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6a) 칭다오에서 둔황까지- 중국 횡단여행 (31)
아직 날이 어두워지지 않았지만 더 이상 특별히 들를 곳도 없어 사주 야시장으로 갔다. 두 번째 와보지만 정말 엄청 큰 시장이다. 이 시장은 주로 기념품상과 음식점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쪽으로 가면 공예품 전문 골목도 보인다. 아직 어두워지기까지 시간이 많으므로 시장 안 이곳저곳을 어슬렁어슬렁 둘러보았다. 아직 어두워지지 않아서 그런지 관광객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사주야시장은 보통의 중국 야시장과는 전혀 다르다. 보통 야시장은 긴 골목에 난전들이 무질서하게 들어서있다. 그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여긴 다르다. 동일한 규격의 상점이 질서 정연하게 들어서있고 손님들이 어디서니 편하게 앉아 먹을 수 있도록 아주 깔끔한 자리들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여러 나라에 가봤지만 이렇게 질서 정연하고 깔끔한 야시장은 처음 본다. 음식점의 조리대도 모두 오픈되어 있고, 종업원들은 위생적인 깔끔한 복장으로 조리한다, 시장 메인통로에는 큰 식당에서 노천 식탁을 마련해두고 있다. 이 역시 깨끗하고 질서 정연하다.
중국 변방의 작은 도시 둔황에서 이렇게 앞서가는 먹거리 시장, 전통시장을 발견할지 몰랐다. 우리나라에서도 벤치마킹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전통시장보다 훨씬 앞서 있다.
한 식당에 들어갔다. 오늘은 낙타고기를 경험해 보기로 했다. 둔황에서 당나귀 고기는 쇠고기보다 비싸고, 낙타고기는 당나귀 고기보다 더 비싸다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 기장 비싼 저녁식사다.
낙타고기 볶음과 야채볶음을 주문했다. 그런데 낙타고기의 맛은? 실망이다! 고기의 맛은 아무런 맛이 없는 무미에 가까웠다. 사료를 먹이지 않은 쇠고기 역시 고기맛이 무미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는 낙타고기도 비슷하지만, 식감은 쇠고기에 비해 훨씬 못하다. 퍼석퍼석한 느낌이 난다. 낙타고기의 원래 맛이 그런지 아니면 요리방법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시실 단맛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중국의 고기 요리가 그다지 입맛에 맞지 않는다. 동파육류의 돼지고기나 구운 오리를 제외한다면 중국 고기요리가 별로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우리가 한국의 중국음식점에서 먹는 요리는 거의 보지 못했다.
하여튼 오늘의 낙타고기 요리는 대실패. 결국 반쯤 남기고 나왔다, 이번 여행에서 제일 비싼 저녁이었지만, 제일 맛없는 식사이기도 했다.,
주위는 어두워졌다. 다시 과일과 빵을 사러 어제 갔던 마트에 갔다. 그 큰 마트에 여전히 손님은 거의 없다. 신선식품의 경우 과일과 채소들아 아주 싱싱하고 싼데도 사람들의 구매 스타일과는 그다지 맞지 않아 그런 것 같다. 이래서야 제대로 영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배 4개, 사과 4개, 샤인머스킷 큰 것 한 송이, 빵, 대추를 샀는데 9천 원 정도에 불과하다. 다시 물가천국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집사람이 과일을 사는 동안 나는 술코너를 구경했다. 탐나는 중국 술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비싼 것은 한 병에 30만 원 정도 하는 것도 있었다. 몇천 원, 몇만 원 정도의 술도 많이 있다. 중국술은 500밀리 한 병 기준 5,000원짜리 정도이면 괜찮다. 생각 같아서는 2~3만 원 정도의 술을 몇 병 사고 싶었지만 여행 중에 짐이 되므로 포기할 수밖에 없다.
