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덮친 대형 쓰나미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
영화 <해운대>는 오랜만에 보는 한국 재난영화로서 2009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대형 쓰나미가 부산을 습격한다는 설정 하에서, 사상 유례없는 대재난 속에서 각각의 다른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한국의 톱스타들이 총출동한 이 영화는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얻었으며, 흥행에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 이야기는 초대형 쓰나미 속에서 각자 다른 처지에서 죽음과 맞서 싸우는 세 커플의 이야기이다.
부산 해운대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면서 홀로 살고 있는 강연희(하지원 분)는 만식과 가깝게 지낸다. 연희의 아버지는 오래전 원양어선 선장으로서 인도양으로 고기잡이를 갔다가 대형 쓰나미를 만나 사망하였다. 만식도 그때 함께 그 배에 타고 있었는데, 연희의 아버지는 만식의 조금의 실수 때문에 사망한 것이었다. 만식으로는 그 사실을 혼자 가슴에 담아두고 있으면서 연희를 볼 때마다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김휘(박중훈 분) 박사는 해양지질학자이다. 그는 해저지진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데, 가까운 시일 내에 한반도 근처 해저 화산이 폭발하여 큰 해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그는 재해대책본부에 자신의 연구결과를 전달하면서 대형 재난에 대비하여야 한다고 건의하자만, 그의 건의는 태평스러운 상부 인사들에 의해 번번이 가로막힌다. 김휘는 아내 이유진(엄정화 분)과 이혼하고 어린 딸 지민이와 함께 살고 있다.
최형식(이민기 분)은 해상경비 구조대원이다. 그는 사명감을 갖고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헌신적으로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여자와 변변히 사귀어 보지 못한 숙맥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섬 인근에서 대형 지진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발생한 대형 해일은 마침 그 지역에서 어로 작업을 하고 있던 한국의 원양어선을 덮친다. 어선은 침몰 위기을 맞는다, 마침 근처에 있던 헬리콥터의 도움을 받아 선원들은 생명을 건진다. 그 와중에 연희의 아버지는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재해대책본부 회의장에서 김휘 박사는 대형 쓰나미의 조짐이 보인다면서, 이에 대비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그 자리에 모인 정부 고위관리 및 과학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5년 전 아버지를 잃은 연희는 조그만 간이식당을 운영하면서 혼자서 힘차게 살아가고 있다. 연희의 식당에는 만식이 종종 들리는데, 연희는 만식을 따르지만, 웬일인지 만식은 그런 연희를 뿌리친다. 속으로는 연희를 좋아하지만, 연희의 아버지가 자신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여 죄의식에서 연희에 다가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연희의 삼촌인 덕조는 이 지역의 유지이다. 그는 낙후된 이 어항 일대를 재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 사업설명회에 참석한 만식과 그의 친구들은 이 사업이 토착민을 내쫓는 탐욕의 사업이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덕조는 그런 만식을 설득하려 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휴가철이 되자 해운대에는 인파가 몰린다. 수많은 관광객들로 해상경비 구조대원인 민기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세 명의 젊은 아가씨들이 해운대로 놀러 와 클럽에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역시 서울에서 놀러 온 세 명의 불량스러운 청년들의 그녀들에게 접근한다. 그들은 아가씨들에게 술을 먹여 폭행을 하려 하는데, 민기가 그녀들을 구해준다. 이 일을 계기로 세 아가씨 중 리더 격인 김희미는 민기에게 찰싹 다가온다. 그러나 순진한 민기는 그런 희미가 당황스럽다. 그렇지만 속으로는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이 싹튼다.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 일본 대마도가 내려앉으며 그로 인해 대형 쓰나미가 발생하였다. 쓰나미는 곧 부산을 덮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휘 박사의 건의를 번번이 무시해 왔던 재난대책본부는 무방비 상태에서 쓰나미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드디어 무시무시한 힘으로 쓰나미가 부산에 상륙하였다. 육지로 밀려 올라온 거대한 파도는 부산시내 전체를 삼켜버린다.
김휘는 전처인 유진과 딸 지민을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만식과 연희는 물에 잠겨 격류가 흐르는 해운대 시가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친다. 연희의 삼촌인 덕조는 연희와 만식을 살리고는 스스로 죽는다. 희미는 불량배들과 함께 요트를 타고 먼 마다로 나갔다가 쓰나미를 만난다. 이들을 구하라 헬리콥터를 타고 날아간 민기는 희미를 무사히 구하지만, 희미를 데려간 불량배 대신에 자신이 바다에 떨어져 죽는다. 김휘는 지민을 겨우 대피시켰지만, 유진과 함께 고층빌딩 옥상에 있다가 재차 밀려오는 쓰나미가 빌딩을 덮치는 바람에 죽는다. 김휘와 유진은 마지막에 부부의 정을 확인한다.
모든 것이 끝났다. 쓰나미는 물러갔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희생된 사람들을 애도한다. 희미는 자신을 구하고 죽은 민기의 추모행사에서 그를 생각하며 눈물짓는다. 만식은 연희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고, 연희는 그 고백을 기쁘게 받아들인다.
한국의 대형 재난영화란 말을 듣고 기대를 갖고 이 영화를 감상하였다. 그러나 실망이었다. 컴퓨터 그래픽 등 영화기술적인 면은 그런대로 인정할 수 있었다. 우리의 현실에서 할리우드 영화와 같은 정도의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나 여타 특수 촬영기술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다소 어색한 부분이 있더라도 촬영기술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할 수 있었다. 기대보다 오히려 좋았다는 느낌이다.
실망은 영화 내용, 즉 스토리 때문이다. 억지로 관객의 감동을 짜내려고 하는 유치한 스토리와 묘사가 보기 민망하다. 김휘 박사가 몇 차례에 걸쳐 쓰나미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 상부에 경고하지만, 재해대책본부는 귀도 기울이지 않는다. 사실 이런 상황은 현실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다. 쓰나미 대책을 세우지 못한 이유를 재난대책본부가 김휘 박사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무시해서가 아니라 약간의 견해 차이로 인한 예측의 잘못 정도로 처리했다면 좀 더 현실성이 있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 할 만식과 연희는 현대를 사는 젊은이로서는 보기 어려운 너무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순진한 사람들이다. 연희를 가련한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내세우려 했던 것 같다. 좀 더 강인한 모습의 그녀를 보여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양구조대원인 민기가 희미를 구하고 난 뒤, 희미를 괴롭히던 불량배를 구조하려다가 구조 케이블이 끊어지려 하자 무게를 줄이기 위해 스스로 케이블을 끊고 바다에 떨어져 죽는다. 여기서는 참 너무 어거지로 감동을 끌어내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휘 박사와 아내 이유진은 무사히 딸을 구출한 후 고층빌딩 옥상에서 대피하고 있다고 2차로 닥친 쓰나미에 휩쓸려 죽고 만다. 고층빌딩을 삼킬 정도의 대형 쓰나미라면 부산 전체를 휩쓸고 갔을 것이다. 다른 곳에 있던 사람은 어떻게 그 큰 쓰나미를 피할 수 있었나, 도대체 말이 안 된다.
이 영화는 국내에서는 흥행에 성공하였으나, 해외에서는 비평가들로부터 그다지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하였다고 한다. 내 생각엔 2류 재난영화에 불과하다. 이 영화에 출연한 화려한 캐스트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