠다. 


이제 돌아가는 전차표를 사야 한다. 올 때의 경험으로 카드로 표를 끊으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기계가 카드를 읽을 수 없단다. 할 수 없이 현금으로 표를 끊으려 했지만, 이번에도 동전 슬롯, 지폐 슬롯 모두 막혀있다. 돈을 넣으려고 몇 번이나 시도하는 도중에 메시지가 하나 뜨는데, 읽어보니 티켓 발매기에 거스럼 돈이 없어서 현금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벌써 내 뒤에 표를 사려는 사람이 10명은 넘게 줄 서있다. 


에잇, 할 수 없다. 

최후의 선택. 

무임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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