호텔로 돌아왔다. 내일 명사산/월아천에 가기 위해서는 미리 입장권을 예약해야 한다. 트립닷컴으로 예약하니 1인당 5만 윈이 살짝 넘는다. 중국은 음식값도 싸고, 교통비, 숙박비 모두 싸다. 그러나 문화재 입장권만은 우리와 비교해서 상상 이상으로 비싸다.
그렇다 보니까 처음에는 입장로 100위안(20,000원)이 비싸다고 느꼈는데, 하도 비싼 입장료를 많이 내다보니 지금은 오히려 그 정도는 싸다고 느껴진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까지 와서 명승지 관광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계산해보진 않았지만 벌써 입장료 만으로 100만 원 정도는 쓴 느낌이다.
중국도 어딜 가나 우리나라처럼 경로요금을 적용한다. 대개 60세 이상에게는 50% 할인, 65세 이상은 무료가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지역에 따라서 조금 다를 수는 있다. 이러한 경로요금은 대개 중국국적자 및 장기 체류자와 대만, 홍콩, 마카오 거주자에게만 적용된다. 외국인에 대해서는 지역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제남에서는 중국 국적자들과 차별 없이 경로 무료요금 혜택을 받았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모두 정상 성인가격을 지불하였다. 이전에 상해와 칭다오, 연태에서도 모두 경로요금 적용을 받았다. 그러고 보니 바다와 가까운 지역에서 내외국인 차별 없이 경로요금을 적용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 문화재 입장료에 외국인에게 경로요금이 적용되지 않는 것을 불평하다가 문득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보니 외국인 단순관광자에 대해 교통요금은 경로요금이 적용되지 않으나, 고궁이나 국립공원 등 명승지ㆍ문화재 입장료에 대해서는 적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워낙 입장료가 싸기 때문에 경로요금을 적용하든 않든 큰 문제는 되지 않는 것 같다.
중국은 지역에 따라, 그리고 문화재에 따라 경로요금 적용여부가 각각인 것 같다. 이전에는 중국에서 문화재 입장료에 외국인에게 비싸게 받는 내외국인 차등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런 차등 요금은 없어진 것 같다. 내국인에 대한 요금을 외국인 수준으로 인상해 차별을 없앤 것 같다.
1990년대 중국과 수교가 되면서 중국을 방문한 사람들 입에서 중국 화장실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화제가 되었다. 더럽고 지저분한 변기, 특히 칸막이가 없는 화장실 이야기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웃기도 했다.
10년 전쯤 친구들과 중국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연대(연태대학교) 앞에서 공중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젊은 친구들이 엉덩이를 까고 기차놀이 하듯이 줄지어 쪼그리고 앉아 볼일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기겁해서 나온 적이 있다. 위생상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이번 중국여행에서도 화장실 경험을 많이 했다. 우선 가장 인상적인 것은 공중화장실이 아주 많다는 점이었다. 어디를 가더라도 화장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도 공중화장실이 잘 되어있지만, 중국은 우리보다 몇 배나 많은 것 같았다. 유럽여행에서는 항상 화장실이 큰 스트레스였는데, 중국에서는 그런 불편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화장실 위생상태는 아직 만족스러운 상태는 아니지만 옛날과 같은 더럽고 지저분한 곳은 경험하지 못했다. 푸세식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물론 칸막이 없는 화장실도 본 적이 없다. 특히 명승지에서는 청소원들이 상주하다시피 해서 수시로 청소를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변기는 거의 좌변기로 바뀌었지만, 중국은 아직도 재래식 변기가 많았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재래식 변기의 경우 남녀 공용이 많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남녀 화장실이 엄격히 분리되어 있다. 그런데 중국은 큰 화장실의 경우도 남녀 공용 변기가 적잖이 눈에 뜨이고, 남녀가 분리된 경우도 입구가 하나이거나 아주 가까이 붙어있는 경우도 많았다.
이렇게 아직도 약간의 이질적인 느낌은 있었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엄청 좋아졌다. 아주 특별히 까다로운 사람을 제외하고는 중국 여행에서 화장실로 인해 불편을 겪는 일은 없을 듯하다. 유럽에 비하면 몇 배는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