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행 소감
이번 베트남 여행은 마지막에 곡절이 있긴 하였지만,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그리고 이것저것 많은 생각을 하는 기회도 되었다.
그동안 베트남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잘 몰랐다.(그렇다고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잘 안다는 것은 아니다.) 일본 군국주의와 싸워 많은 전공을 올리고, 이후 배신한 프랑스를 상대로 자력으로 독립전쟁을 치뤄 승리하여 자력으로 독립을 쟁취한 국가. 그리고 세계에서 미국과 전쟁하여 승리한 유일한 국가. 호치민의 지도하에 통일국가를 이룬 뒤, 공산국가로서는 보기 드문 청렴성을 성취한 국가. 그러나 어느새 만연된 공무원 부패. 폐쇄적 국가에서 "도이모이" 정책으로 쇄신과 개방으로 전환한 국가, 그리고 지금은 우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풀어야 할 과거가 있는 국가. 이러한 피상적인 지식이 내가 가진 베트남에 관한 지식의 전부다.
이번의 짧은 여행으로 베트남을 제대로 알 수 있게 된 것도 아닐 것이다. 다만 한 사람의 관광객으로서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엿보고, 또 아주 짧은 접촉을 통해 갖게 된 나름대로의 느낌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중동의 산유국과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천연자원이 풍부하다고 하여 발전한 국가는 많지 않다.(선유국의 경우도 실제로 GDP가 높은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 UAE 정도에 불과하다.) 국가발전에 있어서 사람이 중요하다고 한다면 베트남의 앞날은 밝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성취욕, 일에 대한 열정, 공동체 의식 같은 것들이 주위의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확실히 다르다. 현재 1인당 GDP는 2천 달러 정도의 빈곤국 수준에 있지만, 인도네시아나 태국 정도의 수준에 이르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 같다.
그러나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고 생각된다. 현재 부족한 SOC는 국민소득 향상에 따라 빠른 속도로 개선되겠지만, 민주주의, 국가제도, 사회적 신뢰, 법률적 안정성, 질서, 사회안전망 등과 같은 소프트 인프라는 쉽게 개선하기 어협다. 소프트 인프라의 정비 없이는 국가발전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소프트 인프라는 단순한 사람들의 인식변화를 통해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막대한 투자, 즉 돈이 필요하며 또 가치관의 변화, 이해관계의 조정 등 사회전반의 변화가 요구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관계는 더없이 좋아 보인다. 베트남의 주요 도시 거리마다 한국인 관광객이 넘쳐나며,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의 국민영웅이다. 한국은 베트남인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국가이며, 한국에 가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라는 베트남인들도 적지 않다. 삼성은 베트남의 수출의 1/4을 담당한다고 한다. 그런데 국가 간 관계는 가까와 질수록 갈등의 요소도 커진다. 서로 존중해야하며, 특히 가난하다고 상대방을 깔보거나 비하하는 것은 천박한 졸부 근성의 다름 아니다. 우리나라는 베트남에 대한 역사적 부채가 있다. 이것을 선제적으로 풀어나가는 것도 미래의 갈등의 소지를 줄이는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