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영화: 캐치미

여괴도(女怪盜)를 연인으로 둔 형사의 생고생

by 이재형

도둑은 어느 사회에서나 사회악으로 치부되지만, 도둑의 앞에 “괴”(怪) 자가 붙은 괴도(怪盜)라면 사람들의 인상은 좀 달라지게 된다. “괴도”란 도둑이지만 범죄 예고를 한다든지, 정정당당하게 도둑질을 한다든지, 의로운 명분을 세운다든지 아니면 그 범죄 수법이 신출귀몰하다든지 하여 여하튼 뭔가 일반적인 보통의 도둑과는 다른 도둑을 일컫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괴도”라는 말을 들으면 범죄를 연상하기보다는 뭔가 재미있다거나 의롭다거나 그런 생각을 갖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역사나 문학 등에서도 많은 “괴도”를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탐욕스런 부자들의 재물을 털어 가난한 사람을 도와준 일지매(一枝梅)가 있으며, 중국의 수호지에 나오는 양산박의 호걸들도 일종의 괴도의 무리라 볼 수 있다. 또 일본에는 부자의 돈을 훔쳐 가난한 사람을 도왔다는 이시카와 고우에몽(石川五右衛門)이나 네즈미 코죠(鼠小僧)가 있다. 괴도 이야기는 동양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에는 로빈 훗(Robin Hood)이 있으며, 프랑스에는 아르센 뤼팽(Arsène Lupin)이 있고, 미국에는 쾌걸 조로(Zorro)가 있다. 이들 괴도들은 사람들로부터 비난은커녕 오히려 사랑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영화 <캐치미>는 괴도를 연인으로 둔 형사의 이야기로서, 2013년에 개봉되었다. 이호태는 미제사건 제로를 자랑하는 전문 프로파일러로서, 그 능력을 인정받아 젊은 나이에 벌써 경위가 되었다. 그는 강력 사건 범죄 수사를 하던 중에 우연히 한 여자를 알게 된다. 알고 보니 그 여자는 자신이 지금까지 찾아왔던 학창 시절의 옛 연인 이숙자였다. 첫사랑이었으나,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그때부터 이호태가 지금까지 애타게 찾아왔던 이숙자가 바로 “윤진숙”이라는 이름으로 갑자기 나타난 것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윤진숙은 도둑이었다. 그것도 보통 도둑이 아닌 영국 왕실의 다이아몬드를 훔치고, 국보급에 해당하는 조선 백자까지 훔친 희대의 도둑이 바로 윤진숙이었던 것이었다. 윤진숙은 경찰의 집요한 추격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이호태는 경찰로부터 윤진숙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한다. 그러나 이호태의 이러한 노력에 아랑곳 않고 윤진숙은 너무나 태연히 범죄의 꼬리를 드러내고, 경찰은 그녀의 체포를 위해 다가온다. 이호태는 윤진숙의 죄를 가볍게 하기 위해 범죄를 원상태대로 돌려놓기로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윤진숙이 훔쳐왔던 물건을 다시 주인에게 돌려주는 작전, 즉 역(逆) 도둑질을 시작한다. 훔쳐온 물건들이 착착 제자리도 돌아감에 따라 그동안 윤진숙에게 씌워졌던 혐의도 점점 가벼워진다.


그러던 중 마지막 고비에서 결국 역 도둑질은 성공하지 못하고 윤진숙은 체포된다. 그리고 이호태는 도둑을 숨겼다는 혐의로 계급이 강등된다. 그렇지만 이호태는 오랫동안 찾았던 첫사랑을 찾았고, 또 그녀를 범죄로부터 발을 씻게 했으며, 그녀의 죄를 경감시켜 짧은 시간 안에 출소시킬 수 있게 되었다고 희망에 들떠있다.


그럭저럭 재미있게 부담 없이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였다.


keyword
이전 03화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Some Like It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