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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Dec 16. 2022

인도차이나 3국 여행(D+22)

(2022-11-07) 푸시산에서 내려다보는 루앙프라방 풍경

루앙프라방의 탁발의식은 유명하다. 열을 지어 길거리에 앉아있는 신도들 앞으로 스님들이 일열로 지나가면서 탁발을 하는 의식이다. 집사람이 여기에 참여하고 싶다고 한다. 호텔에 문의하니 탁발 의식은 아침 5시 반에 시작한다고 한다. 


56. 탁발의식 체험


새벽 5시에 호텔을 나섰다. 이직 사방이 깜깜하다. 그런 중에도 아주머니들 몇 명이 어둠 속에서 대나무 바구니에 든 무엇인가를 팔고 있다. 우리에게도 사라고 한다. 알고 보니 탁발 행사에서 시주를 할 밥이다. 시주에는 밥이든 과지든 돈이든 무엇이든 좋다고 한다. 그래도 돈이 제일 실속 있을 것 같아 우리는 돈으로 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1만 낍(900원 정도) 짜리 잔돈을 많이 바꾸어 두었다.


가는 도중 아직 어두운 밤인데도 드문드문 길거리에 자리를 깔고 앉아 무엇인가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큰 나뭇잎으로 원뿔을 만든 후 그 표면을 꽃으로 빈틈없이 장식하고 있다. 작은 것도 장식된 꽃의 수가 백 송이는 훨씬 넘을 것 같고, 큰 것은 수백 송이의 꽃이 필요할 것 같다. 사찰에 바치는 꽃인 것 같다. 어려운 사람들이 이렇게 하나하나 힘들게 꽃장식을 만들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 이것을 사서 사찰에 봉양하는 것 같다. 살기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한 라오스 인들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탁발 장소에 가니 우리가 제일 먼저 도착하였다. 탁발할 과자 바구니를 파는 아주머니들이 여럿 나와있다. 한 바구니의 과자를 2만 낍에 팔고 있다. 날이 밝아지면서 탁발 행사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사람들이 길가에 자리를 잡자 저 멀리서 주황색 승복을 입은 스님들의 행렬이 나타난다. 머리가 하얗게 쉰 노스님도 있고, 열 살도 안되어 보이는 동자승도 있다. 스님들이 앞을 지나가면 신도들은 밥이든 과자든 돈이든 준비한 것들을 탁발 그릇에 넣는다.


스님들의 행렬이 한차례 지나가고 나니 이제 탁발 의식이 끝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날도 밝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지나갔던 스님들이 다시 되돌아오면서 탁발 의식은 계속된다. 이렇게 많은 스님들이 줄지어 오니 준비한 돈은 금방 바닥이 난다. 어쩔 수 없이 급히 과자 바구니를 몇 개 샀다. 그래도 부족할 듯하다. 다시 급히 잔돈을 바꾸었다. 그리고 그것마저 바닥이 날 때쯤 탁발행사가 끝이 났다.


57. 푸시산에 올라 루앙프라방의 풍경 감상


집사람의 컨디션 난조로 팍세에서 예정에도 없던 4일을 보냈기 때문에 베트남의 사파 투어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나는 4년 전에 사파에 갔으나 투어 중 큰 부상을 당해 제대로 둘러볼 수 없어서 이번에는 며칠에 걸쳐 충분히 사파의 풍경을 즐기려 했으나 어쩔 수 없다.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다. 관광일정을 줄이기 위하여 사파 대신 하노이로 간다. 


오늘 저녁 베트남 하노이로 가야 하기 때문에 호텔 체크 아웃을 해야 한다. 체크아웃을 하고 나니 오전 10시, 하노이행 버스가 저녁 6시에 출발한다. 그때까지 루앙프라방 시내 관광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루앙프라방은 크지 않은 도시이기 때문에 도시 전체를 효율적으로 돌아보는 데는 오토바이가 최고다. 호텔에 오토바이 렌트를 부탁했다. 직원이 몇 군데 전화해보더니 공교롭게도 가능한 곳이 한 곳도 없다고 한다. 내가 직접 찾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더니 그 많아 보이던 오토바이 렌털 샵이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집사람과 도보 투어를 하기로 했다.

