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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산의 응원봉

(2025-10-07b) 칭다오에서 둔황까지- 중국 횡단여행 (35)

by 이재형

(월아천의 야경)

이제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그만 나갈까 하다가 조명을 받은 월아천의 모습이 보고 싶어 좀 더 머무르기로 하였다.


조명이 하나둘 들어온다. 드디어 월천루의 조명이 밝혀졌다. 낮에 본 풍경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사람들의 탄성이 흘러나온다. 달빛에 하얗게 빛나는 사막을 배경으로 화려한 조명을 밝힌 누각이 너무나 아름답다. 월아천에는 가장자리에만 조명이 있을 뿐 그 외는 별다른 조명이 보이지 않는다. 모래바닥에 주저앉아서 월아천의 불빛을 바라보며 멍하니 보냈다.


(명사산의 응원봉)

시간이 꽤 되었다. 이젠 그만 돌이가자. 그런데 명사산에 올라간 사람들이 내려오지 않고 중간의 산기슭에 흩어져 앉는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산기슭에서 푸르고 붉은 불빛이 하나둘 밝혀진다. 얼아 지나지 않아 산기슭은 거대한 빛의 바다가 되어버린다. 그것은 응원봉이었다. 명사산 모래기슭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손에 손에는 응원봉이 들려있었고, 그 불이 일제히 밝혀졌다.

산 아래에는 산을 향해 무대가 설치되어 있다. 조금 있으니 무대에 가수가 오르고 노래를 시작한다. 가수의 노랫소리에 맞춰 명사산 기슭에는 응원봉에 의한 빛의 물결이 시작된다. 별 시원찮은 가수인 것 같은데, 사람들의 반응은 뜨겁고 열광적이다. 명사산은 거대한 객석이 되어버렸다. 사람과 자연이 만들어낸 또 다른 절경이다. 밤은 깊어가지만 무대는 끝나지 않고, 응원봉의 수는 오히려 늘어만 간다. 정말 장관이다.


(귀가를 위해 셔틀버스를 준비해 둔 배려)

이젠 그만 돌아가야 한다. 내일은 란저우로 떠나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시간을 너무 지체할 수는 없다. 그런데 돌아갈 일이 문제다. 올 때는 택시로 편하게 왔지만 지금 이 시간에 도저히 택시가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이 시간에 이곳을 찾아오는 관광객이 있을 수 없고, 택시가 몇 대 있다고 하더라도 이 많은 관광객들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내까지 걸어가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출구를 통해 주차장으로 나갔지만 예상대로 넓은 주차장은 텅 비어있고 택시라고는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이걸 어떡하나, 걸어가기에는 너무 먼 것 같고... 그런 생각 중에 저쪽에 작은 버스 터미널이 보인다. 이것저것 생각할 것 없다. 무조건 올라탔다. 그런데 중국에 와서 시내버스를 한 번도 타보지 않았기에 버스 요금을 어떻게 지불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버스 기사에게 돈을 내려는 시늉을 하니 받지 않고 손을 흔든다. 알고 보니 이 버스는 시내까지 관람객을 태워주는 무료 셔틀버스였다.


버스는 어느 천변에 사람들을 내려준다. 내일은 둔황을 떠나는 날이다. 새벽에 출발하기 때문에 먹을 것을 준비해야 한다. 야시장 근처에 이미 몇 번 갔던 대형마트가 있다. 구글지도로 야시장까지 거리를 알아보았다. 이곳에서 800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슬슬 걸어가기로 했다.


(내일 먹을 간식 준비)

버스를 내린 곳에서 시작하여 노점들이 줄지어있다. 천변과 나란히 있는 도로인데, 인도에 조점들이 줄을 지어 늘어서있다. 이곳은 노점들도 질서 정연하다. 똑같은 모습의 판매대와 판매차량들이다. 호객행위는 전혀 없다. 노점들은 몇백 미터나 이어져있는데, 손님들은 거의 없다. 이런 광경을 보면 항상 마음이 아프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야시장 옆에 있는 이 대형마트는 웬만한 이마트 수준의 크기이다. 우리나라 대형마트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양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친절함이나 청결도에서도 우리나라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신선식품 코너도 아주 깨끗하다. 과일과 채소 종류는 오히려 우리보다 많다. 오늘 저녁과 내일 먹을 빵을 샀다. 여긴 특이하게도 빵도 무게를 달아서 판다. 빵, 배. 사과, 샤인 머스킷, 대추를 샀다. 그래도 만원도 안된다.

