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Dec 15. 2022

인도차이나 3국 여행(D+21)

(2022-11-06) 옥빛의 물로 장관을 이루는 꽝시 폭포 

아침 식사를 끝내고 9시쯤 시내 관광을 위해 호텔을 나섰다. 명소가 구시가지에 밀집되어 있어 특별한 교통편은 필요 없을 것 같다. 오늘 찾을 명소들을 기록해 두었는데, 대개가 수백 미터 정도의 간격으로 떨어져 있어 도보로 돌아다녀도 충분할 것 같았다. 호텔을 나서면서 이곳의 최고 명승지인 꽝시 폭포로 가는 밴을 예약해두었다. 밴은 11시 반에 출발한다고 한다.


53. 루앙프라방 시내 관광


호텔을 나와 먼저 왓 시푸타밧 사원으로 갔다. 16세기에 건립된 사찰로서 루앙프라방을 대표하는 사찰이라 한다. 오랜 역사에 비해 사원이 상당히 깨끗하다고 느껴졌다. 안내판을 보니 전란으로 불탄 것을 19세기 초에 다시 복원하였다고 한다. 사원 안은 상당히 넓은데, 황금빛 탑과 몇 그루의 거대한 나무가 인상적이다. 사원 한가운데에는 부처님을 모신 법당이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웅전이다. 집사람이 법당 안으로 들어가 절을 하고 나온다. 우리나라에 있는 전국 각지의 절을 찾아 절을 하고, 동남아까지 와서 또 부처님에게 공양하니 도대체 나는 복을 얼마나 많이 받을지 모르겠다.

루앙프라방 거리
왓 시푸타밧

사원을 나와 메콩강 쪽으로 걸었다. 루앙프라방은 메콩강이 휘어 감고 있어 한쪽 방향을 제외하고는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조금만 걸으면 메콩강이 나온다. 메콩강 쪽으로 난 좁은 골목길을 걷는다. 길을 걷다 보니 내가 방문할 루앙프라방의 명소를 계획하고 정리한 일이 얼마나 쓸데없는 일이었는가를 깨달았다. 루앙프라방의 명소를 찾을 것이 아니라 루앙프라방이라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명소이다. 특별한 곳을 찾을 필요가 없이 루앙프라방의 길과 골목골목을 거닐면서 도시 풍경을 감상하고 음미하는 그것이 루앙프라방을 즐기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루앙프라방 골목길
골목 속의 작은 사원

루앙프라방에 와서 3층 이상의 건물을 본 적이 없다. 대부분이 단층, 아니면 2층 집이다. 그리고 관광지이다 보니 일반 주택은 눈에 잘 뜨이지 않고 대부분이 가게이거나 게스트 하우스 등과 같은 숙박업소이다. 메콩강 쪽으로 내려가는 좁은 골목길 양쪽에 있는 집들도 대부분 작은 게스트 하우스이다. 이런 집들은 좁은 마당에나 베란다 등에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을 심어두어, 골목길을 걷노라면 마치 잘 가꾼 꽃밭 가운데를 걷는 기분이다. 이렇게 골목골목을 즐기는 것이 루앙프라방의 참맛이라는 생각이 든다. 


골목길이 끝나고 메콩강변을 따라 나있는 도로가 나온다. 도로변에도 대개가 게스트 하우스이다. 게스트 하우스 투숙객들이 메콩강을 향해 있는 베란다에 나와 한가롭게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강 가운데에는 큰 섬이 보인다. 그리고 섬을 연결하는 대나무 다리가 보인다. 한 사람이 겨우 건널만한 폭이 좁은 다리이다. 이렇게 걷다 보니 꽝시 폭포에 갈 밴을 타야 할 시간이 가까워져 호텔로 돌아왔다.

메콩강변의 작은 게스트 하우스들
메콩강 지류
공공건물


54. 꽝시 폭포


루앙프라방에 오기 전부터 꽝시 폭포에는 꼭 들리려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가는 방법이 마땅찮다. 꽝시 폭포에 어떻게 가나 하고 골치를 썩였는데, 호텔에 알아보니 신청을 하면 밴이 호텔로 데리러 온다고 한다. 여행에서 해결해야 할 여러 어려움을 이 호텔의 젊은 경영자는 쉽게 해결해준다. 꽝시 폭포까지는 약 30킬로 정도 되는데, 1인당 10만 낍을 받는다. 아주 적정한 가격이라 생각된다. 밴은 몇 군데 호텔을 더 돌아 승객들을 가득 채운 후 꽝시 폭포로 향해 달린다. 길이 좋지 않으니 밴은 곡예를 하듯이 달린다.