푸시 산 올라가는 도중에 있는 불상들

푸시산으로 갔다. 푸시산은 루앙프라방 시내 한가운데 위치한 산으로서 마치 도시의 수호신과 같은 존재다. 푸시산은 높은 산은 아니다. 대략 눈짐작으로는 평지에서 150미터 정도의 높이로 보인다. 그 대신 아주  가파르다. 그렇지만 산 정상까지 계단이 놓여 있어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입구부터 계단이 아주 가파르다. 150미터 정도의 높이라 하지만 오르는데 꽤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산을 올라가다 보면 중간중간에 황금색 불상과 작은 불당들이 있어 이것들을 보면서 쉬엄쉬엄 쉬어가면서 올라가다 보면 그렇게 힘은 들지 않는다.  


산 위에 도착했다. 조그만 불당이 있고 그 주위로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루앙프라방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저 멀리 몇 겹으로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높은 산들도 보인다. 메콩강과 그 지류가 크게 휘어지면서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다. 그래서 어느 쪽을 보더라도 메콩강이 보인다. 시내 중심지에는 게스트 하우스를 비롯한 상업 목적의 건물이 많지만 외곽에는 주택이 많다. 주택들이 상당히 좋다. 널찍널찍하게 자리를 잡고 있으며, 건물도 훌륭하다. 라오스의 국인 생활은 뭔가 불균형적이다. 이제까지 라오스에서 판잣집이나 움막 같이 열악한 주택은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교통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푸시간에서 내려보는 메콩강

푸시산은 루앙프라방의 명소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은 그다지 눈에 띠지 않는다. 우리 외에 몇 명의 서양 관광객을 만나는데 그쳤다. 이렇게 사람들이 없으니 여유 있게 좋은 자리를 차지하여 주위 풍경을 조망할 수 있어서 좋다. 루앙프라방은 푸시산을 제외한다면 아주 평평한 지역에 자리를 잡고 있다. 시내를 벗어나 저 멀리까지도 구릉이 거의 보이지 않는 평평한 평야지대다. 저 멀리 아득한 곳에는 넓은 평야를 둘러 싼 몇 겹의 산이 보인다. 

푸시산에서 내려다 본 루앙프라방 시가지와 메콩강
루앙프라방 시가지
메콩강 풍경


58. 루앙프라방에서의 마지막 일정


푸시산을 내려와 조금 걸으니 메콩강이 나온다. 메콩강변 강둑 위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작은 식당을 발견했다. 메콩강을 내려다보며 식사를 한다. 옆자리에 앉은 서양인 노부부가 말을 걸어온다. 70대 중후반쯤 되어 보이는 이 부부는 뉴질랜드 사람인데 일 년의 절반 이상을 여행을 하면서 보내고 있다고 한다. 


호텔로 돌아왔다. 땡볕 아래서 근 3시간을 걸었더니 온몸이 땀투성이다. 나는 호텔 풀에 들어가서 몸을 식힌다. 집사람은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라오스는 1시간  마사지에 70.000낍(6,000원) 정도로 베트남이나 캄보디아에 비해서도 1/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비해 툭툭이는 터무니없이 비싸다. 이렇게 여유를 즐기는 사이에 베트남 하노이로 갈 버스시간이 다가온다. 

메콩강 옆 식당풍경

내가 이번 여행에서 기대하였던 최고의 로망은 루앙프라방에서 30시간 동안 슬리핑 버스를 타고 베트남의 사파로 넘어가는 일이었다. 계획의 변경으로 목적지가 사파에서 하노이로 바뀌었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한때 집사람의 컨디션 난조로 이번 여행을 중도에서 포기하려 했으나, 결국은 로망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버스는 오후 6시에 출발이다. 하노이까지는 26시간 걸리므로 내일 오후 8시 경이 되어 하노이에 도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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