돈황의 밤거리

(디디추싱으로 차량 예약)

내일 아침 6시에 호텔을 출발해야 한다. 아무래도 그 시간에 택시를 잡기 힘들 것아. 딥시크에게 물으니 디디추싱으로 차를 예약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어제의 현금지불한 건이 아직도 미지불로 나와있다. 요금 미지불 상태에서는 더 이상의 예약이 불가능하다.


12위안 요금을 현금으로 20위안이나 받고, 게다가 결제처리까지 다시 예약까지 못하게 하더니 약이 올라 참을 수 없다. 이런 것 그냥 둘 수 없다고 생각해서 디디추싱의 고객의 소리에 하소연하려고 해도 연결이 잘 안 된다. 집사람은 그깟 2,400원 그냥 줘버리고 빨리 예약이나 하라고 성화다. 분하고 억울하지만 다시 12위안을 결재하고 차를 예약했다.


예약한 후 다시 디디추신을 살피니 운전자 평가가 코너가 있다. 별 하나 최저 점수를 주고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써서 제출하였다. 얼마뒤 고객센터에서 무슨 글을 보내왔는데, 글씨가 너무 작아 읽을 수가 없다. 중국앱은 어느 앱이나 한결같이 글씨가 작아 읽기가 힘든다. 그런데다 우리나라와 같이 글자를 키우는 기능도 없다. 그래서 지금은 기차표 같은 중요한 것은 화면캡처 사진을 찍어 확대해서 본다.


이로서 5박 6일의 둔황 여행은 끝났다. 이제 란저우를 거쳐 구채구로 간다. 이 구간은 여행준비 단계부터 교통에 가장 속을 썩였던 부분이다. 1박 2일이란 대장정을 통해 구채구로 이동한다.


중국단상(27): 대금지불 관행


중국화폐의 기본 단위는 위안(元)으로서, 1위안은 200원 정도가 된다. 위안보다 작은 단위로서 자오(角)와 펀(分)이 있는데, 1위안은 10 자오, 1 자오는 10 펀이다. 그런데 이미 자오와 펀은 현금거래에서 보기 힘들다.


그런데 실제 거래에서는 자오와 펀 단위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택시 요금은 15.23위안 식으로 펀 단위까지 표시된다. 그리고 과일, 빵 등 많은 일상 거래 품목이 무게 단위로 거래된다. 식빵 100그램에 1위안으로 표시되더라도, 무게에 따라 한 덩어리에 3.35위안이란 식으로 가격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요즘은 대부분이 모바일 거래이기 때문에 가격이 소수점 이하로 내려가더라도 문제가 없다. 가격대로 정확하게 찍어서 지불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바일 거래가 어려운 경우에는 어떻게 하나? 대부분의 상인들은 잔돈을 준비해두고 있지 못하다. 심지어는 자오나 펀뿐만 아니라 위안 단위의 잔돈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나도 알리페이에 문제가 생겨 며칠 동안 현금거래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외국인은 개인 간 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알리페이로 택시요금의 지불이 불가능한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이런 경우 현금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데, 소수점 이하의 단위나 택시기사가 잔돈을 준비하지 못한 경우는 어떻게 하나?


일반 거래에서는 상인들이 대개 소수점 이하는 떼고 받았다. 12.5위안이라면 12위안을 받는다. 잔돈이 없는 경우는 끝자리를 떼고 받았다. 예를 들면 값이 12위안인데 20위안을 지불하면, 잔돈이 없을 경우 그냥 10위안만 받았다. 물론 끝자리 숫자가 크다면 어떻게든 잔돈을 준비하겠지만....


택시의 경우는 어떨까? 요금이 13.47위안, 이런 식으로 나왔을 때 금액을 그대로 찍으면 너무 야박한 것 같아 14위안으로 찍고 기사에게 확인을 위해 기사에게 보여줬다. 기사는 한사코 그러지 말고 미터기 요금대로 정확히 찍으라고 한다. 이런 경험이 몇 번 있었다.


알리페이가 안되었을 때 예를 들면 10.5위안의 요금이 나왔을 때 기사에게 11위안의 현금을 지불하였다. 우리의 관행이라면 당연하다. 그런데 중국기사들은 한사코 1위안을 돌려준다.


이전에는 중국에서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운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번 여행에서 디디추싱에서 한번 불쾌한 일을 당한 것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바가지를 쓴 적이 없다. 내가 유달리 조심을 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한번도 그런 시도를 하는 경우를 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들 아주 정직한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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