주차장에서 내린 후 입장권을 샀다. 라오스인은 15,000낍, 외국인은 25,000낍이다. 지도를 보니 폭포까지는 1킬로미터 정도 거리인데, 땡볕 속을 걸어갈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폭포 근처까지 전기카트를 무료로 태워준다. 라오스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특급 서비스이다. 카트를 내린 후 10분 정도 넓은 산길을 걸어 올라가면 우렁찬 물소리와 함께 폭포가 나타난다. 바로 루앙프라방을 대표하는 꽝시 폭포이다.

꽝시 폭포 가는 길

산 위에서부터 몇 단으로 이루어진 폭포는 엄청난 물을 쏟아내고 있다. 단순히 많은 물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층층이 이루어진 단을 따라 춤을 추듯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꽝시 폭포의 물도 옅은 옥색을 띠고 있다. 쏟아져 내린 폭포물은 옥색의 큰 웅덩이를 만들고 있으며, 웅덩이에서 넘쳐흐른 물든 층층이 이루어진 여러 웅덩이를 따라 아래로 흘러간다. 사진에서 본 적 있는 중국의 구채구와 닮은 모습이다.


폭포를 올려보고 있으려니 아무리 보고 있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걸어 올라오느라 흘렸던 땀이 시원한 폭포 물 바람에 식는다. 폭포 옆 큰 나무  그늘 아래 마련된 의자에 앉아 층층이 이루어진 폭포를 한줄기 한줄기 올려다보았다. 이렇게 폭포의 아름다움에 빠져 있자니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차에 탈 시간이 가까워져 내려가야 한다. 

아직 점심을 먹지 않아 배가 고프다. 그런데 길가 노점상에서 고구마와 함께 바나나를 구워서 판다. 언젠가 책에서 구운 바나나가 맛있다는 글을 읽은 것 같아 4개를 샀다. 4개에 5천 낍, 우리 돈으로 450원 정도이다. 먹어보니 고구마 맛이 좀 나는 것 같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별로 맛은 없었다


55. 메콩강변 거리 산책


루앙프라방 시내에 들어와 메콩강 근처에 내렸다. 지금까지 프놈펜, 비엔티안 등 메콩강을 끼고 있는 도시를 지나왔다. 그 도시들은 대개 메콩강변에 야시장이 있어 사람들이 붐비거나 화려한 건축물이 있어서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그에 비해서 루앙프라방의 메콩강변은 수수하다. 몇 개의 아담한 식당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다. 밤이 되면 이곳을 밝히는 조명도 없다. 메콩강변의 마을 골목길을 걷는 재미는 솔솔 하다. 집집마다 작은 정권과 꽃으로 장식한 테라스가 있어서 마치 동화 속의 작은 마을을 방문하는 듯하다.  

메콩강변 골목길

메콩강을 따라 나있는 도로를 걷자니 강변에 자리한 식당이 보인다. 손님은 우리밖에 없다. 강가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쌀국수와 야채 쌈말이를 시켰다. 조금 있다 요리를 하던 주인 남자가 우리에게 다가와 "유, 코리안?"이라 묻는다. "예스"라고 대답했더니 "팍스? 팍스?"라 한다. 팍스가 뭔지 알 수가 없다. "홧 이즈 팍스?"라 했더니 답답한 듯 가슴을 치더니 주방으로 들어가 뭔가를 들고 나와 내보인다. 바로 고수다. 한국사람들이 얼마나 고수를 가지고 별나게 굴었으면 이러나 생각하면서 우린 괜찮다고 하면서 듬뿍 넣어 달라고 했다.

메콩강변의 식당에서

호텔로 돌아왔다. 이곳 루앙프라방에는 현대식 대형 호텔은 없는 것 같다. 대부분 2층짜리 조그만 숙소들이다. 호텔이란 이름이 붙어있다고 해서 별로 다를 건 없다. 그렇지만 작은 숙소들도 대부분 풀은 구비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호텔에도 뒷마당에 작은 풀이 있다. 풀에 몸을 담그고 하루 종일 땡볕에 시달렸던 몸을 식히니 피로가 풀린다.


호텔 뒷마당에는 작은 풀과 함께 작은 연못이 만들어져 있다. 연못에는 수련이 화려하게 피어있다. 한국에서도 수련을 종종 보았다. 그런데 한국의 수련은 대개 한 두 송이씩 외롭게 피어있으며 꽃 크기도 작다. 그런데 이곳의 수련은 희고 붉은색 꽃이 화려하게 한꺼번에 피어있고, 크기도 무척 크다.

호텔의 작은 풀과 연못의 화려한 수련

가난한 나라에 가면 숙소에서 에어컨을 펑펑 틀거나 더운물 찬물을 많이 사용하는 일이 왠지 미안하다. 그런데 라오스에서만은 전혀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워낙 물이 풍부한 국가여서 수력발전만으로도 전기가 남아돌며, 전기가 주요 수출품인 나라이기 때문이다. 욕조에 더운물을 받아놓고 목욕을 즐기는 호사를 누란다.


이전 01화 인도차이나 3국 여행(D+20)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