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한국어 수업 중
서울 갈때면 항상 방문하는 교보문고, 특히나 교보빌딩의 광화문글판은 늘 카메라에 담아오곤 하는데. 핀란드 대사관도 교보빌딩 18층에 있어 주변 광화문 일대도 소개해드릴 겸해서 최근에 새로 바뀐 글판을 접하고 이 시구들을 가지고 학생들과 핀어로 해석해보는 수업을 해보았는데.
"발꿈치를 들어요
첫눈이 내려올
자리를 만들어요"
주어, 목적어, 동사 등 문장들을 잘게 조각내 문법적으로 분석하고 그 뜻을 이해시킨 후의 반응이…
쩜.쩜.쩜…
(예상치못한) 무반응에 그래서 뭐?
라는듯한 쏴아한 느낌이… ㅋㅋㅋ (양국 사회문화적 갬성 사이의 간극이 찰나적으루다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는 듯한 순간)
3학기차 수업이라 이젠 웬만해선 거의 당황안하는데 순간 헉? 급당황 ㅋㅋ 하며 주저리주저리 부연설명하기 시작하는 나.
한국에선 눈이 많이 내리지 않기 때문에 첫눈의 의미가 크다, 첫눈이 내리면 연인들과 친구들은 서로 연락해 벙개만남을 갖는다, 발꿈치를 들어 그 공간을 만들 준비를 하자는 시인의 그 마음이 느껴지느냐… 블라블라블라.. (나 뭐라는거니 ㅋㅋㅋ)
그랬더니 그제서야 말문이 트이기 시작하시는 우리 핀란드 학생분들,
”아아~! 핀란드에선 첫눈이 내리면 드뎌 올 게 왔구나! (비장해)하지”
”맞아, 한국드라마에서 그런 장면 본 것 같아. 근데 눈이 내려도 길가에 눈이 금새 녹아버리는게 이색적였어.”
”저 시구대로 해보자면 (핀란드에선) 남편이랑 다정하게 정원에 내린 폭설을 치우는거야. 평소에 사용하는 이따시만한 커다란 삽 대신 아기자기하게 쬐애~끄만 삽을 가지고 애정애정하며 함께 엄청나게 쌓인 눈을 로맨틱하게 (땀 뻘뻘 흘리며) 치우는거지.”
하하하, 배우는 게 더 많은 것 같은 수업들이랍니다.
요술방망이도 아닌데 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한국어 수업~!
사진은 연합뉴스에서:
https://www.yna.co.kr/view/AKR20231127053300002?input=1195m